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 - 어쩌다 자본주의가 여기까지 온 걸까?
데이비드 하비 지음, 강윤혜 옮김 / 선순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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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지리학자이면서 동시에 마르크스 이론가인 데이비드 하비의 신간 <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는 2018년부터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두 미디어의 강연을 기반으로 집필된 책이다. 1970년대부터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강의한 이래 지속적으로 해왔고, 2019년에 재개한 그의 이력과 함께 이 책의 각 장을 따라가다 보면 그는 천상 사회주의자란 사실에 동의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마르크스의 기계, 공장, 노동자에 대한 당대 상황에 기반한 하비의 설명도 곳곳에 있지만 현대 우리의 기술, 자본 등을 설명할 때 특히 그의 사상의 토대에 자연스럽게 독자는 동의하게 된다. 일례로 우리가 지금 편하게 쓰는 각종 IT 기술에 대한 하비의 시각은 이렇다. 10장에서 소비자인 우리의 선택권이 박탈당하는 현재 삶을 영혼 없는 삶이라고 평하는 하비는 인터넷의 초기 시절에 기술이 우리를 더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순진했던 우리의 한 때를 현재로 부른다. 자본과 기업이 인터넷 태동 이후 독점화하고 사업 모델로만 접근하여 결국 우리의 일상을 독점하고 소비 지상주의로 이끌고 있다고 씁쓸하게 말한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시각화한다면 뉴욕주의 명물이지만 흉물이기도 한 허드슨야드에서 받는 느낌이라고 한다.

하비는 이웃나라 중국이 공산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자본주의의 껍데기를 어떻게 도입하고 발전시켜 오는지에 관하여 많은 장에서 비중 있게 다룬다. 2007~8년의 금융 위기의 미국, 중국과 세계 경제를 거시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이 책은 흥미진진한 자료와 관점을 제시한다. 스스로를 진보적 독자라고 일컫는다면, 그의 견해에 많이 동의하고 공감하며 읽는 재미가 클 것이다. 그리고 팟캐스트 등의 강연을 기초로 쓰여진 책의 특성상 입말 느낌이 전해지기 때문에 딱딱하고 난해한 내용일 것이라는 선입관을 줄여주어 편안한 읽기를 제공하는 점도 이 책의 미덕이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그는 천상 인본주의자란 것이 느껴진다. 1세기 세계가 불안정한 시한 폭탄 같은 상황인지에 대한 16장 “소외”에서 개진된 하비의 분석에 무척 공감되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한 기본은 결국 ‘주거지에서 보내는 일상생활과 일터에서 보내는 일상적인 노동의 리듬’에 있는데 하비는 우리의 만족감은 점점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 현대인은 17장에서 제너럴모터스(GM)가 소형차 제조 공장을 닫기로 결정한 일련의 상황을 노동자와 그 가족의 시각에서 서술하는 하비의 음색이 지면에도 느껴진다. GM의 태동, 발전 과정과 현재의 나아진 GM의 상황을 설명하며, 기사회생한 회사가 노동자를 어떻게 부품화하고 소외시키는지를 독자에게 알린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는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하비의 음성도 들을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각계 전문가의 해석과 비평처럼 하비도 자신의 시각을 내놓는다. 다른 점이 있다면 “폭력적이고 무절제한 신자유주의자들이”라는 주체가 적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후 문장은 여느 전문가의 해석과 동일하다. 그리고 각 계층이 코로나 상황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서술하며 불안정한 고용 환경에 처한 노동자 계층을 염려한다. 그리고 코로나로 힘든 상황이지만 지금이 대안적인 사회주의를 만들 동력이 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언론에서 자본과 대기업을 변호하는 보도를 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시각도 알아가고 나름의 입장을 견지하고 싶은 이라면 꼭 일독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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