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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독교 사상가 10인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 IVP / 199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기독교가 2000년에 걸쳐서 오늘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때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기도, 그리고 논쟁과 합의가 있었습니다. 또한 고비고비마다 걸출한 인물이 나타나서 그동안의 흐름을 정리하거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기도 했지요. (물론 그 모든 것은 한 사람만의 힘으로 된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모두 하나님의 은혜구요.)
그런데 솔직히, 우리들 대부분은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막연하게 들어는 보았지만, 정작 그들이 무엇을 고민했고 무엇을 주장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들의 사상이 워낙 방대하기도 하고, 그 시대의 배경까지 알아야 하는 일이라서 엄두를 내지도 못했지요. 신학생들이야 그래도 교회사상사 시간에 조금씩은 배웁니다만 일반인들은 그나마도 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마어마한 양에 질리기도 쉽구요.
오늘 소개하는 책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줍니다. 일단 얇습니다!!! 겨우 190페이지 밖에 되지 않아요!! 이 얇은 책 한권에 10명의 사상을 담아냈습니다!! 아니 이런일이!! 그 이름을 보면, 예수님의 신성을 주장했던 아타나시우스,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했던 어거스틴, 우리의 죄를 배상하려면 십자가가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주장한 안셀름, 하나님은 자신을 우리에게 우리 수준에 맞게 계시한다고 보았던 아퀴나스, 종교 개혁의 깃발을 높인 들어올린 마틴 루터,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강조한 칼뱅, 교리적 측면보다 생활적 측면의 개혁에 관심을 두었던 쯔빙글리, 하나님의 영광을 보려면 회심해야만 한다고 주장한 조나단 에드워즈, 자유주의 신학에 맞서 하나님은 하나님이시라고 주장한 칼 바르트, 인간 내면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갈망에 대해 고민했던 CS루이스입니다. 우와~ 어마어마하지요? 이런 일을 과연 누가 해냈을까요?
저자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현재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신학자 중 한사람입니다. 20대에 이미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던 수재였던 그는 그 이후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고, 역사신학으로 방향을 틉니다. 탁월한 통찰력과 왕성한 저작활동으로 복음주의의 대표적인 신학자로서 자리매김을 했고 지금은 옥스포드대학에서 석좌교수를 하고 있지요.
사실 내공이 있는 사람은 어려운 것을 쉽게 설명하는 사람입니다. 자기들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하는 학자들은 허세를 부리는 것이거나 오히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입니다.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한 사람은 그것을 쉽게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10명의 거인들의 삶과 사상을 이렇게 얇은 책에 요약하는, 거의 불가능한 일을 그가 해낼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내공이 만만찮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저자가 쓴 다른 책들은 보통 500페이지를 넘습니다.)
물론 거대한 내용은 이렇게 압축하다 보니 당연히 많은 이야기들이 삭제됩니다. 그들의 사상 중 아주아주 일부만 소개하는 차원에 그치지요. 따라서 저자의 바람도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이 위대한 사상가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어 그들의 책을 직접 읽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얇다고 해서 우습게 보아서는 안됩니다. 역사신학의 고수답게 저자는 핵심적인 이야기들을 잘 풀어주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왜 이런 신학자들의 삶과 사상을 읽어야 하는 것일까요? 그냥 믿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예 맞습니다. 그냥 예수님을 믿으면 됩니다.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말이지요. 그런데, 안셀름의 말을 인용하자면 '믿음은 이해를 추구합니다.' 다시 말해, 어떤 사람이 일단 믿음을 갖게 되면, (믿음을 가지게 되는 것은 그야말로 은혜이지요. 너무나 다양한 방식으로 믿음을 가지게 됩니다.) 이미 믿은 것을 이해하려는 자연스러운 욕망이 생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믿음은 배워서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믿음이 생긴 다음에는 그 믿음은 자라야 하는 것이며, 그러려면 지적인 사고와 이해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것을 저자는 철근을 넣어서 보강한 콘크리트에 비유합니다. 즉, 이해를 통해 보강된 믿음은 압력을 받아도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또한 보디빌딩에 비유하기도 하지요.
그러면, 믿음이 자라기 위해서는 성경만 읽어서는 안되는 것일까요? 저자는 이에 대해서, 기독교 사상가들에 대해서 읽는 것은 그들과 함께 성경공부를 하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서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었던 성경구절을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게 되고, 이전에 까다롭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을 꿰뚫어 볼 수도 있게 됩니다. 또한 그들의 간증을 통해서 감동받을 수도 있구요. 성경은 물론 개인이 묵상하기에도 유익하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서 나눌 때 훨씬 풍성해진다는 것은 우리들도 이미 경험한 사실 아닙니까? 그러니 이렇게 위대한 사상가들과 함께 성경을 읽으며 토론하는 자리에 초청받는다면 얼마나 좋은 기회이겠습니까? 물론 너무 어렵게 얘기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말이지요. (다행히 맥그래스는 쉽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 책을 읽다보면, '해 아래 새것은 없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들이 직면하는 질문이나 그와 연관된 질문들은 대부분 과거의 그리스도인들이 직면했던 질문들이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다른 그리스도인이 제시한 답변 가운데 어떤 것들은 오늘날에도 크게 도움이 됩니다. 우리가 이해하기에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때도 말이지요. 그래서 제가 이 책을 읽고 냈던 리포트의 제목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들이나 나나'였습니다. 교수님이 웃으시더군요.^^
히브리서 12:1에는 '우리에게 구름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하는 신앙생활을 믿음의 경주라고 표현할 때 이미 앞서서 달려갈 길을 마치고 응원석에 앉아서 우리를 응원하고 있는 믿음의 선배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들의 고민과 나름대로의 해답, 무엇보다 하나님을 알기 위한 열정과 갈망은 우리에게 길을 알려주기도 하고, 빛을 비춰주기도 하며 큰 힘이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목은 'A Cloud of Witnesses (증인의 구름)'이랍니다. 왠지 출애굽한 이스라엘을 인도했던 구름기둥이 생각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