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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生生 심리학 - 생활 속에서 써먹는, 살아 있는 ㅣ 생생 심리학 1
이소라 지음 / 이밥차(그리고책)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부터인가 심리학이 대유행입니다. 인터넷에는 '남자들은 모르는 여자들의 심리'라거나, '당신의 지갑을 열게 하는 마트의 심리전' 등의 이야기들이 넘칩니다. 심리학에 관한 책들도 많이 출간되었구요. 이제는 아동심리, 청소년심리, 노인심리 등으로 점점 더 세분화 및 전문화 되고 있고 심리치료 또한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마음의 아픔이 많아졌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이제 좀 먹고 살만해져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처음부터 책으로 기획된 것은 아닙니다. 카톨릭대학교 심리학과를 다니던 저자가 (어린 대학생이라는 이야기지요.) 자신의 블로그에 재미있는 심리학 이론들을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자가 300만명을 넘게 되고 결국 이렇게 책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요즈음에는 이렇게 책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들이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게 되고 책으로 엮이게 되는 것이지요. 요리법, 여행기, 육아법.. 등등 각종 분야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혹시 압니까? 이 서평들도 나중에 모여서 책이 될 지. ^^;;)
이 책에는 블로그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55개의 내용을 엮어 놓았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먼저, '이렇게 당연한 것을 이론으로 만들다니!' 하는 생각이 드는 예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킨십이 아이에게 좋다, 여럿이 일을 할 때는 혼자 할 때보다 열심히 하지 않는다, 첫인상이 중요하다.. 이런 것들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심리학자들은 이런 것들을 실험과 관찰을 통해 증명을 하고 이름까지 붙였더군요. 스킨쉽이 좋다는 것은 '접촉위안', 집단 작업을 할 때 성취가 떨어지는 것을 '사회적 태만', 첫인상의 중요성을 '인상의 초두효과' 등등으로 말이지요. 왠지 좀 있어보이지 않습니까?^^
또, 어떤 것들은 읽어보면 '오호~그렇구나'하고 반응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심리학자 앨리어트 애런슨과 다윈 린더는 80명의 실험참가자를 모집해서 서로 개인에 대한 평가를 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중 절반은 실은 미리 실험자와 짠 사람들이었지요. 이 스파이들은 다음의 4가지 유형 중 한가지를 택해서 진짜 실험참가자들에게 말해주었습니다.
1유형 : '지적으로 보이시네요. 아무리 봐도 호감형이에요' -> 처음부터 끝까지 긍정적으로 말하기
2유형 : '공부 못할 것 같아보여요. 암만 봐도 비호감이다.' -> 처음부터 끝까지 부정적으로 말하기
3유형 : '귀엽게 생겼네요. 근데 좀 생각 없어 보인다.' -> 긍정적으로 말하다 부정적으로 말하기
4유형 : '까칠할 것 같아요. 그래도 책임감 있을 것 같네요.' -> 부정적으로 말하다 긍정적으로 말하기
그리고 나서 진짜 참가자들에게 스파이들에 대한 호감도를 평가하라고 했는데요. 호감도 평균점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1위 : 부정적 -> 긍정적
2위 : 일관된 긍정적
3위 : 일관된 부정적
4위 : 긍정적 -> 부정적
이었습니다!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나서 바로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이전의 긍정적인 평가도 왜곡하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평가 후 바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 이전의 부정적인 평가도 신뢰할 수 있는 지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해야 한다면 지적한 후에 좋은 면을 같이 칭찬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넌 다 좋은데 이게 문제야.'라고 하는 것 보다는 '넌 이 점만 고치면 진짜 좋은 녀석이야' 라고 하는 것이 잘 받아들여진다는 것이지요. '오호~ 그렇구나'
좀더 간단한 실험 하나만 더 이야기해볼까요? 독일의 사회학자 프리츠 스트랙이라는 사람이 한 실험인데요, 실험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눠서 A그룹에게는 볼펜을 이로 물고 입술을 벌리고 만화책을 보게 하고, B그룹에게는 볼펜을 입술로 물고 만화책을 보게 했습니다. 볼펜을 이로 물고 입술을 벌리면 웃는 듯한 표정이 되고, 입술로 물면 불만이 있는 것처럼 입이 나오게 되기 때문이지요.(지금 한번 해보세요.) 그리고 나서 만화책이 재미있었냐고 물었더니 A그룹 사람들이 더 많이 재미있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웃겨서 웃는게 아니라 웃으면 웃긴다는 말이 옳은 것으로 증명된 것이지요. '오호 그렇구나~' 재미있지요?^^
이런 재미있는 실험과 이론들과 더불어 돈을 아끼는 심리학적 방법, 호감을 일으키는 방법 등 제법 쏠쏠한 팁들도 들어 있습니다. '똑똑하게 보이려면 말을 빨리 하라','공돈을 목돈으로 만들고 싶다면 2주만 참아라' '결심을 지키려면 여기저기 떠벌이고 다녀라.'..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기독교는 심리학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을까요? 현대의 교회가 복음보다는 심리학에 더 빠져서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고 조작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도구로 잘 사용할 수 있다고 보시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까지가 선용이고 어느 정도부터가 남용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말입니다. 이런 책에는 심각하게 반응하지 말고 그냥 가볍게 웃으면서 읽어주면 됩니다. 상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내용들이거든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재미있는 그림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원래 미술을 전공하려고 했었다고 하더군요. 어쩐지..) 이 글에서 그 그림들을 보여드릴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거나 복잡할 수 있는 심리학의 이론들을 재치있는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쉽고 생생하게 풀어내는 저자의 내공과 노력이 놀랍고 가상합니다. 이런 수고 덕분에 우리는 키득대면서 책을 술술 읽고 쏠쏠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잠깐, 제 아내가 대학 때 부전공으로 심리학을 공부했었는데, 혹시 그래서 제가 넘어간 것은 아닐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