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어디에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1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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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니름 있습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부러진 용골>을 읽고, 다른 글도 찾아보았다. 몇 권이 더 국내에 들어와 있었는데(생각보다 많았다), 그 중에서 요네자와 호노부가 일상 미스터리에서 본격 미스터리로 가는 터닝포인트가 되었다는 <개는 어디에>를 골랐다.

 

 <개는 어디에>라는 제목을 보고 아무래도 개를 찾는 미스터리같다는 선입견을 가졌는데, 실제로는 개가 거의 안 나온다는 게 함정. 설정은 상당히 코믹하다.

 

  고야 조이치로는 사회복귀를 위한 재활능력 차원에서 조사 사무소를 연다. 개를 찾을 심산으로 사무실을 열었는데, 들어온 의뢰는 도쿄에서 실종된 미인 찾기 & 고문서 유래 찾기. 때마침 고용해달라 찾아온 고등학교 후배(탐정 지망생!) 한다 헤이키치와 함께 각각 조사에 착수하는데.......

 

  지방의 조그마한 시와 촌이 배경이다. 문을 열자마자 들어온 의뢰는 고야가 원하던 개를 찾는 의뢰가 아니긴 하지만, 의뢰 자체는 단순하다. 도쿄에서 스스로 행적을 감춘 손녀를 찾는 의뢰가 하나고, 마을의 절에 대대로 내려온 고문서의 유래를 찾아달라는 의뢰가 하나다. 별로 어려운 의뢰는 아닌 듯 하고, 그런 만큼 글은 가벼운 분위기로 시작한다.

 

  고야와 한다가 각각 사람 혹은 고문서 유래를 찾기 위해 취한 방법은 지극히 일반적이다. 전화돌리기, 들개 물리치기, 사진 찍기, 도서관 가기 등등. 이런 단순한 작업들로 인해 하나씩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고 글은 다소 심각성을 띠기 시작한다. 고야는 그저 의뢰받은 미인의 행적을 알아내고 싶을 뿐이지만, 그 과정에서 우연찮게 그녀의 행동의 원인을 알게 되고, 거기서 못본척 하지 못하고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막기 위해 달려간다. 여기까지는 꽤 일반적인 전개다.

 

  그런데 이 글은 거기서부터 크게 한 번 비틀린다. 이 반전과 결말이야말로 <개는 어디에>를 개성적이고 쉽게 잊지 못하게 만든다.

 

328p

  도코도 지금쯤 불안할까. 그 탐정은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싶어 불안할까.

  '야나카 성'이 있는 산 어딘가에 파묻은 것이, 빗물 때문에 드러나지는 않을까 싶어 불안할까.

  비가 올 때마다 나도 불안하다.

  묻힌 것이 나오면 교착 상태는 무너진다. 도코는 마카베 때문에 무엇 하나 잃을 마음이 없을 것이다.

  당분간 나는 나이프를 떼어놓을 수 없다.

  이번에 받은 보수로 감시견을 살까 생각중이다.

 

  도코가 돌아온 것은 도망친 것이 아니라 범행을 위해서라는 점, 그리고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도코는 살인도 거리끼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고야가 '알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알고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는 사실이 이 소설의 마지막에 굉장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그건 알 수 없다. 어쩌면 앞으로 범행이 드러났을 수도 있고,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도코가 고야를 제거하려 했을 수도 있고, 고야가 먼저 도코를 신고했을 수도 있다. 수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글의 마지막이 왜 그렇게 강렬했을까 생각해봤다. 그건 사건의 제3자로 기능하던 탐정이 가해자 혹은 피해자의 입장으로 끌어내려졌기 때문인 듯 싶다. 남의 일이 내 일이 되는 순간의 충격. 생각해보면 탐정이라고 반드시 범행에서 제외되지는 않는 것이다. 인간이니까.

 

  <개는 어디에>의 결말은 글 전체에서 결말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결말 하나로 글의 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책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이 소설은 고야의 1인칭과 한다의 1인칭을 번갈아 취하고 있는데, 시점이 바뀔 때 어떤 표시도 없다는 것이다. 읽으면서 부던히 헛갈렸다. 그것만 빼고는 만족스럽다.

 

 

2012.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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