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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 갈색 눈 - 세상을 놀라게 한 차별 수업 이야기
윌리엄 피터스 지음, 김희경 옮김 / 한겨레출판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제인 엘리어트가 1968년부터 한 시골마을 초등학교 3학년 생에게 진행한 차별 수업에 관한 이야기. 엘리어트의 실험 내용은 심리학이나 인문학 책에서 간간히 보아왔는데, 진행 과정을 자세히 본 것은 처음이라 신선했다.
마틴 루터 킹의 암살을 계기로 앨리어트는 편견에 대해 자신의 학급 아이들에게 알려주어야겠다고 결심한다. 앨리어트는 이제부터 실험을 하나 할 거라고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오늘은 갈색 눈이, 내일은 푸른 눈이 더 우월한 거야."라고 말한다. 그리고 철저하게 푸른 눈이 차별당하는(급수대의 물을 먹을 때 갈색눈은 이전처럼 마음껏 물을 마실 수 있지만 푸른 눈은 종이컵을 사용해야만 한다던지 하는) 아이들은 너무나 빠르게, 푸른 눈의 친구들을 차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 날 상황은 역전되고, 이번에는 갈색 눈의 아이들이 '열등'해져서 푸른 눈의 아이들의 차별을 받는다.
앨리어트는 이 실험을 계속하기로 결심한다. '이보다 편견에 대해 더 잘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실험은 입소문을 타고 퍼지고, TV 방송국에서 취재하러 나온다. (그 전까지의 실험이 간략하게 서술된 것과 달리, TV에 촬영된 학급의 이야기는 자세히 나왔는데 아마도 비디오 자료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기억 속에서 삭제되거나 왜곡될 여지가 거의 없어서인 것 같다).
쉽게 쓰여졌지만 내용은 쉽지만은 않다. 편견이란 무엇일까? 어렴풋이 그것을 알고 있지만, 진짜로 우리가 그것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편견은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면서도 무의식적으로 편견에 따라 말하고 움직이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앨리어트도 같다. 그녀 또한 주변의 시선이 무서워서 '흑인 세입자는 받지 않겠다'고 돌려 말한 경험이 있다. 편견이 나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진짜 알고 있고 그것에 저항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이 책은 알려준다.
p.16.
마지막으로 엘리어트는 아이들에게 흑인 소년이나 소녀로 사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상상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중략)... "그러니까 아이들은 흑인에 대해 반감 혹은 멸시에 가까운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들을 동정하게 된 거예요. 흑인 아이들을 가엾게 여기고, 그들이 다르게 취급받는 것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했죠."
어떤 책인가에서 조선 시대 어떤 왕의 일화를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왕은 백성에게 자비로워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어떤 '상것'이 제 남편에게 죽었을 때 상것의 일은 상것이 알아 해야 한다고 넘겼다는 이야기다. 그는 백성에게 자비로워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백성이 현실에서는 상것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몰랐다. 위의 문장을 읽으며 그 이야기가 생각났다.
p.42.
차별은 아프기만 한 것이 아니다. 차별은 당신이 행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당신이 행동하는 방식은 당신이 하는 일의 종류 뿐 아니라 당신이 스스로 느끼는 자기 모습에도 영향을 끼친다. 당신이 하는 일의 종류, 당신이 스스로 느끼는 자기 모습, 이 모든 사항은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영향을 끼친다. 사실 이것들은 당신이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에 영향을 끼친다. 차별은 충분히 오래 지속되기만 한다면 당신을 바꿔놓을 수 있다.
p.252.
흑인이 전체 '흑인집단'에 속하는 존재하면, 백인은 항상 개인으로 존재한다. by 존 그리핀.
이 책은 편견은 차별의 결과라고 말한다. 맞는 말 같다. 뒤의 후기도 알차서 읽는 맛이 있었다. 얇지만 내용이 꽉 찬 책이었다.
2012. 9.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