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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행성에서 너와 내가 ㅣ 사계절 1318 문고 123
김민경 지음 / 사계절 / 2020년 4월
평점 :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렇게 좋아하던 소설 읽기를 끊었다. 그렇다
할 혜안을 가진 건 아니지만 김영하, 한강 작가의 데뷔작을 읽은 나로서는 그 멋진 글쟁이들의 순항을
뿌듯하게 보며 응원은 하고 있지만 다시 소설 읽기를 즐길 수 있으리라 여기진 않았다. 늘 엄마바라기만
할 것 같던 아이들이 자기 세상의 테두리를 지으며 조금씩 내게 여유를 주자, 나는 요즘 아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지낼까 궁금해 하며 청소년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작가의 관찰을 빌어 내 아이들과 그
세대를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으로 한 권씩 쌓이자 청소년 소설 읽기는 웬만한 드라마보다 재미있다.
몇 해전 읽은 [우리 둘]은
내가 십대때 연합 문학 동아리에도 잠깐 활동한 적이 있어서 그때를 떠올리듯 설레며 읽었는데, 우리
아이가 이렇게 귀엽고 예쁘게 연애하면 좋겠단 바람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내 마음을 절절이
담은 여기 다른 한 청소년 소설이 선 보였다. 더군다나 그 읽기 힘들다는 [모비 딕]과 함께!
이상히도 바다 거대 생물에 관심이 많은 둘째 아이는 영화 속에서 그런 괴이한 생물체가 나오면 흔쾌히 보자 한다. 영화관 가까이 살던 재미를 아이는 제대로 즐겼고, 가족은 그런 아이
욕구에 맞춰 같이 가족 시간을 보냈다. 그 중 한 영화 역시 [모비
딕]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자 아이들
고전 읽기로 나온 축약본 [모비 딕]을 재밌게 읽었다.
이런 아이의 독서 취향과 엄마의 로망이 절묘하게 만나는 지점에 서 있는 신간 [지구
행성에서 너와 내가]는 어떤 책일지 궁금해진다. 삽화가 없는
[모비 딕]을 완독할 정도라면 정말 대단한 독서가임을 증빙하는
거라던 누군가의 말을 들은 바가 있다. 다수의 우리들에게 낯선 포경업이 전성기를 이루던 1.5세기 시간을 뛰어넘는 시,공간적 구성도 숨에 차지만 워낙 두툼한
책 양으로도 쉬 손이 가지 않을 고전 [모비 딕]이 아이들
청소년 소설과 만나는 구성에는 자못 궁금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우리 둘은 한 책으로 다른 날에 밤을 새웠다. 게임으로
밤을 새우라면 좋아할 아이가어느 날 아침에 나를 보자마자 늦은 밤에 책을 잡았지만 이야기에 빠져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샜다고 한다. 11살 무렵에 한 반 여자 아이와 좋아하던 게임으로 공통 분모를 가지며 같이 어울려 노는 재미를 안 아이가
그 당시의 감정을 새봄이와 지석이를 보며 되새겼나 싶어 웃음이 났다. 나는… 작년에 잃은 어머니를 새봄이의 모녀 사이에 이입해서 계속 생각을 되짚었다. 새봄이의
엄마와는 전혀 다른 성향의 어머니지만 내가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따끈한 그 무엇을 상기시키게 만들었다. 엄마를
떠나 보내고 약물에 의지하며 힘든 시간을 버텨 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새봄이가 내 마음 깊숙이 앉아 있는 슬픔의 한 지점을 건드린다. 힘들지만 치뤄야 하는 과정.. 그리고 그 해 봄에 내가 절대 TV로 볼 수 없었던 그 참사, 우리 삶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그 사건을 이 아이들 소설로 다시 환기할 수 있었다.
사계절에서 지면 미리 읽기를 제공하고 있다. 새봄이와 지석이가 궁금하다면
우선 이 곳을 들르길 권한다. https://skjmail.blog.me/221893838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