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의 선택」의 이 장면을 읽고 나는 절대로 저런 사서가 되지 말아야지‘라는 결심이 지금은 불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못내 아쉬웠다. 누군가 내게 ‘에밀리 디킨스‘라고 말했을 때 영국작가 찰스 디킨스와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을 동시에 떠올릴 수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속으로만 생각할 뿐이다. 내가 아는 게전부인 양 누군가를 가르치지 않고 같이 배우고 함께 찾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 P185

구글도 없는 그곳에서 이렇다 할 실마리조차 찾아내지 못하던중 그는 대학생 시절 교수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모든 방법이 실패하면 포기하고 도서관에 갈 것."
나는 이 문장이 왜 이리도 마음에 들던지. 이 대목을 몇 번씩 다시 읽다가 멈춘 채 이 글을 쓰고 있다. 마치 이런 기분이었다. 내가 믿고 있는 어떤 것, 그러니까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남아 있는 보루가 도서관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서도 인정받은 기분,  - P211

1928년 가을, 강연을 준비하던 버지니아 울프는 필요한 자료를찾아 근처 도서관에 갔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출입을 제지당한다.
마음속으로 분노와 저주를 퍼부어 보아도 굳게 닫힌 도서관의 문은 여전히 높고 견고하기만 했다. 1789년 프랑스 시민 혁명을 거쳐 19세기 후반부터 제한적으로 시작된 여성 참정권이 영국에 도입된 해는 1918년, 지금처럼 누구나 무상으로 도서관을 이용하기까지는 여성 참정권 투쟁의 역사만큼이나 길고 지난한 시간과 희생이 필요했다.
당시의 환경을 이해하면 "여성이 글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 라는 버지니아 울프의 말이 실로 절실하게 느껴진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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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좋아지죠.
좋은 책은 만질수록 좋아지는데, 나쁜 책은더 나빠지지 않고 그대로 꽂혀 있어요.

퍼시 애들론, 연어알(영화, 1991)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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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은 『모비딕을 시작하기에 앞서 고래가 등장하는 「발췌록」을 보여 준다. 『성서』의 「창세기」와 고대 철학서에 등장하는 고래부터 라블레와 셰익스피어의 고래, 존 버니언과 찰스 다윈의 고래, 출처 불명의 고래까지. 세어 보니 여든 개였다. 멜빌은이 발췌록을 "어느 사서 보조의 조수"에게 얻었다고 밝혔다.  - P49

그런데 문득 ‘내가 저들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들었다. 나는 저들의 얼굴과 직업을 알고,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일하는 일터도 알고, 일하는 습관과 업무의 고단함을 알고 있는데이게 정말 저들을 알고 있는 걸까? 저들에게 나는 그저 매일 택배상자 하나를 들고 와 번호표를 뽑고 앉아 있다가 차례가 되면 다가오는 수백 명의 손님 중 한 명이다. 감사하다는 짧은 인사를 건네지만 그 역시 수백 명에게 듣는 작은 웅얼거림일 뿐이다.
한번은 여느 날과 같이 택배를 부치려는데 옆 창구 손님이 직원에게 감사하다며 막대 사탕 하나를 주는 것을 보았다. 사탕을 받은 직원은 물론 그 옆자리 직원까지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활짝 웃었다. 그 순간 나는 마치 그 막대 사탕으로 이마를 톡맞은 것처럼 정신이 들면서, 도서관 사서로 있던 때에 이용자에게서 받았던 사탕과 과자, 젤리 같은 것이 떠올랐다. 수정과와 오미자차, 직접 만든 딸기 주스까지 ………. 관공서 직원을 멀리서 관찰하고 짐작하는 건 그 마음에 비하면 너무나 가벼웠다.
- P51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에는 베를린 시내를 돌며 사람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두 천사가 나온다. 다미엘과 카시엘은 자신이 수집하고 기록한 인간의 모습을 서로에게 이야기해 주며 시간을 보낸다. 인간과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것에 만족하는 카시엘과 달리다미엘은 인간의 감정을 똑같이 느끼고 싶어 하고 급기야 천사의영원한 시간 대신 인간의 선명하고 유한한 삶을 선택한다.
영화에는 도서관이 세 차례 등장한다. 다미엘과 카시엘은 산책가듯 자연스럽게 도서관에 드나들고 거기서 다른 천사들을 만난다. 사람들은 모두 묵독을 하고 있지만 천사의 귀에는 책을 읽는소리와 함께 각자의 고민까지 그들의 목소리가 잔잔히 들린다. 도서관의 천사들은 각각 흩어져 사람들 곁에 머물며 이따금 그들의어깨에 살포시 손을 얹는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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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을 표시하고 왜 그랬는지
이유를 말하고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상을 하고
예방을 약속하고
용서를 구한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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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때 은지는 처음으로 잘못하지않아도 불행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람들은모두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일에 영향을 받고 책임을 지고 때로는 해결하면서 살아간다는 사실도.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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