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직업의 역사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8
이승원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미래에는 어떤 직업이 있을까?

 

  학교 다닐 적 사회시간에 전망이 좋은 직업 vs. 쇠퇴해가는 직업이라고 해서 조사해오는 숙제가 있었다. 그 때 나에게는 세상이 고만고만해 보였고 영원히 고만고만할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떤 직업이 사라지고' '왜 사라지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오늘 있는 직업은 내일도 있고 당연히 20년 뒤에도 있는 것 아닌가? 결국 교과서를 고스란히 베껴서 서비스직이 늘어나고 생산직이 줄어들 거라고 적어넣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직업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시간이 지나면 사회가 변하고 그에 따라 떠오르는 직업도 있고 사라지는 직업도 있다.

 

  <사라진 직업의 역사>는 과거 내가 했던 과제와는 달리, 미래가 아닌 "옛날에는 어떤 직업이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그 직업이 있었던 시대의 사회상을 보여준다. 전화교환수, 변사, 기생, 전기수, 유모, 인력거꾼, 여차장, 물장수, 약장수 등 조선시대 말~1960년대까지 성행했고 지금은 사라진 직업이 주 대상이다. 그리고 이 직업을 살펴보는 매개는 다름아닌 신문이다. 책에는 다양한 신문기사가 인용되어 있고, 그래서 더 생생하게 근대 사회를 엿볼 수 있다.

 

  <사라진 직업의 역사>에서 말하는 아홉 개의 직업은 아주 생소한 직업은 아니다. 하지만 대충 무슨 일을 한다는 정도만 알고 있는 정도여서 피상적인 이미지로만 남아 있었다. <사라진 직업의 역사>는 그들 직업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기술한다. 그들 직업이 하는 일, 그들의 급여와 처우, 노동조합, 사회적 위치, 그리고 어떻게 그 직업이 몰락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언뜻 가벼운 읽을 거리인 듯 하지만, 그 당시 그 직업군의 삶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나아가, 그 직업을 통해 근대의 모습이 눈에 보일 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당시의 통신, 교통, 문화(음악과 춤/영화/독서), 가정, 그리고 의학까지 둘러보고 나면 서울이 경성이라고 불리던 시절이 한층 가까이 느껴진다.

 

  놀라운 것은, 그 시대가 품고 있던 문제들이 영 생소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옛날의 직업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고 모습을 바꾸어 살아남았듯(변사 -> 성우 처럼), 그 시대 사회의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모습만 바꾸어 남아있는 듯 하다. 거의 100년의 시간을 사이에 두었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어쩌면 미래도 현재와 아주 많이 다르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품은 불만 하나.

  작은 따옴표가 남발되고 있다. 그 말을 강조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알겠지만 한 페이지에 열 개 넘게 작은따옴표가 있다면 오히려 모든 것이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따옴표의 양이 끝까지 유지되는 것을 보니 작가가 가진 일종의 버릇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며 꽤나 눈에 거슬렸다.

 

 

2012.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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