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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딱 좋아 ㅣ 웅진 당신의 그림책 3
하수정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3월
평점 :
표지 속 주인공 할머니는 봄 햇살이 나무들 사이로 눈 부시게 부시는 어느 놀이터에서 그네에 앉아 해맑게 웃고 있군요.
할머니의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 하며 책장을 넘기지만, 표지와 다르게 할머니는 집 안에서 베란다를 향해 밖을 내다 보고 있어요. 더군다나 첫 대사가
"여 다 있는데, 뭣 하러 밖에를 나가..."
이렇게 시작하군요. 큼직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세상을 집 안에서 내다 보는 것만으로도 할머니의 일상은 괜찮은 걸까 궁금해지군요.
진선이, 민철이, 민식이, 영순이, 민주, 봉선이, 계석씨
할머니에게는 친구도 많군요. 개개 친구마다 할머니와는 소중한 추억도 있어요. 그 추억을 되새기며 수다를 떨다 보면, 밖에 나가지 않아도 심심하지 않을테니 굳이 밖을 나서지 않는 할머니의 고집이 이해가 되기도 해요.
현실에서 잘 어울리며 지내는 할머니와 친구들은 꿈 속에서까지 정겹게 지내는 것 같군요. 물론 친구들은 할머니가 자기를 더 사랑한다며 주장하기 바쁘지만요.
그랬던 할머니에게 예기치 않은 사건이 일어나며 정겹던 그림책의 분위기는 반전을 맞아요.
큰 사건 이후에 할머니의 아침 인사는 다르게 시작해요.
베란다 가까이 앉으면 세상이 다 보이고 친구들도 많으니 "지금이 딱 좋아" 라며 집 안에서만 움직이던 할머니는 사건이후 맞는 오늘에서는 무언가 용기를 내보려 하네요.
"오늘은...좀 다르게 해...볼까?"
진선이부터 계석씨까지 집 안에서만 어울리던 다수의 친구들 덕택에 연을 맺은 동네 사람들을 만나러 햇살 맞으며 봄의 기운이 완연한 하늘 아래서 진짜 우정을 만들어 가요.
경철씨, 지숙씨, 시훈 총각
그리고 순애 할머니가 준비한 차를 마시며 "진짜" 봄이 올 것 같다고, 네 사람은 따스하게 마음을 나눠요.
하수정 그림책 작가는 할머니를 통하여 봄을 누리는 좋은 때란 없다고, 모든 이들의 봄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 지금이 딱 좋아>에서 천천히 다정하게 그림 속에 녹여내고 있어요.
사계에 빗대어 인생을 비유할 때, 노년의 정체된 삶과 봄은 자연스러운 조합은 아닌데 순애 할머니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생명의 봄이 일렁거려요. 특히 할머니가 사랑하는 집안 가전 친구들 덕분에 만나게 된 이웃들과의 어울림으로 이어지는 후반부로 들어가면 노년의 삶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다시 생각하게 해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을 정리하는 노년 시기라고 생각하지만, 순애 할머니처럼 용기를 내어 새로운 관계를 맺고 늘 보던 자연에서도 새로운 관점이 생긴다는 것을 그림책은 잔잔한 그림으로 알려주고 있어요.
코로나 시국에 다들 집 안에 웅크리고 있는 시기가 길었지만 이 그림책과 함께 다들 기지개 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