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파더
이사카 고타로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줄거리 :

  유키오는 아버지가 넷인 고등학생. 도박 잘 하는 타카 씨, 여자 좋아하는 아오이 씨, 농구와 싸움을 잘하는 이사오 씨, 그리고 모르는 것이 없는 지식인 사토루 씨. 그것 이외에는 평온하게 보내는 나날일 터였는데, 갑자기 동급생이 등교거부를 하지 않나, 책도둑질하는 우엉집단에게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지 않나, 국회의원 후보 비서가 가방을 날치기당하는 장면을 목격하지 않나, 동반자살로 추정되는 시체를 발견하지 않나, 신경쓰이는 사건들이 연속해서 터진다!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 1기에 해당하는 마지막 소설이라고 한다(<골든 슬럼버>부터 2기라고 부르는 듯 하다). 시라이시 지사와 아카바네 대항마의 대결로 굳어진 현지사 선거 무렵을 배경으로, 개성 강한 아버지 넷을 둔 고등학생의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그리고 있다.

 

  자잘하지만 수상쩍은 사건들이 산발적으로 터지는데, 그 사건의 배후라던가 동기를 추리하는 재미가 있다. 이 사건들은 중반 이후가 되면 한 뭉터기로 뭉쳐지는데, 앞에서 그냥 재미로 늘어놓은 것 같은 에피소드가 전혀 상관없어보이는 사건의 해결의 열쇠를 주기도 한다. 대충 보아 넘긴 것이 뒤에 다시 등장해서 다시 앞쪽을 보게 되는 재미가 있다.

 

  책에 가미되어 있는 미스터리도 좋지만, 사실 이 책의 가장 큰 관람포인트는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유키오의 변화인 듯 하다. 유키오는 네 명의 아버지를 닮아서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고, 다정하고, 어쨌든 다재다능한 고등학생이다. 귀찮은 것을 싫어하지만 의외로 참견쟁이기도 하다. 게다가 좀 자신만만한 구석도 있다. 뭐든지 잘할 것 같은 어른스러운 유키오가 중반 이후를 기점으로 그냥 아이라는 느낌으로 반전되는 게 독특하다.

 

  그리하여 히어로인 줄 알았던 유키오는 사실 히로인이었고, 소설의 진짜 히어로는 엉뚱한 네 아버지라는 것이 밝혀지는데, <오! 파더>는 늠름한 아버지의 모습을 내세우면서 훈훈하게 끝나지는 않는다. 유키오는 자신이 아직 '보호받는 나이'의 아이라는 것을 깨닫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있는 네 명의 아버지가 이전보다 늙었고, 늙어가고 있고, 언젠가 자신은 아버지를 한 명씩 잃게 되리라는 것도 깨닫는다.

 

  아이가 어른이 되면 어른은 사라진다, 라는 간단한 논리에 대한 거지만(누군가가 자라면 누군가는 늙는 게 당연하므로), 뭔가 복잡미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얼른 자라고 싶지만, 얼른 자라고 싶지 않은 그런 기분이다. 그래서 제목이 <오! 파더>인 걸까.

 

  이사카 코타로 특유의 개성강한 인물들이나 책에 가미된 추리요소, 그리고 홈코미디스러운 상황 설정이 어우러져 읽으며 무척 즐거웠다. 다만 이야기가 꽉 짜여있다는 느낌보다는, 시트콤처럼 느슨하게 짜여진 느낌이라 살짝 아쉽다. 초점이 유키오에게 맞춰졌으니 어쩔 수 없는 걸까.

 

  사실 이야깃거리는 유키오보다는 시라이시 지사 vs. 아카바네 대항마 쪽이 더 풍부할 것 같다(스케일도 크고 말이다). 책의 결말 부분을 보면서 나는 둘 중 누구도 뽑고 싶지 않아, 하지만 후보가 둘이니 둘 중 하나는 뽑히겠지, 그러면 나는 누구를 뽑아야 하는 걸까, 왜 선거에는 무효표가 없나? 하는 생각을 잠깐 해 보았다. 이제 곧 선거철이라 그런지 기분이 더 싱숭생숭했다.

 

 

  덧.

  유키오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 동급생'에 대해 상담했을 때 아버지들이 대답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2012.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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