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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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창 밖을 보니 눈사람이 집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밤, 엄마가 집에서 사라졌다.'

 

  <스노우맨>은 이런 괴담같은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어디에 갔을까? 사람들은 단순 실종이라고 생각하지만 수사를 맡은 해리 홀레는 심상찮은 냄새를 맡는다. 해리와 그의 팀은 조사 중에 11년 동안 첫눈이 오던 날 실종된 여자들이 통계상의 다른 실종과 확연히 다른 통계를 보이고 있음을 눈치챈다. 그리고 해리에게 범행을 예고하는 편지가 날아온다.

 

  책을 읽는 내내 눈 냄새를 맡는 것 같았다. 책에서 피 냄새가 난다고 생각한 적은 간혹 있어도 눈 냄새가 난다고 생각한 건 처음이다. 목이 잘려 죽은 사람도 있고 코에 당근을 박은 눈사람이 되어 발견된 시체도 있는데도 피냄새 대신 눈 냄새가 난 이유는 실종자들의 시체가 대부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건 현장에 꼭 나타나는 눈사람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흔적을 남기지 않는 범인의 치밀함과 강박증이 느껴져서일지도.

 

  600p라는 어마어마한 분량을 자랑하는데도 순식간에 읽을 정도로 가독성과 흡인력이 좋다. 책 내내 이런저런 단서가 흩뿌려져 있는데 마지막에 깔끔히 모아지는 게 놀라웠다. 왜 해리 홀레에게 예고장이 왔는가, 그리고 1년에 1번 살인을 저지르던 스노우맨이 왜 이번 해에는 거듭 살인을 저질렀는가, 카트리네는 실종자들의 공통점을 왜 그렇게 잘 알고 있었는가, 시체는 어디로 갔는가 등 때로는 잊고 있던 질문들이 제대로 맞춰져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하나쯤은 놓칠 법도 한데 말이다.

 

  만만찮은 스노우맨과 해리 홀레의 두뇌싸움도 좋았지만, 만만찮은 짐빔과 해리 홀레의 대결도 좋았다. 알콜중독에서 겨우 벗어난 이 사람이 술을 마시나 안 마시나. 그걸 마시면 끝인데 어떡하지, 그런데 저렇게 마시고 싶어하는데 과연 참을 수 있을까 하고. 해리 홀레라는 인물은 장점만큼 단점도 적나라해서(가끔 단점이 더 커보이기도 한다) 더 정이 가는 것 같다. 다른 캐릭터들도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고, 그런 면들이 어우러져서 책을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듯 하다. 심지어 밝혀진 범인조차 그렇다. 스노우맨이라는 별칭에 맞게 냉혹해서 정 떨어지다가, 그가 가진 트라우마가 안쓰럽기도 하고, 또 무섭도록 영리한 점에서 또 정이 떨어지고...... 그렇게 복잡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난 뒤에 더 여운이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읽는 내내 굉장히 즐거웠다. 범인을 추적하는 스릴러면서, 또한 범인을 유추하는 추리소설의 면모도 갖추고 있어 더 즐거웠던 것 같다. 범인을 추적하는 주인공 시점과 다른 시점(때로는 과거까지)들을 섞어 보여주는 게 절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스노우맨>은 '해리 홀레 시리즈'의 7번째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앞 시리즈의 내용을 언뜻 암시하는 부분이 있다. 다른 시리즈도 곧 들어왔으면 좋겠다.

 

 

p.s.

  책 디자인이 무척 예쁘다. 특히 안쪽의 목차는 역사책의 연표를 연상케 해서 아주 좋았다.

 

 

2012.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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