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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민한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유은정 지음 / 성안당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심리 관련 에세이는 나뿐 아니라 십대 가족을 위해서도 즐겨 읽는다. 내가 먼저 읽고 공감한 내용을 아이와 이야기 하기도 하고, 가끔 책상에 놓아준다. 나를 들여다 보는 시간이 생겨도 자신과 만나는 방법은 어색하기에 여유 있을 때 하나씩 챙겨 놓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는 제목 안에 우리가 한 번쯤 뱉고 싶을 속내가 그대로 드러나 있으니 제목이 자연스레 우리를 이끈다.
4년 전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출간 후 정신과 전문의 유은정 저자는 상처를 받고 싶지 않은 다수의 독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법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는 전작에서 다 풀지 못한 저자의 또 다른 지면 상담실 같은 느낌이다. 저자는 상대가 나를 위한다며 내 심리적 방어선을 넘는 말이 결국은 자신을 위해 양보하고 배려하라는 속내가 있을 수도 있다며 그런 이들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하자고 한다. 더러워서 계속 피하는 정신적 결핍은 내 의지를 빈곤케 한다며 여러 상황별 제시를 저자는 제시한다.
저자는 타인과 맺어지는 나쁜 상황들이 상대에게 문제의 요인이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일침을 가한다. 잘 지내고 싶은 마음 대 잘 보이고 싶은 마음, 자신이 인식한 나(자아정체성) 대 타인이 인식하는 나(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필수 요소), 내적 자존감(나에 대한 긍정적 신념) 대 외적 자존감(나에 대해 타인이 갖는 신념) 등의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면 결국 만나게 되는 질문, 나는 나를 잘 만나고 잘 알고 있는가? 저자는 다수의 흐름을 좇느라 자신의 개별성과 고유성을 희생시키지 말라고 당부한다.
다수 심리 에세이가 다루는 여러 이론 등이 저자의 실제 상담 사례와 함께 독자가 잘 이해하도록 잘 설명되어 있어서 고마운 책이다. 그 중 요즘 정신의학계가 자존감보다 더 주목한다는 “자존감 안정성(단기간에 변화하는 자존감의 변동폭)”이 새로웠고 흥미로웠다. 자존감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존감의 수치를 올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자존감을 이루는 관계, 외모, 스타일, 감정 등 여러 자존감 중 감정 자존감에 대한 저자의 지침은 나뿐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소개해도 좋아 보인다. (105~117쪽)
책의 후반부는 가족, 동료, 사회로부터 받는 여러 예민한 상황을 조정해 가는 여러 사례와 함께 인생 선배 저자의 혜안도 담겨 있다. 예민한 나 역시 누군가의 경계를 침범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이견을 달 이는 없을 것이다. 서두에 밝힌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현명한 개인주의자가 되자’는 저자의 제언처럼 책 속 개개 지침을 하나씩 나와 삶에 대입해서 점검해 보면 이 가을이 더 풍성하게 다가올 것 같다. 오늘도 마음 면역 주사 하나 잘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