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너 자매 (리커버) 을유세계문학전집 여성과 문학 리커버 에디션
이디스 워튼 지음, 홍정아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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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너 자매 ㅣ 이디스 워튼

 

*“우리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걸 바라면 어쩐지 우리가 갖고 있던 것마저 빼앗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p.33) <버너 자매>

 

*언니는 애정을 동생의 운명에 너무 강렬하게 투사했기 때문에 그런 순간이면 마치 자기의 삶과 동생의 삶, 두 삶을 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행복을 갈망하는 동생을 보자 자신의 개인적인 욕망은 침묵으로 수그러들었다. (p.75) <버너 자매>

 

*그러다 데인 부인이 그들이 느끼던 내심의 두려움을 말로 날카롭게 내뱉었다. “...... ‘징구 말이로군요, 그렇죠?” (p.166) <징구>

 

*이것은 두 부인이 상대방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두 사람 모두 엉뚱한 쪽으로 망원경을 들여다보는 셈이었다. (p.196) <로마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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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리커버된 버너 자매.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여성이라 좋았고, 여성작가가 쓴 여성들의 이야기라 고전문학임에도 불편한 지점이 없었다. 여성의 내면세계를 다루는 데 있어 여성만큼 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책에 실린 세 편의 단편 모두 어떠한 모순이나 질투, 미묘한 심리 변화가 정말 탁월했다.

 

<버너 자매>는 어느 날, 작은 가게를 하는 언니 앤 엘리자와 동생 에블리나의 앞에 나타난 독일남 래미로 인해 삶이 바뀌어 버린 자매의 이야기다. 자매는 래미를 좋아하게 된다. 언니의 소리 없는 양보로 에블리나가 래미와 결혼하게 되지만... 에블리나가 아 언니, 정말 천국 같지 않았어?”라고 말했을 때 앞으로의 전개를 예상할 수 있었다. 지옥이 되리라는 것을.

글을 읽는 내내 안타까웠던 것은 동생의 지옥이 결국 언니의 지옥이 되었다는 거다. 앤 엘리자가 동생을 질투하면서도 사랑한다는 게 여실히 느껴지는 묘사가 좋았다. 가령, 먼저 받은 청혼을 거절하고 비통한 마음으로 동생에게 잘 자라고 키스하는 부분이라든지. 동생이 떠나고 고독해진 감정 표현이라든지, 자매간의 심리 묘사가 공감됐다. 결말조차 희망적이지 않다는 점이 자연주의 소설 같다


<징구><버너 자매>와 달리 상류층 여인들의 허위 허식을 다룬다. 독서 모임의 부인들은 로비 부인을 무시하는데, 초청 인사 앞에서 로비 부인이 언급한 징구때문에 벌어지는 이야기다. 다들 징구가 뭔지 아는 척하느라 여념이 없다. 결국 징구의 정체로 인해, 그간 지적인 척해 온 부인들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마지막 <로마열>은 어릴 적 친구인 두 여성의 대화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앞선 두 소설이 굉장히 속도감 있었던 터라 <로마열>은 다소 심심하게 읽혔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드러나는 진실에 눈이 번쩍 떠졌다. 서로 시기하는 부분보다 폭로하는 장면이 정말 압권이다.

 

가끔 미국 문학을 읽을 때 느껴지던 지루함이 버너 자매에는 전혀 없었다. 전개가 시원시원하고 도파민이 계속 터진다. 착하든 나쁘든, 가난하든 부자든 주인공이 전부 여성인 게 좋았다. 이디스 워튼은 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복잡한 감정을 정말 잘 묘사하는 작가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반전, 위트가 있어 어렵지 않게 읽기 좋다. 세계문학전집에 관심이 있다면 버너 자매로 입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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