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탐정을 탐정하다 - 식민지 조선의 탐정소설사
최애순 지음 / 소명출판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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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탐정을 탐정하다>는 '식민지 조선의 탐정소설사'라는 부제처럼, 식민시 시대 탐정소설을 조명한 논문집(단행본이지만, 형식을 보면 논문을 묶어놓은 것 같으니 논문집으로 칭한다)이다. 이 논문집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느 정도 <계간 미스터리>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계간 미스터리>에 실린 식민지 시대 탐정소설에 관한 기사를 재미있게 읽은 덕분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에 뚜렷한 탐정소설사(세간에는 추리소설로 통용되지만 저자가 탐정소설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므로 거기에 따른다)가 형성되지 않고 희미하게 이어져 내려온 연유를 알아보고 싶으며 그래서 탐정소설이랄 법한 것이 소개되기 시작한 식민지 시대로 거슬러가 조선에서 탐정이 어떻게 등장했는지, 탐정소설은 어떻게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졌는지 등을 찾아본다.

 

  이 책은 하나의 큰 줄기를 가지고 써나갔다기보다, 개별적인 여덟 편의 논문을 엮어놓은 모양새다.

 

- 1930년대 탐정의 의미규명과 탐정소설의 특성 연구

- 방정환의 소년탐정소설 연구

- 채만식의 유정한(soft-boiled) 탐정소설 <염마>

- 1930년의 모험탐정소설과 김내성 <백가면>의 관계

- 식민지 시기 탐정소설의 번역과 수용양상 및 장편 번역 탐정소설 서지 연구

- 식민지 시기부터 1950년대까지 모리스 르블랑 번역의 역사

- 최서해 번안 탐정소설 <사랑의 원수>와 김내성 <마인>의 관계연구

- 식민지 조선의 여성범죄와 한국 팜므파탈의 탄생

 

  제목만 보기에는 정말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의외로 많은 공통점이 있다. 한 편씩 읽어나가다보면 식민지 조선에서 탐정소설의 위치를 차근히 그려볼 수 있다. 그리고 그건 현재 한국에서 한국산 탐정소설이 부진한 이유를 알려준다. 그 이유 중 일부는 식민지 시대 당시 사람들이 받아들인 탐정소설이 논리성과 추리력을 중시하는 두뇌형 탐정, 다시 말해서 '고전적 탐정유형'과 달랐다는 점에 있는 것 같다.

 

  '탐정소설'은 외국에서 시작되었으며, 우리 것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변화와 가공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당시 조선은 식민지 상태였고, 셜록 홈즈 식의 법보다는 아르센 루팡 식의 무법 쪽이 친근감이 있었던 듯 하다. 나아가 '탐정은 연애하면 안 된다'는 가정과 달리 탐정의 연애를 환영했으며, 탐정은 희생자와 감정적 관계를 맺고 있었다. 탐정소석은 고전적 탐정소설의 유형보다는 모험탐정소설 쪽이 인기있었다. 그리고 당시 독자들이 논리적으로 "누가 범인인가?"를 밝히는 논리적 서사에 익숙하지 않고, "그래서 범인을 잡고 피해자를 구할 것인가?"라는 감정적 서사에 익숙했기에 고전적 탐정소설 유형이 자리잡지 못한 탓도 있는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대중이 선호하는 양식이 모험-유정有情-대결 양상이었던 것에 반해, 비평가들은 고전적 추리소설 유형을 선호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괴리가 한국식 탐정소설 유형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었으며, 현재 빈약한 기반을 형성하는데 일조하였노라고 짐작할 수 있다.

 

  식민지 시대에 작가들이 쓴 탐정소설을 보면 "과연 이게 탐정소설인가?"하는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그 감정은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반장> 시리즈를 처음 접했을 때의 당혹과도 맞닿아 있다. 그것은 내가 가지고 있던 탐정소설의 도식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탐정소설"의 정의를 기존보다 넓혀 사용하고 있다. 저자는 "탐정(을 하는) 소설"을 탐정소설로 본다. 탐정이라는 직업의 의미를 강조하기보다는 탐정하다라는 서술적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식민지 시대 작가들이 쓴 탐정소설도, 고전적 탐정소설 유형에 맞지 않기는 하지만, 역시 탐정소설이다. 저자는 바로 거기에서 시작해 '한국식 탐정소설 유형'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하며, 그 유형을 찾아야 비로소 서구의 고전적 탐정소설 유형을 답습하기 바빠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탐정소설계가 발전할 수 있겠노라고 말한다.

 

  저자의 주장은 책을 처음 읽을 때만 해도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면 어느 정도 갈피가 잡히며 저자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게 된다. 나라마다 특색이 있고, 문화는 그 나라 사람들과 떼어 생각할 수 없으며, 밖에서 어떤 새로운 것이 들어올 때에는 어떤 형식으로든 변형이 되기 때문이다. 그 변형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문화가 발붙일 곳이 없음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이렇게 감상을 말하고 보니 굉장히 딱딱한 책 같지만,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으며 꽤나 쉽게 읽힌다. 논문 속에 언급되어 있는 소설의 줄거리와 캐릭터의 분석, 그리고 당대의 시대장을 짚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탐정소설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언젠가 이 책의 후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다.

 

 

2012.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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