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8, 우연히 데이브 거니 시리즈 1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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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올 때부터 관심은 있었는데 이럭저럭 하다 지금에서야 읽었다. 1년이 다 되었네. 게으르다.

 

  은퇴한 경찰 데이브 거니는 어느 날 동창인 마크 멜러리에게서 도움을 청하는 이메일을 받는다. 자신에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호기심을 느낀 거니는 멜러리를 만나러 간다. 협박 비슷한 쪽지를 받은 멜러리는 얼마 후 살해당하고, 거니는 멜러리에게 있었던 기묘한 일을 증언하다가 수사팀에 합류하게 되는데.......

 

  이 소설의 매력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는 데에 있다. 보통 살인사건으로 시작하는 것과 달리, 이 소설은 1/4 정도를 굉장히 일상적이지만 '기묘한 일'을 설명하는데 보낸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 느끼는 혼란들이 밑에 깔리고 나서야 '첫 살인'이 일어난다. 리뷰를 먼저 찾아본 뒤 이 책을 읽었는데, 다른 리뷰에서 '지루하다'는 평이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인 듯 하다. 실제로 1장은 몇 번이나 끊어읽어야 했다. 1장 뒤부터는 한 호흡에 읽은 것과 상당히 비교된다. 과연 1장을 이렇게까지 길게 쓸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처음에 대충 서술하고 넘어갔다면 뒤에 있는 기묘한 일로 인한 증폭효과를 보지 못했을 것 같기도 하고.

 

  범인은 어떻게 멜러리가 생각한 숫자, 658과 19를 맞췄을까? 그것은 멜러리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숫자였고 우연히 떠오른 숫자였다. 살해 현장에서 눈밭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발자국, 발자국이 사라진 곳에서 걸려있던 구두, 총으로 살해한 뒤 병으로 다시 찌르는 이상한 수법 등 이상한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트릭들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설명할까 싶었는데, 그게 가능했다는 것이 이 소설의 묘미다. 트릭 자체는 심플하고, 범인도 심플한데, 허를 찌르는 구석이 있다. 당연하지만 당연해서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는 그런 것.

 

  이 소설의 한 축이 살인사건과 트릭이라면, 소설의 다른 축은 거니가 겪고 있는 갈등이 담당한다. 데이브 거니와 부인인 매들린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 말이다. 둘의 사이는 나쁘지 않지만 균열이 있는, 그런 이상한 관계다. 매들린은 거니가 살인과 범죄에 연관되는 것을 싫어하고, 거니는 살인과 범죄와 연관된 것에서 발을 뺄 수 없기에 둘 사이는 삐꺽거린다. 그런데도 사실 이 소설의 서브 탐정은 매들린이 아닐까 싶은데, 아무렇지도 않게 핵심을 짚어내는 눈이 있는 그녀는 확실하게(아마도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거니의 추리에 도움을 준다.

 

  이 두 가지 축이 어우러지면서 큰 긴장을 유발한다. 범인을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았지만, 범인을 지목하는 과정에서 좀 갑작스럽게 옛날 일들이 터져 나오는 느낌이 있기는 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였고, 특히 트릭을 풀어나가는 방법이 흥미로웠다.

 

  p. 307.

 "하지만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숫자 놀음하고 똑같아."

 "무슨 뜻이지?"

 "그러니까 어떻게 그런 짓을 했는지가 뭐가 중요해?"

 "더 얘기해봐."

 거니가 재촉했다. 짜증보다 호기심이 조금 더 컸다.

 "어떻게는 중요하지 않아. 문제는 왜이고 그 대답은 빤하잖아."

 "그래서 그 빤한 대답은?"

 "당신들이 바보 천치라는 걸 증명하고 싶은 거지."

----중략----

 "658이라는 숫자와 19라는 숫자는 아주 구체적이었지."

 "하지만 그 숫자는 멜러리한테 아무 의미도 없었어. 그 숫자를 생각해냈다는 것 말고는. 그리고 어쨌든 그것도 속임수일 거고."

 

 

 

2012.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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