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에 꽤 재밌게 읽은 게 생각나서 집었음. 전작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를 읽은 날짜를 찾아보니 작년 9월이었다. 1년만에 뒷편이 나온 셈이다. 여전히 주요 등장인물은 셋-집사 가게야마, 아가씨 레이코, 가자마쓰리 경부-이고, 딱히 설정이 덧붙거나 빠진 것은 없는 듯 하다. 셋의 관계도 기본적으로는 거의 비슷하다(뒤쪽의 단편에서 뭔가 등장인물이 연애를 할 것도 같지만 역시 추리물이니까 연애는 안 되겠지만 왠지 연애를 할 것도 같은데 싶은 정도의 양념이 첨가되기는 했다).

 

  1편처럼 트릭 위주의 미스터리 6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1편처럼 재미가 들쭉날쭉하지 않고, 여섯 편 모두 비슷비슷하게 재미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특출나게 재미를 느낀 단편도 없다는 점. 게다가 1편과 비슷한 상황으로 흘러가서 그런지 신선함은 좀 떨어진 느낌이다.

 

* 완벽한 알리바이를 원하십니까?

: 인적 드문 거리의 빌딩 계단에서 회사원 A양이 죽었다. 사망추정시각은 7~9시 사이이고, 피해자를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와 7시 45분~9시로 좁혀진 상태. 유력한 용의자인 전 남친 A군은 그 시간대에 확고한 알리바이가 있다. 어찌된 일일까?

 

-> 알리바이 트릭. <달리의 고치>와 비슷한 착각이 사용됐다. A군이 사용한 방법은 아마추어적이고 간단하지만 일이 한 번 꼬인 덕에 까다로워진 스타일. 초점을 잘 맞추면 쉽게 풀 수 있다.

 

* 살인할 때는 모자를 잊지 마시길

: 집으로 개조한 폐공장에서 B양이 죽었다. 사인은 욕조에서 익사, 다리에 흔적으로 보아 살해당한 것이 분명하다. 기묘한 것은 옷장 속에 있어야 할 모자 한 줄이 사라진 것. 모자는 어째서 사라졌으며 용의자 넷 중 B양을 죽인 사람은 누구일까?

 

-> 문제 자체가 상당히 재밌었다. 모자가 사라졌는데 모든 모자가 사라진 것은 아니고, '옷장 선반에 놓여있던 한 줄의 모자'만 사라졌다. 이 미스터리를 제대로 풀어내면 범인도 지목할 수 있는데, 모자가 사라진 이유가 꽤 기발하다! 이건 짐작을 못해서 가게야마에게 호통 듣는 레이코 심정이 되었다.

 

* 살의 넘치는 파티에 잘 오셨습니다

: 호텔에서 열린 친구 아버지의 회갑연에 참석한 레이코. 옥상정원에서 이전에 알던 C언니가 습격당하고, 얼굴이 눈에 익은 듯도 하지만 잘 모르는 여자(붉은 드레스에 녹색 보석을 한)가 자신을 습격했다 말한다. 하지만 C언니의 진술에 근거해 지목한 용의자는 C언니와 확실한 안면이 있는 상태. 범인은 누구일까?

 

->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착각이 미스터리에 적용된 스타일. 범인과 동기를 짚어내는 건 어렵지 않은데, 사람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맹점을 이용해 단편을 꾸렸다는 게 재미있다. 여기서 나타나는 것은 심증이라 서브 물증으로 보석이 활용된다. 보석으로 이용되는 어떤 광물의 특징 또한 덤으로 알 수 있는 유익한(?) 단편.

 

* 성스러운 밤의 밀실은 어떠십니까?

: 사다리에서 떨어져 D양이 사망했다. 눈이 쌓인 골목길에는 최초 목격자가 왕복한 한 쌍의 발자국과 한 줄의 자전거 바퀴 흔적만 남아있다. 10시경 쿵 하는 소리 이후 사람의 그림자를 보았다는 이웃집 할머니의 증언을 보아 D양은 살해당한 듯 하다. 범인은 어떻게 밀실에서 탈출했으며, 범인은 누구일까?

 

-> 밀실의 고전, 눈으로 만들어진 밀실. 왜 밀실을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 확실히 이해되는 점이 좋았다(이웃집 할머니 증언만 없었다면 영락없는 사고사니까!). 가게야마가 밝힌 트릭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꽤 엄청난 균형감각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한 발만 삐끗해도 바로 드러날 트릭이라서.

 

* 머리카락은 살인범의 생명입니다

: 친척집 저택에서 칼에 찔려 죽은 E양. E양이 살아생전 자랑하던 긴 머리카락은 짧게 잘린 채 벽난로에서 타고 있었다. 범인은 누구이며 왜 E양의 머리카락을 잘랐고, 왜 E양을 살해한 걸까?

 

-> 추리는 추리일 뿐 물증을 제시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가게야마의 말로 확인할 수 있는 단편. 가게야마의 말대로 과연 그럴 것 같기는 하지만 물증이 없어서, 과연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두근두근한 기분이 드는데 뒷이야기가 없어 좀 아쉽다.

 

* 완전한 밀실 따윈 없습니다

: 유명한 화가가 자택 아틀리에에서 습격당한다. 창문에는 방범창이 있고, 화가가 비명을 지른 직후 두 사람이 현관부터 아틀리에를 향하는 복도를 지나 아틀리에에 왔고, 문은 스프링으로 자동으로 닫히는 문이었다. 범인은 어떻게 도망쳤을까?

 

-> 회화 기법을 이용해 사람의 맹점을 찌르는 트릭!

 

 

  이 시리즈는 추리로 읽어도 그렇지만 시트콤처럼 읽어도 소소한 재미가 있다. 기분전환하기 괜찮은 시리즈라 3편이 나오면 또 읽지 싶다.

 

 

2012.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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