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그림 - 혀끝으로 읽는 미술 이야기
미야시타 기쿠로 지음, 이연식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그림 <리코타 치즈를 먹는 사람들>로 표지를 해서인지 <맛있는 그림>이란 책제목을 보며, 이 그림처럼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포착한 그림들을 위주로 다루고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던 것과는 달리 이 책은 전반적인 먹을 것을 그린 그림을 다루고 있었다.  

정물화로만 생각했던 과일그림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고, 종교화로만 생각했던 그리스도와 열두제자가 식사를 하는 <최후의 만찬>도 음식의 초점에서 바라보고 있고, 예술과 상업주의를 결합한 팝아트의 창시자인 앤디워홀의 <캠벨 수프 통조림>도 일상적인 음식에서 바라보며, 점잖은 신사들이 풀밭위에서 벌거벗은 여자와 앉아있어 많은 논란을 가져왔던 마네의 <풀밭위의 식사> 역시 음식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음식을 통해 처음 만나본 그림은 그리스도와 열두제자의 모습이 담긴 <최후의 만찬>이었다. 그리스도와 열두제자의 마지막 식사장면에 등장하는 포도주와 빵이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의미한다는 것은 익히 들어와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식탁엔 빵과 포도주 이외에 생선요리 또는 고기요리가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생선요리가 '하느님의 아들이자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수도'를 가리키는 암호이며 새끼양은 그리스도의 희생을 뜻하기도 하지만 빵이 중요할 뿐 어느 고기이든 부수적인 모습을 한다는 이야기였다. 흠.. 원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사물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았지만.. 생선요리냐 고기요리냐에 따라 유대교인지 그리스도교인지를 의미하는 바가 달라진다니.. 역시 그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더욱 어려워지고, 복잡해지는 것 같다.. 

이런 그리스도교의 최후의 만찬이 일본 미술 속에서도 등장을 하였다. 비록 빵과 포도주, 그리고 생선요리가 밥과 국으로 바뀌어 나타나긴 했지만 에도시대 박해를 받으면서도 믿음을 지켜가기 위해 그렇게 변형하여 간직했다는 그림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전혀 색다른 느낌의 만찬이었다. 일본에서도 박해를 받으면서도 의미를 간직하기 위해 변형을 했던 그림인데 우리나라엔 그런 그림이 없을까? 우리나라에도 분명 있을 것 같은데 일본인이 쓴 책이다 보니 일본 작품만 첨부되어 있어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다..(그러고보면 <무서운 그림>을 읽을 때에도 저자가 일본인이라 한국인의 정서에 안맞는 부분을 보며 조금씩 아쉬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리고 "탕자이야기"에 담긴 연회장면 역시 인상깊은 식사이야기였다. 수많은 작가들이 탕자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남겼고 나 역시 다른 책들에서 소개하는 탕자이야기를 여러번 보았다. 대부분의 탕자이야기는 노름에 빠져있거나 여색을 즐기며, 결국엔 타락하여 늙은 노파와 결혼하고 감옥에도 갇히는 모습을 그렸던 것 같은데.. 탕자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아버지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다. 물론 화가들의 입장에선 반성하는 아들에게 열어주는 연회보단 호화찬란하며 악과 색의 유혹으로 넘치는 방황하는 탕아의 모습이 더 매력적인 소재이기에 주로 그려졌다는 이야기에 금새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며 위안을 삼았지만 말이다^^    

이 외에도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과 도축된 고기들이 걸려있는 푸줏간, 수많은 음식재료들이 즐비한 시장의 모습과 사육제와 사순절을 준비하는 모습, 사튀로스가 자신의 아이를 잡아먹거나 극한 상황에서 인육을 먹는 사람의 모습, 심지어 페미니즘적 입장에서의 음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미로서의 음식을 바탕으로 그림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정말 음식 그리고 식사장면에 대해 그린 그림이 정말 많다. 아담과 이브의 그림엔 선악과인 사과가 들려있기도 하고, 그리스 로마신화 이야기 중엔 사과를 들고 있는 파리스도 있고, 단순히 고단한 농민들의 삶의 모습을 바라보게 만들던 고흐의 감자먹는 사람들도 결국은 "음식과 식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그림이고.. 주된 내용은 아니지만 연회 중에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그림들도 많고,, 하나의 상징물로서 사과만을 바라보고, 고흐의 작품으로서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과는 달리 "음식"이라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지 않던 그림들 역시 "음식"이라는 입장에서 처음 보니 그 느낌 또한 새로운 것 같다.. 역시 그림이란 한 가지 의미로만 해석되는 것이 아닌 여러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고, 그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그림읽기 방법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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