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코요테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4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4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3편 <콘크리트 블론드>는 건너뛰고

  해리 보슈 시리즈 no. 4

  별 세 개 반?

(미리니름 있습니다)

 

  상사인 파운즈를 폭행해서 정직처분을 당한 해리 보슈는, 오랫동안 묻어놓은 어머니의 죽음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파티걸 마저리 로우는 자신의 벨트에 목이 졸린 채 쓰레기통에 박혀 발견되었고, 성관계를 한 흔적이 있었다. 범인은 잡히지 않은 상태.

  마저리 로우의 수사기록을 읽어본 보슈는 수사는 안 한 것과 다름이 없었으며, 누군가가 수사에 압력을 넣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30년 전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서 해리는 파운즈 경위의 이름도 사칭하고, 아노 콘클린의 오른팔이었던 고든 미텔의 파티에도 참석하고, 플로리다에 가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도 만나고, 사건을 담당했던 또 다른 형사의 미망인도 만나면서 사건의 윤곽을 더듬어가는데......

 

  3편인 콘크리트 블론드를 건너뛰고 바로 4편을 읽었더니 상황이 꽤 변해 있어서 놀랐다. 보슈는 왜 파운즈의 머리를 유리에 처박았는가? 보슈는 왜 어빙과 사이가 좋아졌는가? 보슈는 왜 실비아와 헤어졌는가? 이런저런 의문점이 있지만, 사실 내용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건 아니니까 읽는데 거치적거리지는 않는다. 다만 그 동안 악역 역할이었던 어빙이 내려오고 파운즈가 등극했다는 데에는 굉장히 궁금증이 든다. 파운즈가 좋은 상사였다는 건 아니지만 이미지상 어빙>>>>>>파운즈라는 느낌이었는데.......

 

  <라스트 코요테>는 해리가 상당히 핀치에 몰린 상태에서 시작한다. 형사 일에서는 정직처분을 당했고, 저번에 일어난 지진으로 집에는 철거명령이 내려온 상태고, 애인인 실비아는 떠났다. 스트레스 덩어리나 다음없는 그 상태에서, 해리는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살인자를 찾기로 결심한다. 정직 상태인 형사가 30년 전 사건을 수사하다니, 상당히 무리를 해야 할 게 뻔한데도. 게다가 수사에 압력을 가했던 사람은 과거 경찰청의 실세였던 아노 콘클린, 그리고 현재 잘 나가고 있고 정계에도 줄인 있는 고든 미텔이다. 이제 어떤 일이 일어날까?

 

  <라스트 코요테>는 전의 두 편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다. 일단 하나의 작은 사건이나 단서가 다른 것과 맞물려가며 뻥튀기가 되는 것을 볼 수가 없다. 그 빈 자리를 해리의 스트레스 상황과 해리의 과거사 등이 간격을 메운다. 정식으로 수사할 수 없어 해리가 동원하는 편법이나 권력가를 상대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설정이 긴장감을 높이는데, 아무래도 이전에 두 편보다는 조금 느슨하다.

 

  반전에서는 허탈한 기분마저 든다. 마저리 로우의 살인은 매우 단순히 일어났고- 이미 일어난 살인사건이 그저 이용당했을 뿐이라는 반전이 너무 급격하게 방향을 획 틀어 이야기 전체를 흔들어놓는다. 이 소설이 처음에 아노 콘클린과 고든 미텔을 너무 의심스럽게 만들어놓은 덕분에 모든 초점이 '이들을 어떻게 잡아넣지? 살인도 불사하는 놈들인데!'하는데 맞춰져 있다가, 끝났다 싶었을 때 '사실은 그건 지레짐작이었습니다.'로 가자 어안이 벙벙해진다. 사소한 일이어도 자신에게 흠이 되거나 꼬투리 잡힐 일이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권력자의 속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뻘짓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진짜 범인에 대한 암시가 아주 전혀 없었다는 소리는 못하지만(일단 지문과 허리띠 얘기가 있으니까), 역시 당황스럽다. 그건 메러디스 로만의 자살과 쟈니 폭스가 살아 돌아오는 장면에서 정점을 찍는다. 범인이 자신의 범죄에 대해 토로하는 것은 이번에도 여전하고, 기왕 허탈한 거 조금 더 허탈하게 될 뿐이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불만사항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잘 읽히고 재미있다는 것이다(개인적으로 해리 보슈가 시청을 뱅뱅 돌면서 이 공무원에서 저 공무원에게로 보내지는 장면이 제일 재미있었다). 마이클 코넬리가 글을 재미있게 쓴다는 말도 되겠다. '모두 중요하거나 아무도 중요하지 않다'는 해리 보슈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까지 읽은 해리 보슈 시리즈 3권이 우연찮게도 모두 번역자가 달랐는데, 번역자에 따라 소설의 느낌도 다소 변하는 듯 하다. 이번 번역은 상당히 부드러운 혹은 톡톡 튀는 어조로 번역되었다. 처음엔 좀 괴리가 있었는데 읽다보니 익숙해진다. 뒤에 페이지 소개를 보면 번역자가 번갈아가며 바뀌는 듯 한데, 어조에 익숙해지려면 조금 어지러울 것 같긴 하다. 역시 번역은 중요한 것 같다.

 

 

p.s.

  만약 쟈니 폭스가 살아있지 않고 메러디스 로만이 살아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이 정도로 허탈하진 않았을 것이다. 메러디스 로만은 겁쟁이에 비겁자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데, 결국 범죄에 대한 처벌고 그에 합당한 비난도 받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자기를 끝장내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에 아주 불만이 있다. 만약 메러디스가 살아있었다면 해리는 어떻게 했을지가 궁금해서일까?

 

 

2012.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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