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 소년 1
시무라 타카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니토리 슈이치는 소녀를 꿈꾸는 섬세한 초등학교 6학년 소년. 소년이 울보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타카츠키 요시노는 소년이 되고 싶은 굳센 소녀. 자신은 남장을 하고, 여장을 한 슈이치와 함께 먼 곳까지 지하철을 타고 갔다 오는 것을 즐긴다. 현재 외부와 내부의 평온이 오기를 기다리며 꾹꾹 참고 있다.

 치바 사오리는 이상하지만 섬세한 소녀. 니토리 슈이치를 너무도 좋아하기에, 슈이치와 가깝게 지내는 요시노를 미워하는 마음이 점점 차오르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니토리 마호는 활달하고 심술꾸러기인 슈이치의 한 살 위 누나. 아이돌인 마이코를 동경해 모델이 되기로 결심한다. 슈이치에게 반한 같은 반 친구 리쿠를 좋아한다.

 사사 카나코는 착하고 명랑한 소녀. 친구들의 사이가 금이 가는 것에 언제나 노심초사하고 있다.

 아리카 마코토는 여자가 되고 싶은 수다쟁이 주근깨 소년. 슈이치의 유일한 남자친구. 순종적인 여성이 되는 꿈을 꾼다.

 세야 리쿠는 여장을 한 슈이치를 보고 반해버린 중학생 소년. 하지만, 슈이치가 남자인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데. 엉덩이가 가벼운지 마호에게도 마음이 있다.

 스메하로 안나는 마이코의 친구이자 냉정한 프로모델 소녀. 사이가 나빴던 마호와 친해진후 신경 쓰이는 슈이치를 못살게 구는데.

 유키는 게이, 시이나는 유키의 애인 이며 두 사람은 슈이치와 요시노의 친구. 술집에서 근무하며 슈이치와 요시노를 바라보는 것을 삶의 낙으로 살고 있다.


 이런 캐릭터들이 나오는 얘기다.


 성 정체성이 있는 캐릭터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만화가 무엇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생각나는 것은 골때리는 연극부의 괴상한 연극부장과 스톱 히바리군의 히바리 정도. 어쨌든 이런 소재는 평범한 남자인 나로 써는 좋아할 수가 없는 소재이다. 하지만, ‘방랑소년’은 그런 거부감이 싹 달아나게 할 정도로 충분히 재미가 있다. 아니, 충분히 란 표현 보다는, 요 근래에 봤던 만화 압도적으로 재미가 있다. 그림 스타일도 딱 마음에 든다. 소년 소녀들의 얘기를 정말로 탁월하게 그리고 있는 만화는 그리 많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는 후쿠시마 사토시의 소년소녀라는 단편집 외에는 없다. 하지만 그 단편집은 너무도 복잡한 형태와 자극적인 소재가 나열되어 있기에, 이렇게 건전하게 그리고 있는 작품은 흔하지가 않다. 거기다 사춘기가 오기전인 소년과 소녀가 성정체성과 정서가 굉장히 납득하기 좋은 형태로 그려내는 것은 이 만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특징 없는 정적인 단문과 짧은 평어들로 소년과 소녀들의 개성을 이토록 섬세하게 잘 표현하다니, 정말로 탁월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꼬마 애들이 진지하게 하는 짓이 참 가소롭고 귀엽다. )

 이 만화의 사건들은 소년소녀들에게 일어날법한 너무도 평범한 것들 밖에 없다. 가장 큰 사건이라고는 슈이치와 요시노가 자신의 비밀들을 교환일기를 나누던 것이 다른 학생들에게 들켜 놀림을 당하는 것이다.(정말로 이것이 4권이 나오도록 가장 심각한 사건이다.) 아니면 슈이치가 요시노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한 것과 사오리가 슈이치에게 고백을 하는 것 정도. 그런 작은 사건들이 소년과 소녀의 마음에 상처와 기쁨을 주어 풀어 나가는 것이 바로 이 만화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이 품고 있던 어떤 응어리들이 점점 부풀어 오르며 금이 가기 시작하는데, 그런 상태로 그들은 중학생이 되어 버렸다. 이제 슬슬 불안했던 정채성이 자리를 잡아 갈지도 모르는 징조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그런데 나만 그렇게 보이는지, 작가의 의도인지, 갈수록 요시노는 귀엽게 나오고 있다. 꿈에서 슈이치와 결혼을 해 여보하면서 활짝 웃으며 깨우는 장면까지 등장. 거기다 남장을 하던 것이 들켜 결국 치마를 입고 등교하는 장면은 압권. 뭐, 얼마 후 다시 남자처럼 입고 다니지만.)

 5권에서는 중학생이 되어버린 이들의 얘기가 펼쳐질 텐데, 5권은 언제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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