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11.겨울 - 34호
청어람M&B 편집부 엮음 / 청어람M&B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계간 미스터리 2011년 겨울호. 2011년 국내 추리소설 총 결산 / 국내단편 2편, 국내장편 1편 / 식민지 시기 아동문학가의 탐정소설 7편과 그에 관한 해설 / 황금펜 영상문학상 시상 / 국내 추리소설 목록, 해외 추리문학계 소식, 해외 추리문학 수상 소식이 실려 있다. 2011년 가을호에 비해 수록된 추리소설이 좀 줄어든 느낌이다.

 

  국내 단편 중에서는 <파탄>이 재미있었다. 두 명의 살인범이 서로에게 자신의 죄를 뒤집어씌우려 하는 과정이 흥미롭고, 거기서 드러나는 비인간성과 비열함이 글에 몰입하게 했다. 그에 비해서 <프레첼 독사>는 사건과 해설 사이의 연계가 다소 허술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식민지 시기 아동문학가의 탐정소설에는 방정환(북극성), 연성흠, 최병화 세 작가의 작품 7편이 실렸다. 다들 창작인 것은 아니고 번안이 많다. 지금은 쓰지 않은 어투나 표현이 꽤나 독특했다. 배경이 외국이면서도 한국식 이름을 가지고 있다거나, 하는 것도 그렇고. 수록된 7편 중에서 <혈염봉>이 읽으며 제일 재미있었다(일본추리소설 '피에 물든 배트'를 번역한 것이라 한다). <누구의 죄>도 읽으면서 즐거웠으나 사건이 발생했는데 왜 경찰이 아닌 탐정이 왔을까, 왜 처음부터 피해자를 자세히 조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살짝 옥의 티. < B적당>은 뭔가 대충 사건을 나열한 느낌만 들어 뭔가 했는데, 끝부분을 보니 '미완'이라 표기가 되어 있어 납득했다. <미모와 날조>는 중간까지 흥미진진했으나 결말을 대충 설명조로 넘긴 듯 하여 아쉬웠다.

 

  황금펜 영상문학상에서는 아쉽게도 대상은 나오지 않았지만, 심사평들을 두루 보면서 금상과 우수작에 대한 관심이 갔다. 그 중에서 SF요소가 있으며 아이디어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은 <쿰을 쿠다>와 <타임서퍼>, 읽으면 마음이 따듯해진다고 심사위원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파파라치>, 추리요소가 있는 <황소산>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수상작이 한 편이라도 수록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혹시 소설의 분량이 많아서 안 됐던 걸까?).

 

  <계간 미스터리>에서 놓친 신간을 체크할 수 있는 '신간 안내'가 있어 좋다고 이전에 생각했는데, 이번 호에서는 2011 국내 발간 추리소설 총 목록이 부록으로 실려 있어 또 좋았다. 다만 이 목록은 권말부록보다는 '특집 1 : 2011년 추리소설 결산'에 붙어있는 편이 여러모로 효과가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계간 미스터리 2011년 겨울>호에서 제일 좋았던 것을 하나 꼽자면, '추리소설 전문 출판사 설문 조사' 부분이다. 여섯 곳의 출판사의 답변이 실려 있다. 질문은 '만족스러웠던 작품 / 아쉬웠던 작품 / 2012년 기대작 및 출간 예정작(18p에서는 '2011년 기대작 및 출간 예정작'이라고 표시되어 있으나 맥락상 2012년이 오타가 난 것 같다) / 2011년 회고와 2012년 전망'이다. 놓쳤던 작품도 다시 볼 수 있고, 각 출판사의 출간예정작과 2012년 전망(이건 그 앞의 '2011년 국내 추리소설 총 결산' 특집에서도 엿볼 수 있기는 하지만)을 알 수 있어 좋았다.

 

  <계간 미스터리 2011년 겨울호>에서 사실 제일 기대한 것은 '2011년 추리소설 결산' 부분이었다. 지난 해에 미스터리 분야가 어땠는지, 그리고 이번 해의 미스터리 분야가 어떨 것인지 알수 있을 것 같아 매우 기대가 됐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지금 제일 아쉬운 부분이 바로 '2011년 추리소설 결산'부분이다. 오류가 너무 많았다.

 

  11페이지에서 '지난해 2%로 떨어진 이후 이번에는 9%성장을 기록했다' 라고 되어 있는데, 이건 -9%로 하락했다고 하는 게 옳다. 그리고 13페이지에서 '2007년과 2008년작이 가장 많았으며, 2009년작도 7편이나 되었다.' 라고 적혀 있는데, 표를 보면 '2009년과 2010년작이 가장 많았으며, 2011년작도 7편이나 되었다'라고 수정하는 게 옳은 듯 하다.

 

  가장 처참한 것은 17페이지이다. '<시작>과 <북홀릭>이 그 뒤를 이었으며, '미스터리 YA!' 시리즈의 <들녘>, '모중석 스릴러' 시리즈의 <비채>가 5위에 올랐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다 오류이다. 6위부터 10위를 소개해야 하는 부분인데, 표를 보면 6위는 문학수첩과 시공사가 공동으로, 8위는 북홀릭 단독으로, 9위는 검은숲, 문학동네, 한스미디어가 공동으로 차지했다. 적힌 문장을 보면 "이거 한 번도 제대로 안 읽은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한 오류다. 들녘은 표에 등장하지 않고, 비채는 이 문장이 나오기 전에 5위를 차지했다 이미 말을 했으며, 시작은 뿔과 합쳐졌다고 이 문장 전에 이야기했고, 문학수첩과 시공사, 검은숲, 문학동네, 한스미디어는 언급도 되어 있지 않다.

 

  이 기사가 <계간 미스터리 2011 겨울>의 맨 앞을 차지하고 있었으니, 책을 읽을 때 전체적으로 기분이 다운되었다. '글을 한 번도 다시 읽지 않고 낸 건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물론 그 뒤에 이어진 단편이라던가 기사를 보며 즐거워서 다시 기분이 회복되기는 했지만.

 

  다음 호에서는 이런 오류가 없었으면 좋겠다.

 

 

2012.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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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끝 마을의 비밀 미스터리랜드 5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은모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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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별은 세 개 반.

 

  평점이 좀 낮은 이유는 이 글이 못 쓴 글이라서가 아니라 이 글의 대상연령이 나와 심히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은 12세이고, 대상 연령도 그 즈음이 아닐까 싶다.

 

  책은 꽤 두껍지만 행간과 자간이 넓고 글씨가 커서, 아동용 도서를 떠올리게 한다. 삽화도 들어있다. 어조도 굉장히 친절하고, 교육적인 면모도 있으며(무지개 마을의 전설을 설명해주는 장면), 트릭도 너무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고, 고속도로 건립과 환경보전 사이의 갈등 같은 사회 시사적인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줄거리 :

  12세 소년 코즈키 슈스케는 여름방학을 맞아 같은 반 친구 니노미야 유키의 시골집에 놀러간다. 무지개 끝 마을은 고속도로 건설을 둘러싼 찬성파 / 반대파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 가운데 반대파인 사사모토 신이 밀실에서 둔기를 맞아 죽는다. 추리작가가 되고 싶은 슈스케, 경찰이 되고 싶은 유키는 나름대로 범인을 찾아보려 하는데.......

 

 

  <무지개 끝 마을의 비밀>은 본격추리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클로즈드 서클, 밀실, 범인찾기 등. 그리고 단서도 골고루 제시되어 있다. 무지개 끝 마을의 전설도 괜히 나온 것이 아니며, 맨 앞의 무지개 끝 마을의 안내도도 의미없이 제시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수수께끼를 풀어보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반전이 좀 약하고, 중반까지는 '아이들의 평범하고 즐거운 여름방학' 느낌이라서 약간 지루할 수도 있겠다. 또한, 마지막 범인의 변심이나 범행 동기는 조금 뜬금없는 감이 있다.

 

  하지만 역시 이 글을 제대로 판단하려면 주인공들 나이대의 아이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덧.

  책을 다 읽은 뒤, 작가의 후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2012.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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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세트 (양장) - 전8권 시간과공간사 셜록 홈즈 전집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정태원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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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순서가 섞여있다는 게 좀 아쉽지만, 제본이 탄탄하고 추리할 때 필요한 원문도 수록되어 있다고 해서 생각 끝에 시공사판으로 구입했습니다^^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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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도 부럽지 않은 똑딱이 카메라
문철진 지음 / 북웨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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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진 초보인데, 집에 있는 똑딱이 카메라를 100% 활용해보고 싶어서 구입했습니다~ 차근차근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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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의 열쇠
타티아나 드 로즈네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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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리니름 포함하고 있습니다 )

 

  <사라의 열쇠>를 알게 된 건 웹에 게재된 영화 소개를 통해서였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그을린 사랑>과 함께 굉장히 평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은 얼마 없었고 기간도 짧았다. 그래서 영화는 결국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간략한 소개는 내 머리 속에 남아있다가 <사라의 열쇠> 원작이 있다는 것을 알고 책 쪽으로 호기심이 옮아갔다.

 

 

  1942년 7월 프랑스에서 벨디브 사건이 일어난다. 열 살의 사라 스타르진스키는 그 사건의 현장에 있었다. 사라는 따라가기 싫다고 칭얼거리는 남동생 미셸을 비밀벽장 속에 숨기고 그 열쇠를 손에 쥔 채,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프랑스 경찰에게 끌려간다. 사라는 금방 집에 돌아가서 남동생을 벽장에서 꺼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버지 어머니와 떨어져 수용소에 수감된다. 사라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탈출을 결심한다.

 

  한편, 2002년의 줄리아는 프랑스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딸 조에를 낳은 미국인 잡지 기자다. 그녀는 벨디브 사건 60주년 기념으로 그 사건을 취재하게 된다. 프랑스인들은 집단 최면에 걸린 듯 벨디브 사건을 기억하지 못한다. 벨디브 사건을 조사하던 줄리아는 시댁인 테자크 가문과 연관이 있는 유대계 프랑스인 소녀, 사라 스타르진스키를 알게 된다. 줄리아는 개인적으로 사라를 추적하는데.....

 

  이 책은 1942년의 유태계 프랑스인 소녀 사라와 2002년의 프랑스인과 결혼한 중년의 미국인 여성 줄리아의 시점을 번갈아 서술한다. 이 두 시점은 줄리아와 사라의 연관점이 드러난 이후 하나로 합쳐진다.

 

  <사라의 열쇠>는 수많은 콘텐츠를 통해서 알려진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는 것은 '홀로코스트' 그 자체가 아니다. 독일의 괴뢰 정부인 비시 정권 하에서 프랑스인 경찰에 의해 대규모 유대인 체포가 이루어졌던 '벨도브 사건' 또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하나의 배경일 뿐이다. 만약 '홀로코스트'에 대해서만 말하고 싶었다면 굳이 2002년 줄리아의 시선은 필요 없었을 것이다.

 

  1942년의 사라가 자신의 경험한 일을 말한다면, 2002년의 줄리아는 1942년, 그 중에서도 사라를 추적한다. 사라가 사실을 말한다면, 줄리아는 기억에 대해 말한다. 그런데 <사라의 열쇠>에 나오는 사람들은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않고 숨기려 한다.

 

  프랑스인들은 1942년에 있었던 '벨디브 사건'을 기억에서 도려낸 듯이 행동한다. 독일의 명령에 따라 프랑스 경찰의 손으로 유대계 프랑스인들을 체포해 독일로 호송한 그 사건, 수많은 아이들까지 호송했고 부모와 아이를 떼어놓고 결국 수용소에서 죽게 만든 그 사건을 말이다.

 

  스트라진스키 씨네 집으로 이사한 테자크 가문 사람들은, 그 집에 누가 살았는지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 집과, 사라와, 사라의 동생에 대해 알게 된 후에도 줄리아의 시할아버지도, 줄리아의 시아버지도, 그리고 줄리아의 시할머니도 '그 집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결코 말하지 않고 비밀로 간직한다. 마치 그 일이 없었던 것처럼.

 

  사라는 미국으로 가서 전혀 다른 사람처럼 과거를 숨기고 산다. 그녀는 사라 스트라진스키가 아니라 사라 뒤포르가 되어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것도 자신에게 동생이 있었다는 것도 말하지 않는다. 자신의 아들 윌리엄에게도 자신이 프랑스인이고, 전쟁 중에 부모가 죽었다고 알려준다. 원래부터 그런 과거를 지닌 사람이었던 것처럼.

 

  그리고 줄리아 또한 남편 베르트랑과의 사이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에밀리에에 대해 숨기고, 억누른다. 그러나 줄리아는 사라를 추적하면서 자신이 숨겼던 것들을 드러낸다. 줄리아는 베르트랑의 의견과는 달리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고, 베르트랑의 반대에도 사라를 추적한다. 그녀가 사라를 추적하는 이유를 가스파르 뒤포르가 물었을 때, 그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서요. 45년간 몰라서 미안하다고요."

 

  줄리아가 사라에 대해 추적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을 공유하게 된다. 마치 살을 째서 고름을 짜내는 것 같다. 시아버지와 시할머니도, 그리고 뒤포르 가문의 사람들도, 다들 사라를 기억하고 있었고, 사라에 대해 말함으로써 억누른 것을 꺼내고 일종의 치유를 받는다. 슬프고 괴롭고 부끄럽고, 많은 감정을 겪지만 - 나만의 것으로 간직하고 있었을 때보다 그들은 확실히 나아진다. 자신이 모르던 어머니의 과거, 어머니의 기억을 전해받은 윌리엄 또한 처음에는 부정하고 괴로워하지만, 어머니에 대해 잘 모르던 이전보다 나아진다.

 

  다들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니다. 베르트랑과 시누이, 시어머니는 줄리아에게 괜한 짓을 했다며 질책하고, 줄리아도 윌리엄의 반응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한다. 줄리아의 행동에 대해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다 다른 것이다. 긁어 부스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녀의 행동이 옳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터다. <사라의 열쇠>에서는 다행히 좋은 결과로 나타났지만 그게 억지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라는 양부모와 연락을 끊으면서까지,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결국 자신이 간직한 비밀에서 놓여나지 못했다. 그녀가 간직하고 있던 열쇠가 그 사실을 알려준다. 그녀가 사라 스트라진스키로 살았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녀의 결말은 조금 달라졌을까. 나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말하지 않고, 숨기고,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그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냥 눈을 감고 모르는 척 할 뿐이다. 사라처럼, 줄리아처럼, 테자르 가의 사람들처럼. 어떤 사건을 고의로 외면하려고 하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 왜냐하면 그 사건이 들춰지는지 들춰지지 않는지 항상 주의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코 상처는 낫지 않고 자연스럽게 잊혀지지도 않는다.

 

  <사라의 열쇠>를 읽으면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생각났다. 어느 날인가 부모님은 나에게 언뜻 5.18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마도 무슨 TV 특집 방송이나 그런 걸 보고 있었을 때였을 것이다. "그때 서울에 있는 사람들은 광주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 방송이 통제되어 알 수가 없었다."라고. 광주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데 서울은 평온했다고. 지금 생각하면 그게 굉장히 무섭다고.

 

  나는 지금도 5.18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그 말을 하던 부모님이 떠오른다. 그 때까지 5.18에 대해 모르던(변명하자면, 잘 해봐야 일제시대까지만 진도가 나가서 한국사 시간에 결코 5.18에 대해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인데) 내가 무척 부끄러워진다. '분명히 일어났던 일'이지만 대놓고 기억하지는 않았던 일. 1942년 프랑스의 벨디브 사건의 작전명이 '봄바람 작전'이라고 언급되는 부분도 내 기억을 자극했다(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진압하던 작전명이 '화려한 휴가'였다. 봄바람 작전도 그렇지만 화려한 휴가도 실제 내용과 너무 괴리감이 크다).

 

  그래서 나는, 불편한 사실을 안 뒤에 어떻게 느낄 지는 개인의 자유고 그 중에는 그런 사실 따위 알지 못하는 게 차라리 낫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알리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줄리아는 사라를 추적하면서 점점 자신을 똑바로 직시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자신의 사랑, 욕망, 그리고 삶에 대해서. 그리고 베르트랑의 사랑, 욕망, 삶에 대해서. 사라가 가진 열쇠와, 그 열쇠에 얽힌 역사와 기억은 직접 얽힌 사람들 뿐 아니라 줄리아도 자유롭게 만들었다.

 

  열쇠와 함께 남겨진 사라의 편지는 다음과 같이 끝을 맺는다.

 

  "기억하라."

 

 

2012.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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