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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의 딸 ㅣ 펭귄클래식 29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심지은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읽은 뒤 생긴 필독도서리스트 14권.. 인생의 초반에 있어 인생을 살아갈 나침반과 같은 책이 되어준다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죄와 벌>과 짧게읽은 <사기>이외에는 읽은 책이 없어 조금은 창피했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로 유명한 푸시킨의 책은 그나마 민음사의 벨킨이야기를 읽었던 적은 있지만 러시아의 상황도 모르고, 이야기자체의 매력을 충분히 못느껴 별다른 기억이 안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대위의 딸>을 통해 푸시킨을 처음 만나는 것과도 같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페트루샤는 태어나지도 않은, 엄마의 복중에 있을 때부터 중사로 등록되었고, 열일곱 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군대 갈 나이가 되어 페테르부르크가 아닌 일반부대에서 군복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열일곱. 오늘날 우리나라로 따지면 고1정도의 나이니 아직은 철부지임에 틀림없건만, 완고한 아버지에 의해 군대에 가게된 페트루샤는 자신이 철부지임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을 지극히 위해주는 하인이 잠시 없는 동안 흥청망청 술에 취하고, 거금을 잃지않나, 길을 잃은 자신들을 안내해준 사람에게 하인 사벨리치가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옷을 아낌없이 주고, 아버지의 호통에 하인을 잡는 그의 모습에 기가 찰 뿐이었다. 아무리 철이 없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분별없이 행동을 하나 싶을 정도였다. 그런 그였으니 결혼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반대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싶을 정도였다.
그런 그가 사랑에 의해, 그리고 전쟁에 의해 조금씩 변해갔다. 어리숙하게만 보이던 그가, 사벨리치가 반대함에도 후하게 인정을 베풀었던 우연에 의해 반란을 일으킨 푸가쵸프앞에서도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사랑하는 여인도 무사하게 구출할 수도 있었다. 자신과 반대편이란 이유로, 자신에게 복종을 맹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치의 망설임없이 대위와 소위를 죽였던 것과는 달리 자신에게 베풀었던 인정을 인정으로 갚았던 푸가쵸프의 인간적인 면모에 의해 우연히도 목숨을 구하고, 우연히도 마리야가 만난 여인이 여제였기때문에 페트루샤와리야의 사랑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 확실히 지나친 "우연"에 의해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고, 그래서인지 역사적 이야기라기보단 통속적인 사랑이야기라고 느껴지는, 아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