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발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읽는 내내 지독하게도 쓸쓸했고, 너무나도 고독했던 책이었다. 자신의 손자를 단 한번 쳐다보고, 길거리의 아이를 보는 것처럼 " 예쁜 아기구나. 잘 자라길 빈다."라는 말을 했을 뿐, 아들의 집에 머물면서 단 한번도 손자를 안아주지 않았던 아버지, 자신이 태어날 때에도 첫 아이를 기다리며 안절부절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너무나도 무덤덤하게 아이를 바라보고, 평상시처럼 일을 하러 가던 아버지, 가장 좋은 것은 가장 저렴한 것이라 생각하며, 그런 것만을 사주시던 아버지, 그나마도 여동생은 편하게 대하셨짐나, 그저 보호의 대상이었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치료하고, 대하는 것을 싫어하셨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은 사랑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그저 자린고비였다.  

그런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유물을 정리하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듣게됨으로서 조금씩 이해해가는 이야기..<보이지 않는 남자의 초상화>를 보며, 아버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지독하게도 쓸쓸하고, 너무나도 고독한 이야기라고만 생각되었다. 조금만 일찍 아버지를 이해했더라면, 자신보다도 더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울던 사촌처럼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것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자신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던, 너무나도 고독했던 아버지의 죽음에 의해, 아버지의 흔적을 조금씩 지우면서야 아버지에 대해 이해하게 된 것에 너무나도 쓸쓸함을 느꼈다..  

너무나도 쓸쓸했던 <보이지 않는 남자의 초상화>에 이어진 또 다른 이야기 <기억의 서>는 앞의 이야기처럼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솔직히 흐름을 쉽게 놓치게 되던 이야기였다. 안네 프랑크이야기를 하다, 세헤라자데의 이야기를 하다, 피노키오의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며 내일은 다른날이라고 이야기하는, 짧은 내 식견으론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조용한 날, 온 정신을 쏟아부으며 다시 읽어야할 것 같은.. 처음으로 폴 오스터의 이야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된 이야기였다. 

이렇게 두 편의 이야기를 그저 폴 오스터의 소설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이제까지 읽은 폴 오스터의 책과는 조금은 독특한 느낌의 이야기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이 책이 폴 오스터의 자전적인 에세이일줄이야.. 에세이라는 것을 알고나니, 폴 오스터의 작품 속에서 볼 수 있는 조금은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때때로 상상 속 이야기에서 살고 있는 그런 사람들이 등장하는.. 고독과 절망에 대한 이야기들의 배경을 얼핏 볼 수 있었던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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