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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학교를 바꾸는가 - 상처의 교실을 위로의 공간으로 치유하는 한국교육 처방전
이준원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평점 :
교육 관련 책을 많이 읽긴 하지만 굳이 학교 관련한 책을 읽고 싶은가 자문해 본다. 많이들 학교에 대한 양가 감정을 가지고 있듯이 나 역시 학교에 대하여 할 이야기가 무척 많다. <무엇이 학교를 바꾸는가> 라는 제목으론 읽고 싶다는 마음이 일지 않았으나, 혁신학교 8년 교장직을 마무리 한 이준원 저자의 책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끌렸다. 혁신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지인과의 대화 속 단골 학교이기도 해서 호기심이 더 일었다.
책 제목과 마찬가지로 학교를 전면에 내세워 '학교가 아프다'라는 여는 글로 책이 시작하는 등 이 책은 학교를 중심에 두고 현장에 오래 몸 담은 교사 저자의 우리 교육을 진단하는 책으로 보이지만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나, 가족, 동네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삶의 태도와 방법의 문제로 직결되는 삶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그래서 학교 책을 여전히 읽으려는 한 구석 내 마음을 비아냥대듯 읽기 시작했지만, 읽어갈수록 여러 다양한 상황의 아이, 교사, 부모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교육의 근본에 대한 재환기를 한 고마움이 커졌다.
체육 교과를 가르친 저자의 이력과 달리 어떻게 내면 아이와 그 치유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가 궁금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궁금증은 자연스레 풀린다. (저자의 전작이자 교사인 부인과 함께 쓴 <내면 아이>를 추가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내면 아이를 알아채지 못하거나 알고도 화해하지 못하는 부모와 불화하는 자녀가 많듯이 학교 현장에서도 내면 아이와 잘 화해하지 못한 채 교사 생활을 시작한 교사가 제자와 잘 지내지 못해서 아픈 학교가 많다는 저자의 현장 보고는 참으로 가슴 아프다.
신도시 외곽의 폐교 직전의 상황에 처했던 덕양중의 멋진 탈바꿈의 과정을 많은 이들이 이준원 교장 선생의 탁월한 능력에 기인한 것이라고 본다. 저자가 8년의 덕양중 생활을 마치고 이런 책을 낸 것도 그런 세인들에 대한 답변이라고 보인다. 학교가 분명 아픈 것은 맞지만 그래도 학교가 우리 교육의 백신으로 쓰여야 한다며 우리에게 힘 있게 설파한다. 2부는 덕양중에서 학생-교사-학부모 삼자가 동일한 교육 주체로서 어떠한 도전을 했고 변화를 이끌어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 등으로 독자에게 전한다.
교육의 주체인 우리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연대해야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탓하느라 큰 그림을 같이 그리기를 꺼린다. '중2병은 없다'라고 단언하는 저자의 말씀에 처음 목차를 보고 반신반의했지만 이 책을 다 읽은 후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학교를 믿지 못하는 학부모, 교직의 참뜻(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교사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