종교개혁 : 루터와 칼뱅, 프로테스탄트의 탄생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82
올리비에 크리스텡 지음, 채계병 옮김 / 시공사 / 1998년 12월
평점 :
품절


시공사의 디스커버리 총서 시리즈는 야심찬 기획으로 어렵게 시작한 사업이라는 것이 책을 잡는 순간 느껴진다. 인류 문화를 체계적이고 또 전반적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그 욕심에는 정말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런 시공사 디스커버리 총서 중 <종교개혁-루터와 칼뱅, 프로테스탄트의 탄생>은 상당히 중요한 책 중의 하나이다.

그 이유는 단순한 '인류 문화'라는 측면 뿐만 아니라 서양의 근대 혹은 중세의 종말을 고한 루터의 '종교 개혁' 과정을 다루었기 때문에 역사적 관점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테제이자 연구 대상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시공사에서는 그러한 루터에 대한 이야기를 디스커버리 총서 특유의 화려한 색채감과 조화시켜, 다른 서적에서는 보기 힘든 많은 사진과 그림 자료들을 함께 실어서 독자들의 이해를 높이고 또 시각적으로 더욱 많은 관심을 유발한다.

그러나, 다른 주제 역시 마찬가지로 시공사의 디스커버리 총서는 바로 이 점이 장점이자 단점인 말 그대로 양날의 검이 되고 만다. 그림이나 사진이 게제된 양식이 책 전체적으로 계통성이 없고 또 크기나 방식이 산만하여 책을 읽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사람은 보통 책 한페이지를 읽는 동안 그 포맷이 전체 책의 포맷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장이 넘어가 그림이 하나 나오거나 혹은 다른 꼭지의 중주제가 등장하면 심적으로 잠시 휴식기에 접어 든다)

그러한 작용은 다음 페이지에서도 비슷한 포맷이 나올거라 기대하게 만드는데, 디스커버리 총서들은 그러한 기대를 무참히 짓밟으며 '이 페이지는 어디에 눈을 두어야 하지'고민을 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총 천연색으로 흥미를 돋우겠다는 애초의 시도는 눈이 아프고 머리가 혼란스러운 안 좋은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아울러, 이 책 즉, <루터와 칼뱅...> 역시 루터의 종교 개혁과 관련한 전.후 역사적 사실과 또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을 시작으로한 과정에 대해 지나치게 간략화하고 또 전체적 맥락을 무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쉽게 말해 가나다를 외워 보라는 주문에 [마바사아자차카타] 라고 읊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다른 공간이나 책을 통해 루터의 종교 개혁에 대해 공부를 하였던 본인 마저도, 시공사의 <루터와 칼뱅, 프로테스탄의 탄생>을 읽으면서는, 계속 앞 장을 다시 넘겨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그 다음에는 이런 맥락에서 이런 내용이 나와야지'하고 책을 넘기다, 이야기가 끝난 것을 발견하여 당황하고, 그런 경험을 계속하였다.

시공사는 디스커버리 총서를 계속해서 내 놓을 듯 보이는데, 앞으로 이 점에 대해 조금 더, 그러니깐 그림을 조금 빼더라도 충분한 맥락 (이것은 신문이 아니라 역사이다) 에 대한 설명을 좀 더 가미하고, 그림과 텍스트에 대한 편집에 조금 신경을 써 준다면 더 나은 성과물이 나올 듯 싶다.

아무튼, <루터와 칼뱅..> 이 책만 놓고 보자면, 종교 개혁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적절치 않고, 그런 분들은 다른 책을 통해 섭렵하고 이 책은 '화보'를 위주로 보는 것이 도움이 될 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희가 포도청을 어찌 아느냐 - 가람역사 49 조선사회사 총서 12
허남오 지음 / 가람기획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포도청은 상당히 흥미로운 관제 기구 였다. 지은이의 소개처럼 '세계 최초의 전문 수사 기관'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이후 역사의 부침에 따라 권력의 하수기관이 되기도 하고 이후 (일제 강점과 함께) 경무국으로의 탈바꿈 과정에서 심각한 사회적 불만 표출의 창구 기관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한 포도청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다룬 이 책은 딱 그 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은 포도청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것보다는 조선시대를 아울러 경찰권이 어떻게 변하였는지를 조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포도청이 중점적으로 부각되고, 그 방식은 일정한 역사적 팩트들에 대한 '재나열'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을 들으면 상당히 흥미가 유발되고 뭔가 재미있는 요소가 있을 듯 하지만, 실상 책을 들고 읽어 내리기 시작하면 연신 이어지는 하품을 주체할 수가 없다. 저자가 경찰 행정관 출신이라 그런지 문장 하나하나에 힘이 없고, 그것이 모여 전체 문장, 또 책의 기운이 상당히 빠져 있다.

특별히 이 쪽에 관심있는 분에게 하나의 참고 자료로 사용될만 하고, 그 이외에는 교양 서적으로 대하기에는 내용이 지루하고, 전문 서적으로 대하기에는 체계가 난잡하고 전문성도 부족하고, 어찌되었든 책이 내건 '너희가 포도청을 어찌 아느냐' 제목에 대해, 책을 읽고 난 뒤의 대답은 '알 것도 같고...' 딱 그 정도 수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하! 뜻을 거두어 주소서 - 책으로 보는 TV조선왕조실록 2
KBS TV조선왕조실록제작팀 지음 / 가람기획 / 199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요즘 티브이에서 방영 되는 [역사 스페셜]의 대본을 책의 양식으로 조금 바꾸어 옮겨 놓았다고 보면 된다. 책의 표지에 쓰여 있는 '다양한 기법을 총동원, 500년 조선시대를 실감 넘치게 재구성한 이야기 조선시대사' 라는 문구가 이 책을 나타내는 정확한 문구이다.

문제는, 그들이 재구성함에 있어서 사료를 무시하고 자의적 해석을 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아울러 '이야기'라는 점에서 부각되듯이, 지나치게 재미 위주로 서술 된 것은 (어떤 분들에게는 장점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가진 단점이다.

아울러, KBS 역사 다큐 시리즈가 가진 그 질적 퀄러티의 우수함은 높이 살만 하지만, 계속 반복되는 은근한 국수주의적 역사관은 이 책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기법을 총동원'하여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로 풀어나가려는 시도 자체는 좋지만, 읽고 나서 그리 개운한 느낌은 들지 않는게 솔직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비의 사기꾼들 - 노벨상 수상자의 눈으로 본 사이비 과학
조르주 샤르파크 외 지음, 임호경 옮김 / 궁리 / 200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다른 많은 분들이 지적하였듯이, 쉽게들 속아 넘어가는 마술, 초능력, 미신이 실제로 파헤치고 또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얼마나 부실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보여 준다. 그것이 이 책의 유일한 장점이자 한계점이다.

책은, 우리가 일상 혹은 미디어를 통하여 만나는 소위 '몽매주의'의 각 유형에 대한 서술과 함께 그것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계속 시도한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어느날 새벽 잠이 깨어 관계가 소원한 어떤 사람이 갑자기 떠올랐는데 잠시 후 전화벨이 울리고 그 사람의 부고를 받았다'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에 놀라워하며 자신의 주위에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신비의 사기꾼들>의 저자인 두 과학자는, 그것이 과학적 확률로 분석이 가능하고, 적은 확률이긴 하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간단한 확률 계산에 따라 프랑스에서 1년 동안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1/10512 라고 주장하는 놀라운 학문적 성과를 거둔다!!)

이것은 이 책의 특징을 극명히 드러내는 하나의 예이다. 저러한 접근 방식은 확실히 사람들을 신비주의와 몽매주의에서 일깨워 주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모든 것을 도식화하고 확률화 함으로써 결국 그들이 가진 '기계적 이성'의 한계만 보여주고 만다.

그들은, 사람들은 믿고 싶어하는 것을 믿기 때문에 이러한 신비주의와 몽매주의를 이용한 사기꾼들이 많으니 조심하라고 하지만, 정작 그들 스스로도 '믿고 싶어하는 것만 믿으려 하는' 오류를 결정적으로 범하고 있다.

물론 책 전체적으로 이런 문제가 띄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별자리 운세의 허구성을 밝힌 부분은 명확한 과학적 근거로 (단순한 확률 계산 놀이가 아니라..) 얼마나 엉터리인지 보여주는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도 하였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조심하여야 한다. '내가 정말 바보 였구나, 정신차리고 과학적으로 따져 보자. 그러면 다 밝혀질 것이다'하는 기계적 이성관념 (그것은 실제로 무척이나 낡은 것이다..) 을 가지게 되기 쉽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자'라는 단순한 프로필에 주눅들지 말고 찬찬히 읽어 가며, 그들 역시 '신비의 사기꾼'적 면모를 상당히 가지고 있음을 인지하며 읽는 다면, 이 책은 꽤나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산당선언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21
칼 마르크스 & 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은 흔히 '맑시즘의 시대는 갔다'고 생각한다. 소련과 동유럽의 현실 사회주의 붕괴는 그러한 생각을 고착화 시키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국가 자본주의일 뿐이다'라는 트로츠키 주의자들의 현재적 비판에 귀기울이지 않더라도, '맑스의 시대는 갔다'는 명제는 완벽히 잘못되었고 잘못 이해 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그리고 앞으로도) 맑스의 이론이 빛을 발하는 지점은 '프롤레타리아의 혁명'이전에, 그가 가졌던 자본주의에 대한 냉철한 시각에 기인하다.

맑스는 애초에,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다, 경제학을 흔들어 놓은 '잉여가치론'을 주창하였고, 그것은 이후 자본주의의 병폐에 대한 공격에 중요한 무기가 되기도 하였다.

맑스의 이론은 '도대체 우리가 믿고 따르는 자본주의의 뭐가 잘못되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즉, 현존하는 문제들에 대한 문제 제기를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두 세기의 시간을 뛰어 넘어 여전히 우리 곁에서 전해주고자 한다. 그것이 맑시즘의 현재적 의미이고, 또 미래적 의미이다.

<공산당선언>은 그러한 맑시즘의 시조였던 마르크스와 그의 친구이자 동료였던 엥겔스가 집필한 최초의 공산당 당헌과 강령의 문서화된 작업이다.

전체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공산당 선언>은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프롤레타리아와 공산주의자','사회주의와 공산주의 문헌','여러 반대 정당들에 대한 공산주의자들의 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목차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산당 선언>은 공산당의 기본 정신과 목표하는 바를 간략하고도 강렬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공산당 선언이 나온지 이백년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맑스가 지적했던 자본 시스템의 문제와 병폐가 얼마나 나아지거나 혹은 고쳐졌는지 상당히 의문스럽다.

그런 이유로, 시간을 거슬러 읽는 <공산당 선언>은 전혀 남루하지도 또 낡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시대를 앞서 미래를 '예측'한 마르크스의 혜안이 지금, 다시 번뜩인다는 착각에 빠지고 만다.

완벽한 인간 해방과 개인 자유를 꿈꾸던 마르크스. 그리고 엥겔스. 그들이 가진 공산당에 대한 개념이 '책세상'에서 깔끔한 표지와 실용적 편집으로 새로 나왔다는 것은, 영원한 노동자의 친구 마르크스를 만날 좋은 기회이다.

이백년전,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었다-공산주의라는 유령이.. 그 유령은 여전히 부유하고 있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들은 아직 단결하지 않았기에.
-H Bisho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