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용서해야 하는가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지음, 원마루 옮김 / 포이에마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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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7월 12일, 미국 뉴욕 시 경찰관 스티븐 맥도널드는 순찰을 돌기 위해 센트럴파크에 들어섰다가 수상해 보이는 십 대 무리와 마주쳤습니다.

   경찰을 보고 달아나는 아이들을 쫓아가 잡았을 때, 한 아이가 (나중에 알고 보니 15세였다고 하더군요) 그의 뒤로 돌아가 그의 머리에 총을 쐈지요. 그가 쓰러지자 그 아이는 그의 목에 두 번째 총을 발사했고, 한 번 더 총을 쏘고 달아났습니다.

   48시간 동안의 수술과 치료를 통해 의료진은 불가능한 일을 해냈습니다. 그를 살린 것입니다! 그러나 물론 이전과 같은 삶까지 돌려줄 수는 없었지요. 목을 관통한 총알이 척추를 건드려서 팔과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고, 산소 호흡기가 없이는 숨도 쉴 수 없었습니다. 정말 비참한 상황에 빠지고 말았지요.

   그리고 몇 달 뒤, 스티븐은 아내와 함께 기자회견을 합니다. 그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그 자리에서 그와 그의 아내는 그 소년을 용서했다고 발표했지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이 물음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척추에 박힌 총알보다 가슴속에서 자라는 복수심이 더 끔찍하다고 믿으니까요. 만약 복수심을 안고 살았다면, 영혼의 상처는 더 깊어졌을 것이고 주변 사람들을 더욱 아프게 했을 것입니다. 물론 힘들 때도 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분노는 감정 낭비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거의 매일 그날을 생각하지요. 하지만 그때마다 이렇게 말합니다. '그를 용서한 걸 후회하지 않아'" 아...

   기독교의 많은 덕목 중에서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은 사랑이시라'라고 선포할 정도이니 말할 것도 없지요. 그렇다면 사랑의 최고봉은 무엇일까요? 저는 바로 '용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가장 어려운 것이기도 하지요.

   이 책은 용서에 대해 철학적으로 분석하거나 체계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조금 산만하기도 합니다.) 대신 용서에 대한 수많은 사례들을 들려주지요. '용서의 사례'라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용서가 필요한 '악한 상황의 사례'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이 책에는 가정이나 학교에서의 일상적인 폭력부터 살인이나 폭행과 같은 범죄, 점점 일상화되고 있는 테러, 그리고 아우슈비츠나 르완다의 학살이나 미국의 인종차별 등과 같은 거대한 상황까지 참으로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합니다. 읽다보면 가슴이 답답해질 지경이지요.

   그런데, 그 안에 빛나는 별들이 있습니다. 아니, 별이라기 보다는 눈물이라고 하는 것이 더 좋겠네요. 원망하고 증오하고 복수하기를 꿈꾸는 대신에 용서하고 사랑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지요. 그들의 노력은 때로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하고, 가해자가 받아들이지 않아서 허탈하게 끝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에는 가해자를 변화시켜서 새사람이 되게 하고, 주변을 감동시킵니다. 그리고, 또다른 용서를 낳지요.

   이 책은 결코 용서가 쉽다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용서를 실천한 사람들도 용서가 단번에 되지는 않았다고, 용서했더라도 다시 복수심에 사로잡힐 때가 많았다고 이야기하지요. 그리고 지금도 완전히 용서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실, 그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정말 용서는 죽을 때까지, 날마다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싸움입니다! 아, 용서는 정말 어렵습니다.

   또한 이 책은 용서에 대해 낭만적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피해자의 슬픔과 분노를 무시하거나 그 죄를 가볍게 보지 않지요.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 진실을 밝히는 것, 잘못을 회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인정합니다. 다만 용서의 힘을 더 힘주어 이야기합니다. 과거의 속박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고 장애물을 극복하게 하며 용서하는 사람과 용서받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고 결국 세상을 바꾸는 힘 말입니다. 사실 우리를 본질적으로 해방시켜서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한 것도 예수님의 용서 아닙니까!  

   아내가 이 책을 읽더니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어휴, 이 이야기들을 읽으니까 우리가 용서 어쩌구 말하기는 너무 부끄럽다." 정말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제가 고민하고 상처받은 일들은 너무도 사소한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밴댕이 소갈머리같은 제 모습이 부끄러워졌습니다.ㅜㅜ

   이 책은 독자들을 용서의 자리로 초청합니다. 낙심과 복수, 증오와 상처의 자리에서 희망과 관용, 사랑과 회복의 자리로 오라고 부릅니다. 과거에서 벗어나 함께 미래로 나아가자고 권유합니다. 힘들지만 시작해보자고 말합니다. 

   뉴욕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했던 도로시 데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연못에 돌을 던지면, 그 돌이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고, 그 파문에 퍼지고 퍼져 온 세상에 닿을 것입니다."

   우리 손에 용서의 돌이 주어졌습니다. 이제 그 돌을 던져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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