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사람 친구 - 레즈비언 생애기록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12
박김수진 지음 / 씽크스마트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자들은 소시적 죽고 못 살 것 같은 동성 친구쯤은 한 명쯤 다들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정도가 극단에 쏠린 경험이라면 우린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저자의 이름을 눈 여겨 보지 않았다면 그냥 동성 친구의 여러 속내를 담고 있는 관계에 대한 책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 양쪽의 이름을 취한 저자의 이름과 부제를 보고 책 제목을 다시 고쳐 보게 된다. 레즈비언 생애기록이라니!

[여자X사람X친구]는 레즈비언생애기록연구소 대표인 박김수진이 2003 10월부터 레즈비언의 생애 기록중 10명의 이야기를 이 한 책에 묶은 것이다. 이런 책을 낸 배경에는 레즈비언들 스스로가 그 이름으로 부르게(깨닫게) 된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데 있다고 한다. 가끔 자전적인 에세이를 읽는 재미를 갖기도 하지만 이런 기록은 그런 에세이들과는 결이 다르다. 저자가 그들 10명과 직,간접적으로 안 시간이 전제되어 있긴 하지만 덜 친한 듯 주관적, 덜 어깨 힘 빠진 객관적인 시각이 들어 있어 개개 이야기를 읽을 때 마치 다큐를 보는 듯 그림이 그려진다. 나와 나이가 같은 이는 동시대인으로 느꼈던 그 미묘한 분위기를 알아차릴 수 있어서 반가웠고 젊은 친구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분위기를 알아가는 듯 색달랐다. 하지만 제일 마지막 글은 참 힘들게 읽었다. 여성학 분위기가 강한 학교에서 생활했지만 스스로를 여성주의자라고 부르길 주저해 왔지만, 이들의 삶을 시간 여행한 지금, 인본주의자인 나는 역시 여성주의를 옹호할 수밖에 없다.

개신교에서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상황을 많이 봐왔고, 아이가 다니던 학교에서 특히나 아이들에게 동성애=죄를 가르치는 성교육 과정을 지켜 봤던 나는 10인의 이야기 중 개신교, 천주교를 가진 이(혹은 부모의 종교가 기독교인 경우)의 이야기를 더 깊이 읽었다. 종교성과 성 정체성 사이에 큰 혼돈기를 겪었을 그들에게 마음 깊이 위로를 보낸다. 이 책에서는 개개의 고민의 가장 큰 축이 성으로 다뤄지지만, 우리 개개에게도 그에 견줄 만한 큰 고통이 다들 하나씩 있다. 내게 가장 힘든 고통을 그것과 대체해 놓고 보면 나는 그 고통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회가 금기시해 온 것들을 태생적으로 어찌할 수 없어서 선택한 이들의 삶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아무리 책으로 접한다 해도. 하지만 실제 우리 주위에 이런 이들을 만난다면 이 독서의 힘이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작은 배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역시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열망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전제를 기억한다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