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 사람의 역사 - 플라톤에서 만델라까지 만남은 어떻게 역사가 되었는가
헬게 헤세 지음, 마성일 외 옮김 / 북캠퍼스 / 2018년 11월
평점 :
A와 B가 스친다. 스치는 그 순간 서로를 알아 보는 찰나, 그들은 서로의 삶에 스며들고 그들의 역사를 만든다. 용감한(혹은 무모한) 그들은 그들만의 역사를 뛰어 넘어 인류의 역사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범인들은 대체로 아무런 화학적 작용을 일으키지 못하는 밋밋한 사이로 남는다.서로를 알아 본다는 것은 축복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크나 큰 운명의 굴레가 되기도 한다. 여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그들이 시대순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제일 처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난다. 서양사를 고집하지 않아도 소크라테스부터 이어지는 이들 3인방의 족적을 따라가지 않으면 우리의 정신사를 시작할 수 없다. 영국의 철학자 A. 화이트헤드 서양 철학은 플라톤의 일련의 주석이라 표현했다고 하지 않은가? 이데아, 본질에 집중한 플라톤과 스승과 달리 현상, 현실 인식에 천착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 철학의 본질의 두 가지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정신적 근원지였다. 저자 해세는 작가다운 상상력을 발휘하여 두 철학자의 산책 장면을 그려가며 두 사람의 대비되는 특징을 잡아낸다. 우리가 교과서적으로 배워 온 서양 철학과 역사의 사실에 해세의 상상력이 결합된 현장 묘사는 딱딱할 수 있는 소재와 주제를 부드럽게 풀어내는 장점이 있다.그리고 두 사람의 역사의 말미에는 저자가 현대적으로 읽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해석을 내놓음으로써 어떻게 이 두 사람의 역사를 우리 안에서 의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생각케 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도입, 저자의 상상력이 가미된 산뜻한 도입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말미, 그들의 사상을 21세기 시점에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시대순으로 두 사람이 한 모둠이 된 장들이라서 처음부터 역사 시간 여행 하듯이 시작할 수도 있고, 관심가는 인물과 논제 중심으로 손길을 둬도 무방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도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하는 저자의 살뜰한 배려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처음 읽은 장도 고흐와 고갱에 대한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올 가을에 주목하고 싶은 두 예술가로 베토벤과 고흐가 있었다. 전기(영화)로 만나고 싶진 않았고 작품으로 다가가고 싶었는데 [두 사람의 역사]에 고흐와 고갱이 짝을 이뤄 소개되어 있어서 반가웠다. 몇 해전 정독한 [달과 6펜스] 덕에 고갱은 어느 정도 아는 인물이었으나 작품으로만 좋아했던 고흐에 대해서는 깊게 알지 못했다.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된 서술이 고흐를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대별되는 그림에 대한 애정은 '예술이 삶에 필수인가?'라는 저자의 질문에 그림이 아니면 안되는 이 두 화가를 통해서 설득력 있는 유효한 답을 내놓는다.
독일인 저자라는 점때문에 이 책에 소개된 이들은 서양사에서 중요하거나 논쟁을 일으킨 인물들 중심으로 소개되어 있다. 오노 요코와 넬슨 만델라만이 예외적인 인물이어서 책을 읽은 후 우리 역사나 동양사에서 [두 사람의 역사]식으로 소개될 인물이 누가 있을까 상상 놀이를 해 봤다. 한정된 사실을 재료로 두 사람의 사이에 있음직한 상황들을 저자 특유의 상상력으로 채워져서 즐거운 시간 여행을 하고 왔다. 더불어 진정한 삶의 가치들에 대해서 숙고해 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 여행이기도 했다. 추운 긴 겨울밤 외출이 꺼려질 때 이불 안에서 그들을 만나러 가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