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탐정
마야 유타카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읽고 싶어서 골랐고, 재미있는 추리소설이었다.

  유쾌한 포장 속에는 잘 정리된 논리를 담은 본격추리가 담겨있다.

 

  도련님 혹은 아가씨가 나온다는 점, 그리고 유쾌한 분위기를 띤다는 점에서 <부호형사>나 <수수께끼풀이는 저녁식사후에>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귀족탐정>은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가서 추리소설이란 무엇이고 탐정이란 무엇인가 고민하게 한다. 탐정이 추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본명이 나오지 않은 귀족탐정님은 "추리? 내가 왜 그런 귀찮은 일을 해야 하지? 노동은 하인들이 한다고 아까도 말하지 않았나."라고 말하며 거리낌없이 집사, 하녀, 운전기사에게 단서를 모으게 하고 추리를 시킨다. 귀족탐정이 하는 것은 그저 거기 숨을 쉬고 존재하는 것 뿐이다.

 

  이 구성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기는데, 귀족탐정은 탐정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하는 것, 다시 말해서 탐정이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다.

 

  흠없는 추리를 보이는 것은 집사, 하녀, 운전기사이지만, 그들이 탐정인가 하고 물으면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집사도 하녀도 운전기사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는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귀족탐정의 명령에 따른 수동적인 행위일 뿐으로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싶어하는- 소위 말하는 동기가 결여되어 있다.

 

  그렇다고 귀족탐정은 탐정인가? 물론 귀족탐정은 범죄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는 있지만 사건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그는 단순히 명령을 내릴 뿐이다.

 

  따라서 <귀족탐정>에서 관점에 따라 탐정은 수사 명령을 내리는 귀족탐정일 수도 있고 혹은 직접 움직이는 집사 하녀 운전기사일 수도 있다.

 

  "제 능력은 이미 보여드렸습니다. 아직 모르시겠습니까? 저기 있는 세 명이 바로 제 두뇌입니다. 저들은 제 소유물이니, 추리같은 하찮은 일은 모두 저들에게 맡겨두면 됩니다(p.355)"

 

  이럭저럭 생각을 해 봐도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고, 탐정이 나오기는 하고, 그 탐정을 누구로 봐야 하는가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지만 동기가 먼저인가 수단이 먼저인가라는 것은 쉽게 밝힐 수 있는 일이 아니니 그냥 다음에 한번 더 읽으면서 생각해봐야겠다. 어쨌든 <귀족탐정>에서 성립하는 탐정이 매우 독특하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건 자체도 재미있고 본격추리도 재미있었지만, 그보다 예기치않게 받은 화두가 더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러니까 결국 탐정은 누구일까?

 

 

2013.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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