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오십, 나를 다시 배워야 할 시간 - 오래된 나와 화해하는 자기 역사 쓰기의 즐거움
한혜경 지음 / 월요일의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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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부터 내게 짓궂게 반 백 살이라고 놀리는 아이 덕에 오십 살은 이미 내 나이인 듯 지내길 몇 해째이다. 시중에 50세가 구체적으로 들어간 책은 참 많이 보인다. 나 역시 우연히도 몇 해전 <눈 떠보니 50>이란 신간 기념 행사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 행사로 50세 미리 맞기를 한 몫 한 듯싶다. 개인적으로 무척 힘들었을 시기에도 자신과 동료들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하여 "발랄하게" 투쟁한 김민식 MBC 연출자도 나오는 자리라고 해서 쌀쌀해진 가을 밤에 즐겁게 다녀온 기억이 있다. 그 책을 나름 정독하고 사실 50이란 숫자에 무감해 지고 있었다. 그러다 신간 <기꺼이 오십, 나를 다시 배워야 할 시간>의 소개를 보며 또 하나의 오십 살 관련서인 이 책을 제대로 읽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 보고 글로 풀어내는 과정은 인생의 어느 시기이든 유의미한 일일 것이다. 일기를 쓰지 않는다면, 인생의 어느 시기든 내 과거를 정리하는 작업은 여러 효과를 보일 것이고. 그런데 왜 오십 살 전후에 이 작업을 하라고 저자는 독려하는 것일까? 저자가 몇 해전 후배에게 함께 자신의 역사를 써 보자는 제안을 받고, 정작 저자는 글쓰기를 시작해 놓고도 후배의 눈치를 보고 꾀를 부렸다고 고백한다. 그런 그가 어떤 이유로 마음을 다지고, Dear My Life라는 프로젝트를 꾸려서 글쓰기 워크숍을 하게 됐는지의 여정을 독자로서 즐겁게 읽었다.

혼자 조용히 글쓰기를 하는 것과 달리 또래들과 만나서 프로젝트로 자기 역사를 쓰는 것은 나의 세계를 넘어선 큰 세계를 만나고 교류하며 내가 가진 삶의 대한 시각과 철학을 재정립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책의 개개 소제목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참여자들이 공감하는 살아 숨쉬는 삶의 철학이 녹여 있다. 

특히 현재에 충실하라는 카르페 디엠을 삶의 자세로 삼아왔던 저자가 과거에 주목하는 글쓰기 작업을 어떻게 수용하게 됐는지, 그리고 자신처럼 생각하는 이들을 위하여 네달란드인의 일화 등을 소개하며 과거를 돌아보는 의미에 대한 2장의 두 번째 내용은 더 공감하며 읽었다. 

최근 노인 대상의 그림책 심리 과정을 공부하면서 전생애기에 걸쳐 우리가 거쳐야 하는 인생 과업과 각 단계마다 겪는 마음의 과제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실제로 저자는 여러 심리학자와 이론을 책 곳곳에서 언급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과정에서 느꼈던 여러 생각이 중첩되어서 더 흥미롭고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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