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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 그린 -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
버지니아 울프 지음, 민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평점 :
자기만의 방으로 이미 많은 독자들에게 익숙한 버지니아울프.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도 이상하게 나는 그녀을 글을 접해보질 못했었다.
이번에 마침 단편집이 출간되어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에선 18개의 버지니아 울프 단편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제목도 색이고 표제작도 색이더니
나오는 작품들에도 각종 색이 자주 등장해 머릿속이 다양한 색채로 이뤄진 알록달록한 풍경으로 가득해진다.
처음 시작을 여는 블루&그린에서는 배경과 텍스트도 그에 맞춰 파란색과 초록색 이미지에 인쇄되어 있어서 읽으면서 색을 느끼기에 최적화되있다.

책을 읽을 때 상상해가며 읽는 편인데 이 책에서는 유독 색감이 살아나는 기분이다.
특히 <과수원에서> 라는 글이 짧지만 독특하고 재밌다고 느껴졌다. 이 글에서는 색과 소리 풍경에 대한 섬세한 묘사로 두세페이지만에 오감이 동원되어 사과나무 밭의 풍경과 아이들의 공부소리, 불어오는 바람이 느껴지는 듯 하다.
묘사나 비유들이 엄청나다. 그러나 문장이 장황하게 늘어지거나 군더더기 없다. 짧고 간결하지만 힘있는 묘사로 강렬한 장면을 남긴다.
p9
뾰족한 유리 손가락이 바닥을 향해 매달렸다
p41
런던은 사정 없이 솟구쳐 창문으로 밀려 든다
이런 문장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내는거야..
p216

이런 실험적인 구조의 글도 있다.
해설에서 비유하듯 울프 의 소설들은 마치 피카소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다양한 문장구조나 독특한 구성으로 어떤 글은 조금 혼란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짧은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다른 울프의 작품들을 어렵게 느꼈던 사람이라면 나처럼 이 책으로 입문하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에서 울프의 이런 문장구조들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어렵다고 느껴질때쯤 한 작품이 끝나있기 때문에 읽는 과정이 재밌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뒤에 실린 해설이 굉장히 친절하게 작품들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에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글이 있다면 해설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놓친부분들도 알아갈 수 있어 매우 좋다.
초반 다섯개정도의 작품은 두번이상 읽었는데 질리지않고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16일부터는 독파에서 이 책으로 챌린지를 한다길래 신청해봤다.
챌린지하며 재독해보며 또다른 매력을 찾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