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교육에 대한 10가지 환상 - 뿌리 깊은 사회적 편견에 맞서기
쿠보타 류코.지영은 지음, 손정혜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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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영화 발화에 매진하는가?'라는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과 함께 흥미롭게 본 신간 <영어 교육에 대한 10가지 환상>은 일본에서 영어 교사를 하다 캐나다로 건너간 후,비판적 응용언어학을 연구하는 쿠보타 류코 교수가 일본에서 먼저 선 보인 책이다. 2016년 대만에서 열린 영어 교육학회에 발표한 연구물을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손 봐서 출간했다. 그의 제자 손정혜가 우리글로 번역했고, 일본 못지 않게 영어 학습에 관심이 높은 우리 독자를 위하여 쿠보타의 제자이며 영어 교육 연구소를 운영하는 지영은이 한국의 영어 교육에 대한 분석과 단상을 추가했다.

저자가 서두에서 밝혔듯이 영어 지도와 학습이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원과 강사를 포함하여 관리 감독하는 행정 담당자가 읽어도 좋지만, 영어 공부를 평생 학습 과제로 생각하고 매진하는 나 같은 이가 읽어도 좋은 책이다. 아이들의 영어 교육의 성장을 지켜봐 온 부모로서도 학교 영어를 바라보는 관점과 더불어 사교육 영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지침을 세우는 데에도 유용하다.

다소 생소한 비판적 응용언어학은 20세기 후반이후 포스트모더니즘 관점의 사회학과 문화인류학 등 다양한 인접 연구 분야와 접목되며 기존의 과학적 실증과 고정,편향된 관점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의미 부여를 해오고 있다고 한다. 목차에서 10가지 환상으로 제시된 명제들에 대하여 저자는 관련 연구 문헌과 자신의 연구 등을 기반으로 우리가 어떻게 맹신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게 도와준다. 몇몇 환상에 대해서는 과한 주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우리가 환상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지 않았더라도 조금이라도 그렇게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재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될 것이다. 류보타 교수의 각 환상의 끝은 K-환상으로 이름 붙은 한국에서 영어 지도를 하고 학습법을 연구하는 지영은 저자의 글로 마무리된다. 학교와 학원 영어 교육의 개인적 경험을 지 저자의 관점에 비추어 수정, 보완하는 재미가 있다.

나의 영어 학습의 경험 등을 떠올리며 책을 다 읽고 난 후, 결국 나는 첫 질문으로 향한다. 대체 나에게 영어는 무엇인가? 책의 닫는 글에서 저자들은 언어란 현실과 분리된 추상적 개념이 아닌 우리의 삶과 밀접히 관련된 사회적, 정치적 행위이기에 불평등하고 불공평한 일반적 통념에는 이의를 제기하고 더 평등한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자의 바람이 무척 버겁게 느껴지나 이런 일은 능력 있는 특정 누군가만 해야 할 일인가? 일선 영어 교육자와 교육 행정 당국이 일독하길 바란다고 했던 저자의 서두가 생각나며 특정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고 싶지만, 내가 작게라도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이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 주는 이가 있다면 작은 책임을 한 것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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