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과 환상이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이곳, V파...

네크로폴리스 1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6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8월

네버랜드 이후 온다리쿠의 팬이 되어 무수한 작품을 읽었다.. 학교괴담형식의 여섯번째 사요코나 도코노일가의 엔드게임, 민들레공책, 빛의 제국, 학생들의 성장이야기인 밤의 피크닉이나 네버랜드, 그리고 학원제국의 이야기인 보리의 바라에 가라앉은 열매 등 다양한 스타일의 소설을 접했지만 이번 네크로폴리스와 같은 소설은 처음이었다..  

약간 비슷한 이야기로는 메이즈가 있긴하다.. 메이즈가 '존재하지 않는 장소', '있을 수 없는 장소'라 불리는 일명 두부라는 장소는 사람이 사라지는 장소로 기묘한 느낌이 드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V파라는 나라의 어나더 힐이라는 공간을 얘기하는 네크로폴리스와 너무나도 유사해보였다.. 하지만 메이즈가 단순히 그 곳에서 사람이 없어지는 이유를 밝히기 위한, 과거의 사건을 조사한다는 점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사건이 벌어지는 네크로폴리스와는 차이점을 보였다..

읽다보니 독특한 분위기에 처음 느껴보는 듯한 느낌의 작품이기에 점점 빨려들어갔지만 온다 리쿠의 작품치곤 1,2권으로 나뉘어진 장편이라 처음 읽기까지가 너무나 힘들었다.. 장편소설이라고는 해도 이제까지는 1권으로만 이루어져있던 온다리쿠의 소설이라 2권이라는 분량은 심적으로 압박감을 줄 뿐만 아니라 워낙 작품의 기복이 큰 온다리쿠인지라 읽기까지가 너무나 힘들었다..  

그런 부담감을 갖고 읽기 시작한 네크포 폴리스는 초반에는 기대 이상이라는 느낌과 더불어 왜 이제야 읽었는지 후회가 되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허무하게 풀리는, 광범위하게 벌려놓았던 이야기가 어이없이 해결되는 모습에 맥이 빠질 지경이었다.. 그래서인지 2권 중반이후부터는 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읽을 뿐 기대감도 긴장감도 재미도 사라진 후였다.. 약간의 뒷심만 발휘된 책이었다면 정말 독특한 분위기의 재미있는 책이었을텐데.. 허무한 결말에 의해 책 전체에 대한 이미지도 나빠졌을 뿐이다.. 

네크로 폴리스는 영국과 일본의 전통이 혼합된 문화를가지고 있는 가상의 나라 V파를 배경으로  손님이라 불리는 것들을 맞이하는 축제인 히간을 매년 벌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처음엔 손님이나 히간, 그리고 어나더 힐이라는 장소와 더불어 수많은 등장인물에 조금은 혼란스러웠다.. 그 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성지인 어나더 힐로 돌아오는 것을 손님이라 일컫을 뿐만 아니라 그런 손님은 보통 사람들처럼 행동하고 이야기하고, 옷을 입는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존재였다..  

그런 히간이 열리는 기간에 갑자기 일어나는 연쇄살인!! ‘피투성이 잭’의 소행으로 여겨지는 연쇄살인의 범인을 찾기위해 갓치를 벌이기도 하고 손님들이 더이상 찾지 않자 햐쿠모토가타리를 하는 등 매년 열리는 최대 행사인 히간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일어나는 이상한 사건들과 그 사건을 파헤쳐나가는 라인맨과 처음 어나더힐을 방문해 남못지 않은 능력으로 손님을 만나고 사건의 단서를 발견하는 준이치로, 그리고 사라진 흑부인 메리와 쌍둥이형에게 위협을 받다 사라진 지미의 이야기가 뒤섞여 하나의 결말로 치닫는 듯 보였다.. 

이런 사건들로 긴장감을 고조시켰던 네크로폴리스가 서맨서의 한마디로 켄트삼촌의 행방이 허무하게 밝혀지고, 준이치로에게 갑자기 나타난 지미와 테리에 의해 지미의 잠적이유 뿐만 아니라 살인사건의 배후까지 너무나도 단순하게 풀린다.. 이건 뭐 사람을 긴장감으로 고조시켜놓은 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고 할까나? 너무나도 허무한 사건해결에 맥이 풀려 책에 대한 재미가 전부 사라졌으니 말이다..  

원래 온다리쿠의 작품기복은 라이온 하트와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이후로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지만.. 이번 네크로폴리스처럼 처음의 긴장감을 맥없이 없애버리는 작품은 없었는데.. 결말부분만 좀 더 흥미진진했더라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만 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