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강의 춤집에서 매그레 시리즈 11
조르주 심농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읽은 매그레 시리즈. <센 강의 춤집에서>는 매그레 시리즈 11편이다.

 

 

줄거리 :

  매그레는 사형수 르누아르로부터 옛날 목격한 살인사건에 대해 듣는다. 범인의 이름도 피해자의 이름도 모르고, 아는 것은 단지 범행을 목격했던 장소가 '두냥 춤집'이며 범인은 그 춤집의 단골이라는 것 뿐. 매그레는 우연히 두냥 춤집을 아는 한 남자를 만나 미행하고, 도착한 두냥 춤집에서는 신나는 춤판이 벌어진다. 그리고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한 남자가 자신이 죽인 시체를 부축하는 듯 끼고 걸어가서 부두에 풍덩 빠트린다. 그걸 두 사람이 몰래 보고 있다. <센 강의 춤집에서>는 사형수의 고백이 암시하는 하나의 선명한 영상으로부터 시작한다. 저 단순하고 명확한 영상에서 엿보이는 것은 일종의 비인간성이다. 얼마나 냉혈한인가? 사람을 죽여서 아무렇지 않게 그 시체를 부축하고 부두로 가 물에 빠트려 완전범죄를 꾸미려 하다니!

 

  그러나 6년 후, 매그레가 두냥 춤집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서 냉혹한 살인마로 보이는 사람들은 없다. 셔츠점 주인 팽스탱, 팽스탱의 부인 마도, 마도와 바람피는 석탄상 바소, 술주정뱅이 제임스, 그리고 왁자지껄한 다른 사람들. 사형수 르누아르와 결핵환자 빅토르도 마찬가지다. 등장인물들의 인상이 하나하나 선명하게 그려지며 가속도가 붙어가다가 '뻥!' 하고 터지는 순간, 남아있는 사람과 그의 이야기는 처음의 '냉혹한 범죄자'라는 인상과 너무 동떨어져있어 당황하게 된다. 처음에 내가 상상한 그 냉혹한 범죄자는 어디 갔을까?

 

  두어 번 더 책을 뒤적여봤지만, 역시 첫 장에서 상상한 그 사람과, 마지막의 그 사람의 인상은 정말 많이 다르다. 그 당혹감이 뜨거운 햇살, 두냥 춤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 범인을 알면서도 가르쳐주지 않은 두 사람과 친구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면서도 알려주지 않은 두 사람, 그런 것과 어울려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매그레 시리즈를 읽으면 '범죄는 해결되었다.' 한 마디로 끝나지 않는 씁쓰레함이 남는다. 그 씁쓰레함이 좋아서 계속 매그레 시리즈를 읽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덧붙여, <센 강의 춤집에서>에서는 매그레 부인이 여동생 집에 가 있는 중이다. 매그레의 부인이 매그레에게 전보를 쳐서 "이번 주말엔 이쪽으로 올 거죠?"하고 계속 독촉하는 장면이나,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범죄 수사 때문에 못(안) 가는 매그레의 모습은 어쩐지 유쾌한 기분이 들게 했다. 매그레는 취미도 범죄수사, 특기도 범죄수사(인간관찰?) 같은 느낌이다. 이런 남편과 사는 매그레 부인은 몸에서 곧 사리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쩐지 둘의 관계는 보다 보면 흐뭇해지는 구석이 있다. 부인 없다고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매그레 모습이 특히 인상깊다.

 

 

2012.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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