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형사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1
피터 러브시 지음, 하현길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1편.

 

  추 밸리 호수에서 알몸의 여자 시체가 발견된다. 피터 다이아몬드는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수사에 나선다.

 

  알몸의 여자, 신원을 알 수 없고 호수에 투기된지 2주일은 되었기 때문에 일단 신원을 밝히는 것 부터 시작된다. 대대적으로 여자의 몽타주를 내보내고, 실종된 사람 명단을 뒤지는 일이 이어진다. 시작부터 스펙터클하게 굴러가지는 않는 셈이다.

 

  하기야 이 소설은 대놓고 이렇게 말한다.

 

  p.213.

  셜록 홈스의 계승자들이라면 이 주소록에서 많은 것들을 추리해 살인자를 찾아내고, 언제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지 정확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그들처럼 천재성이 번뜩이는 사람이 아니라서 제리의 주소록에 적힌 친구들의 명단을 다시 작성하면서 잭맨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가 하는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이 말마따나, 피터 다이아몬드는 천재적인 사람은 아니다. 9명의 사람이 피해자가 TV 드라마 속 캐릭터라며 신고했는데, 피터 다이아몬드는 그 제보를 무시한다(하기야 나라도 무시할 거 같긴 하다). 하지만 실은 살해당한 여인이 그 캐릭터를 맡았던 여배우였다. 다이아몬드는 자주 실수한다. 그는 의심으로 똘똘 뭉쳐 있고, 모든 것을 의심하는게 형사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과학 수사를 싫어한다! CIS와 같은 수사물에 익숙한 사람으로서는 어리둥절한 일이다.

 

  p.441.

  간부들은 온갖 기계 장비들을 지원해주고는 초인적인 성과를 기대한단 말이야. 그런데 경찰 일이라는 게 결국은 사람들을 조사하는 거거든. 교활한 사람들, 위험한 사람들, 겁에 질린 사람들을. 그리고 악당들은 20년 전보다 훨씬 더 단수가 높아졌단 말이야. 놈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 마음속으로 파고들어 진실을 끄집어내야 한다고. 난 그걸 하려고 수사반에 들어갔어.

 

  책 속에서 수사는 빨리 진행되지 않고 상당히 더디게, 그리고 착실하게 진행된다. 피터 다이아몬드의 활약이 나오는 것은 1/4 정도 남은 지점부터다. 재미있는 건 이미 이 시점에서 '과학 수사'는 사건의 용의자를 한 명으로 좁혀놓았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형사"와 "과학수사"의 대결이 된다.

 

  사실 과학 수사가 없더라도, 과학수사가 지목한 범인이 바로 진짜 범인인 듯 하다. 하지만 몇 가지의 사실들이 설명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1. 과연 제럴딘 잭맨은 교수를 살해하려 했는가?

2. 제인 오스틴의 편지는 어디로 갔는가?

3. 앤디는 누구인가?

4. 사라진 운행일지는 어디로 갔는가? 

 

  다이아몬드는 멋지게 이 모든 의문점을 밝혀낸다. 물론, 그의 활약은 모두가 알고 그를 인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형사답게 진실을 밝혔음에 만족했음이 분명하고, 그런 면이 다이아몬드의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를 좋아하게 만드는 점이다.

 

  <마지막 형사>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섞여 있는데, 하나는 위에 언급한 대로 여자를 살해하고 호수에 유기한 범인을 찾는 것이고, 둘은 피터 다이아몬드와 경찰조직과의 갈등이다. 이 갈등은 다이아몬드가 과학수사 대신 전통적인 형사의 방식을 선호하면서 일어난다. 결국 제럴딘 잭맨 살인사건의 범인을 다이아몬드가 밝혀냄으로써 다이아몬드의 방식이 승리하는 듯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다이아몬드는 사표를 냈고, 결국 과학수사가 기존의 방식을 밀어내고 경찰의 핵심에 자리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처음부터 차분하게 수사하면서 뿌려놓은 떡밥을 끝에 가서 회수하는 솜씨가 굉장하다. 왜 플롯의 제왕이라 불리는지 알 것 같다. 캐릭터도 좋다. 다이아몬드는 셜록 홈즈 과도 아니고 CSI과도 아니고, 뭔가 독특한 맛이 있다. 후덕한 외모와 달리 성격 나쁘다는 것도 재미있고...... 시작부터 사람을 잡아끄는 방식이 아니라 책장이 넘어갈수록 푹 빠지게 되는 소설, 개인적으로 part 2의 잭맨 교수의 진술부터 책장이 쉽게 넘어갔다.

 

  시리즈 2탄 <다이아몬드 원맨쇼>와 비교해보자면, <마지막 형사> 쪽이 플롯도 더 짜임새가 있고 무리한 설정도 없으며, 보다 정적이다(<다이아몬드 원맨쇼>가 워낙 나라를 건너가며 뛰어다녀서 그런 느낌이 더욱 두드러진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라는 캐릭터는 <다이아몬드 원맨쇼> 쪽에서 조금 더 두드러지는데, 다이아몬드가 손재주가 정말 없는 사람이란 설정은 이 때 처음으로 등장하는 듯 하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표지와 제목이 정말 취향이 아니라 넘겼었다. 책이 재미있다는 걸 알고있는 지금도 표지를 보면 썩 손이 가지 않는다. 뭔가 읽는 의욕을 떨어뜨리는 표지다. 어쨌든 간에 책의 뒷날개를 보니 3편 4편의 설명이 적혀 있는 걸 보니 뒷편이 나올 모양이다. 나오면 또 읽어야겠다. 피터 러브시의 또 다른 시리즈물도 소개되었음 좋겠다.

 

 

2012.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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