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거울 속에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헬렌 맥클로이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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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세 개 반 정도?

 

  브리어턴 여학교의 미술교사인 포스티나 크레일은 어느날 교장에게서 갑자기 해고 통지를 받는다. 포스티나는 유일하게 학교에서 자신과 대화하는 여교사 기젤라 폰 호헤넴스에게 이 일을 털어놓고, 기젤라는 자신의 약혼자 배질 윌링 박사에게 포스티나의 일을 알린다. 배질 윌링은 해고의 배후를 조사하기 시작하고, 포스티나의 생령이 학교 도처에서 목격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한편, 앨리스 에이치슨이라는 젊은 여교사가 포스티나의 생령에게 떠밀려 죽음을 맞이하는데.......

 

  미스터리한 사건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애초에 합리적이지 않으니까 미스터리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어두운 거울 속에>는 상당히 재미있는 구도를 지닌다. 공포물처럼 시작해서 추리물로 매듭지어지는 것이다.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도 통상의 소설과는 조금 다르다. "범인이 누구일까?"라기보다는 "생령은 존재할까?"에 가깝다.

 

  소설을 읽다 보면 처음에 포스티나의 생령에 의심쩍은 시선을 보내다가도 에밀리 사제의 사례를 비롯해서, 수많은 목격자들과 상황을 듣고 점점 생령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진다. 다만 분위기는 상당히 건조한 편이고, 그래서 으스스한 분위기는 별로 없다.  '생령이 나타났어! 꺅 무서워!' 이런 느낌이 아니라 '생령이 나타났어! 저 생령은 진짜 생령인가?' 이런 느낌에 가깝다.

 

  다만 포스티나의 배경이 드러나고 앨리스가 죽으면서 이 판단은 조금 흐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배질 윌링 박사는 비로소 합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범인을 짚어내는데, 논거라던가 복선은 아무래도 약간 미심쩍은 감이 있다. 다시 말해 생령(페치, 도펠갱어)의 존재가 소설 전체에 깊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결말조차도 불가사의한 일을 받아들이느냐/합리적으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둘로 갈라진다. 과연 생령은 존재했는가? 아니면 사람의 장난인가? 합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면서도 어딘지 모를 찜찜함을 남긴다는 게 이 소설 결말의 독특함인 듯 싶다.

 

  막 사람을 빨아들이는 종류는 아니지만, 충분한 정도의 호기심을 끌어내는 글이다. 다만 결말은 보는 시각에 따라 좀 밍밍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단 나는 조금 밍밍했다.

 

 

p.s.

  책 중간중간에 물건의 세밀화가 들어 있는데 없는 편이 나은 듯 싶다. 중간중간 불쑥불쑥 튀어나와 가끔 글 읽을 때 방해되는 느낌을 받았다. 꼭 필요한 삽화가 아니라서 더 그런 듯.

 

 

 

2012.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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