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 밀리언셀러 클럽 105
J.L 본 지음, 김지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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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네 개 반.

 

  갑자기 좀비물이 보고 싶어서 찾다가 발견한 책이다. 제목이 곧 내용. 일기 형식(시간까지 적혀 있다)인 이 책은, 1월 1일부터 5월 경까지 '하루하루가 (어떻게) 세상의 종말 (이 되고 있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끝장이 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1월 1일(몇 년도인지는 나와있지 않다. 다만 9.11 이후이고, 부시 대통령이 아직 대통령인 시점이다), 이름 모를 남자는 일기 쓰기를 결심하고, 다음 날 중국에서 발병했다는 바이러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미지의 바이러스는 급속도로 퍼져가고, 곧 세상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은 뒤 되살아난 시체들로 뒤덮인다.

 

  * 좀비의 특징 *

  1. 소리에 민감하다

  2. 지능은 없다

  3. 행동은 느릿느릿하다

  4. 아픔은 느끼지 않는다

  5. 머리가 터져야 죽는다

  6. 시간에 따른 활동 제약은 없다

  7. 좀비에게 물린 인간은 한 시간 내에 좀비로 변한다

 

  좀비를 피해서 살아남는 것은 힘들다. 한 번 방심하면 곧바로 좀비가 되어버리는데다가, 좀비들은 두려움이 없고 소리에 엄청 민감해서 피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좀비들의 수는 정말이지 어마어마하다. 주인공인 남자가 전직 해군 장교(이고 현재는 탈영상태)여서 무기를 다루는 방법이 능숙하고 비행기며 차도 잘 다룬다고 해도 생존이 그다지 수월하지는 않다. 하루하루 사는 게 전쟁이라서 그런지 '살아남기'라는 단순한 스토리라인이 지루하지가 않다.

 

  이 글의 독특한 점은, 좀비 발생보다 더 큰 테러가 인간의 손으로 자행된다는 것이다(왜 좀비가 만들어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아마도 2편에서 밝혀지리라 생각되는데). 좀비를 없애겠다면서 정부는 핵미사일 발사를 승인한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몇 백 킬로미터가 방사능에 오염되어 인간은 살 수 없지만 좀비는 멀쩡히 살아남았다(게다가 어쩐지 지능 및 행동도 향상된 것 같다). 그래서 살아남기는 더 만만찮아졌다.

 

  좀비들의 인해전술은 아무리 튼튼한 울타리와 유능한 사격수도 정면으로는 배겨낼 수가 없다. 더구나 음식과 생필품을 한 곳에 머물면서 얻을 수는 없다. 필요불가결하게 생존자들은 떠돌아다닌다. 주인공도 몇 명의 생존자와 함께 무리를 이루어 돌아다닌다. 다른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일종의 위안을 주지만, 소설의 마지막은 인간의 적은 좀비 뿐이 아니라 다른 무리의 인간도 포함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꿈도 없고 희망도 없고,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움직이는 세계다.

 

  섬뜩할 정도로 이 상황을 잘 전달하는 문장이 작품 중에 있다. '죽은 놈들이 부럽다.'

  

  디스토피아적 소설은 언젠가 그것이 사실이 될 것 같아서 무섭다. 더구나 이 책은 진짜 일기처럼 사진이나 그림도 첨부되어 있고 밑줄도 그어져 있어 가끔 그게 진짜 누군가가 남긴 일기 같다. 게다가 일기이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잔인한 묘사도 없다. 좀비보다는 생존에 초점이 맞춰져서 그런지 가끔 코맥 매카시의 <로드>가 떠오르기도 했다(여기도 원인은 다르지만 이미 망한 세상이니어서 그런가).

 

  사실 이 책에는 다음 권이 있다. 그래서인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는데도 뭔가 안 끝났다는 느낌이 든다.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 2>에서는 어떤 모습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2012.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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