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누구니 - 젓가락의 문화유전자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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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내가 좋아하는 사람 유형은 똑똑한 이다. 달변이 아니어도 촌철살인의 변을 보이는 똑똑한 사람을 좋아한다. 요즘은 배우자와 사회적 관계를 공유하지 않으나, 과거 그와 공유하던 때에 좋았던 점 중에 하나도 똑똑한 이들을 만날 때이다. 그렇다고 내가 감성적인 것을 하대하는 편도 아니다. 얼마 전에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분이 소천하셨다. 이어령 선생님.

앞서 똑똑한 이를 좋아한다고 밝혔지만, 사실 이어령 선생을 처음부터 좋아한 것은 아니다. 아마 달변이신 게 한 이유이고, 주변부 기질이 강한 나는 조용히 뒤편에 계셔도 존재감을 발휘하는 이를 더 좋아해서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선생은 다 해당되지 않으니. 똑똑하다 못해 독보적인 분이란 점을 알았음에도 좋아하진 않았는데, 선생을 궁금케 한 책은 바로 이 책이었다.

 
 

선생보다 먼저 떠난 이민아 목사의 책을 (어떤 연유에서인지 자발적으로) 읽고 그 책에서 소개된 아버지로서의 선생이 궁금해졌다. 그러니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이성의 대명사인 선생에게 이렇게 부드러운 결이 숨어 있나 싶어서, 우리가 주저 않고 선생께 붙이는 지혜, 영성과 더불어 감성의 수식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요즘 나는 더디게 선생의 여러 책을 둘러보고 있다.

죽음에 대한 인터뷰로 구성된 두 책을 읽고 요즘 읽은 책은

한국인 이야기 너 누구니
한국인 이야기 너 누구니

젓가락을 중심으로 우리 한국인만의 내재된 문화적 특성을 해박한 지식과 분석으로 풀어내고 있는 <너 누구니>이다. 천일야화처럼 우리에게도 끝나지 않는 꼬부랑 이야기 고개가 있다는 선생의 서두를 따라 총 12개의 이야기 고개를 넘는 맛은 참으로 재미가 크다.

세계 인종을 먹는 도구(손으로 먹는 방식까지 포함하여)로 나눈다면 젓가락을 사용하는 비율은 30%이라고 한다. 한중일 삼국이 모두 젓가락을 쓰지만 젓가락의 발명부터 세세한 쓰임의 방법까지 여러 다양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각 나라의 국민성과 특징을 대비되어 나타난다.

젓가락만으로도 이렇게 두툼한 책을 저술한 선생은 젓가락질은 정말 잘 하실 거라는 것은 자명할 터이다. 하지만, 이렇게 젓가락에 대한 방대한 이야기를 전개한 배경에는 선생의 젓가락질에 대한 의외의 고백이 12번째 고개 마당에 들어 있다. 이 책의 반전이다. 빼OO데이가 아니라 젓가락의 날로 선포된 11월 11일, 2015년에 청주시의 적극적인 참여 덕택에 젓가락의 날을 한중일 삼국이 선포했다고 한다. 11 고개를 넘으면서 젓가락에 숨은, 혹은 파생된 문화 이야기에 빠져 있던 독자를 화들짝 깨우는 젓가락 축제에 대한 이야기는 역시 문화 마당을 펼치는 선생의 장기가 녹아 있다. 올해 11월 11일은 꼭 선생의 뜻을 새기며 젓가락을 주변인에게 선물해 볼까 한다.

책의 12 마당을 넘나 들며 선생과 즐거운 지적 대화 놀이를 한 듯 여겨진다. 이 책은 총 4권으로 구성된 한국인 이야기 중 두 번째에 해당한다. 이미 출간된 <너 어디에서 왔니>와 출간 준비 중인 <너 어떻게 살래>, <너 어디로 가니>도 챙겨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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