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토바 전설 살인사건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우치다 야스오 지음, 한희선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별 세 개 반.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no.1.

 

  고토바 법황이 유배된 길을 따라 여행하던 여인 쇼호지 미야코가 역에서 살해당한다.

  본청에서 온 기리야마 경감과 갈등을 겪는 노가미 형사는 피살당한 장소에 오기까지 쇼호지의 여정을 조사하다가, 그녀가 대학생일 적 친구와 함께 같은 길을 한 번 여행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동시에 목격자인 도미나가 다카오를 만나 쇼호지 미야코의 짐 중에서 녹색 천 커버의 책이 사라졌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기리야마 경감은 그의 발견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고, 수사가 답보상태에 머무는 가운데 도미나가 다카오 또한 살해당하는데......

 

  1982년 책이라 그런지 꽤 고풍스럽다. 소설을 읽다보면 고토바 법황 유배길에 얽힌 전설이 꽤 비중있게 등장하는데, 일본사를 모르다보니 나야 그랬나보다 싶지만 만약 그에 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속도감은 없고, 상당히 한적한 분위기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시골역이 배경이고, 형사 혼자 정보를 찾아 돌아다니는 장면이 꽤나 많아서 그럴까.

 

  범행 자체는 센세이널하지만(역 한 가운데 뻥 뚫린 곳에서 사람이 살해당했으니) 기발하거나 잔인하지는 않다. 다만 이 사건에는 의아한 구석이 많다.

 

  1. 사라진 책의 의미는 무엇인가?

  2. 미야코는 왜 집으로 가던 도중 방향을 틀어 이 역으로 내려왔는가?

  3. 범인은 어떤 방식으로 도주했는가?

  4. 범인은 왜 그녀를 살해했는가? 

  5. 범인은 누구인가?

 

  노가미 형사는 차근차근 발품을 팔아가며 정보를 모은다. 책 초반의 주인공은 그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책 중반, 아사미 미쓰히코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역전된다. 탐정치고는 꽤나 늦은 등장이다. 총 378p 중에서 아사미는 138p가 되어서야 등장하고, 곧 사라졌다가, 196p가 되어서야 다시 등장해 본격적으로 수사를 돕기 시작하니까 말이다.

 

  장편 추리소설이 으레 그렇듯, 이 소설에서도 도미노처럼 사람이 죽어나간다. 다만 이 죽음은 자살이나 교통사고로 위장되어 별로 특별해보이는 구석은 없고, 피해자를 보아 쇼호지 미야코 사건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의심이 될 뿐이다. 용의자를 찾는 것 부터가 난항인데, 그 실마리가 되는 것은 아사미 미쓰히코가 들고 온 8년 전 사고의 숨겨진 진실이다. 8년 전 사건를 찾아가면서 현재 사건도 점점 베일을 드러낸다.

 

  범인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고, 딱히 놀랄 만한 반전이 있지도 않다. 하지만 차근차근 수사해서 추리의 재료를 모으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와 8년 전 사고가 현재의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용의자를 추려낼 것인지 짐작하는 재미가 있다.

 

  현재의 일상이 8년 전 일어났던 일로 인해 깨지는 것을 두려워한(네 건의 살인사건을 통해 유추해 볼 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가해자의 행보는 어쩐지 매그레 시리즈 중에서 <생폴리앵에 지다>를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인상이었다. 100편이 넘는 시리즈의 주인공이 된 탐정의 시작점이라고 보기엔 좀 조용한 느낌도 든다. 작가가 쓴 후기를 보면, 뒤의 시리즈가 딱히 기발하고 소란하고 잔인하고 반전돋고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조용한 듯 해도 지루하지 않고 잘 읽히는 장점이 있으니, 미쓰히코의 다음 시리즈를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2012. 8. 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