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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 - 인생의 판을 바꾸는 무의식의 힘
정도언 지음 / 지와인 / 2021년 4월
평점 :
그림책 심리 지도 과정을 듣고 있는 요즘, 오래 전 학교 강의에서 들었던 이론 등을 포함하여 이번 과정으로 처음 알게 된 것을 보충하여 심리학의 전체적인 얼개를 다시 맞춰가고 있다. 다양한 강사진으로 구성된 이 수업의 첫 강의는 그림책 연구회의 수장이 전체적인 얼개를 열어주셨는데 그 첫 번째 이론은 쉽게 예상하듯이, 정신분석학의 거장 프로이트다. 20대때 처음 듣던 그의 사상의 얼개를 나이 든 지금은 어떻게 달리 수용하는지의, 내 스스로의 변화를 감지해 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 회분의 강의만으로는 아쉬웠던 터라 10년 전 <프로이트의 의자>를 쓴 정도언 정신분석가의 신간이 반갑다. 프로이트의 이론을 이 시대에 맞게 대중 친화적으로 말랑하게 해석하여 글로 전하는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은 '인생의 판을 바꾸는 무의식의 힘'이라는 부제처럼 우리가 바꿀 수 없다고 믿는 과거의 판을 개작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책이다.
과거의 판을 바꾸면 현재가 달라지고, 현재가 달라지면 미래가 보입니다.
과거,현재, 미래는 단절된 것이 아니고
인생이라고 하는 바구니 속에서 서로 이어지면서 대화하고 소통합니다.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긴 하지만 어떻게 해야 되는지 걱정부터 앞선다. 하지만 목차를 읽으며 조금 안심이 된다. 아는 것을 나의 실생활에 적응하는 실행력이 그 다음 중요 변수일 터이다. 지금의 삶이 무언가 꼬이고 불편한 것이 있다면 목차를 훑고 가장 이끌리는 글부터 시작하면 좋을 듯싶다. 애도의 과정을 짧게 옮겨와 본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우리는 결혼, 돌잔치 등의 축하 자리보다 상실의 자리에 더 찾게 된다. 상실을 다소 거리를 두고 지켜 보는 객의 자리에서 어느 시점에는 결국 나도 누군가를 잃게 되는 당사자가 되면 사랑하는 이와 더불어 내 자신도 잃게 되는 힘든 순간을 맞기도 한다. 나는 두 분의 어머니를 잃었다. 18년전 시모를 잃었을 때는 불행 중 다행으로 첫 아이를 임신 중이어서 애도의 과정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물론 당시 힘들지 않았고 후폭풍이 몇 년후에 왔다. 첫 상실을 아프게 겪은 나는 두 해 전에 친모를 보내드렸다. 시모를 보내드린 경험이 내게 도움이 되었을까? 상실이란 공통점 외에는 그외 닮은 점은 없던 이질적인 두 사건이었다. 하나를 경험했다고 해서 그 다음을 더 잘 치뤄낼 수 있을까? 1판(판을 바꾸자는 의미에서 책의 목차 구성도 장이 아니라 '판'으로 되어 있어 의미가 더해진다)의 상실감을 천천히 곱씹으며 내가 미래의 맞을 상실의 상황에 대해서 조금 객관화시켜 본다. 책의 힘이 빛나는 순간이다.
노련한 정신분석학가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어떨까 궁금한 독자의 심리를 간파한 듯 책 곳곳에는 저자의 생활을 바탕으로 한 일화도 있어서 흥미롭다. 이 책은 일간지에 게재한 칼럼들을 수정,보완하여 단행본화한 것으로 읽다 보면 시의적인 소재도 스며 들어 있어서 사회적 상황과 맥락을 연상해 보는 재미도 있다. 내 마음이 어느 정도 건강한지 점검해 보고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