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주라크의 광인 매그레 시리즈 15
조르주 심농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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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마디로 엿 먹은 매그레가 엿을 되돌려주는... 음 이건 너무 편파적인 리뷰인가;;

 

  줄거리 :

  매그레가 2등석 침대차에서 잠이 들려는 차, 윗칸의 승객이 창 밖으로 뛰어내리고 매그레는 무심코 그를 쫓아가다 어깨에 총상을 입는다. 매그레가 깨어보니 병원에서 '베르주라크의 광인'이라는 살인마 취급을 받고 있었다. 매그레는 호텔의 침대 위에서 이런저런 조각을 짜맞추며 범인을 알아내려 하는데......

 

  매그레가 침대에 누워 있다니 희귀하다. 굳이 둘 중 하나를 고르자면 매그레는 머리를 굴리는 것보다 발로 뛰는 게 어울린다. 그런데 <베르주라크의 광인>에서 매그레는 창 밖을 내다보며, 매그레 부인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사건의 전말을 추리해낸다. 이런 안락의자탐정 역할이 매그레에게 주어지다니!

 

  '베르주라크의 광인'을 둘러싼 수수께끼는 이상하다. 사람들은 뭔가 감추려 한다. 당글라르 검사장도, 리보 박사도, 그리고 리보 박사의 처제도, '베르주라크의 광인'을 만났다가 간신히 살아난 호텔 종업원도, 그 외 사람들도 말이다. 매그레의 병실 앞 복도에 2등석 기차표를 흘리고 간 사람은 누구일까? 그 사람은 여자를 살해하고 심장에 침을 박는 '베르주라크의 광인'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 이야기는 중간에 한 번의 반전을 맞는데, 그건 매그레가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기 전에 '베르주라크의 광인'으로 유력시되는 부랑자가 시체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의문이 생겨난다- '베르주라크의 광인'은 호적상 이미 죽은 사람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그는 어떻게 산 채로 베르주라크로 온 것일까? 그리고 '베르주라크의 광인'을 쏜 총은 어디로 갔을까?

 

  '모두 다 공범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묘하게 돌아가던 분위기가 걷히는 순간, 결말이 나온다. 자신이 쌓아놓은 것이 무너지는 걸 두려워했으니 당연하다 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성마르게 행동해야 했을까. 그들의 로맨스는 참 이기적인 로맨스라는 생각이 들어서 끝부분을 보며 기분이 좀 그랬다. 매그레 시리즈는 사건보다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하는데 이번 글 역시 그렇다. 사건이 풀리면서 사건과 얽힌 사람들의 다른 면들이 드러나는 게 좋다.

 

  베르주라크 사람들의 따돌림을 받으면서도 "내가 꼭 잡아낸다!"고 으르르릉 하는 매그레의 모습이 재미있다. 그리고 그런 매그레를 돌보는 매그레 부인의 모습이 돋보인다. 이 부인, 조용한 성품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당차고 영리하다. 특히 매그레에게 쪽지를 넘겨주는 부분에서는 감탄이 나왔다.

 

 

  p.s. 책과 함께 온 책갈피(표지의 기차표 모양 + 초록 가죽끈)가 매우 예쁘다.

 

 

2012.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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