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집의 살인 집의 살인 시리즈 1
우타노 쇼고 지음, 박재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우타노 쇼고의 '집의 살인' 시리즈 중 첫 번째. 우타노 쇼고의 데뷔작이며, 우타노 쇼고는 이 글을 쓰기 전에는 습작도 한 번 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줄거리 :

  도고시, 다케, 야마와키, 미타니, 고마무라, 그리고 이치노세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밴드 '메이플리프'의 합숙이 겐조가 운영하는 게미니하우스에서 이루어진다. 합숙 첫날, 도고시와 그의 짐이 사라지고, 그 밤에 멤버 미타니는 도고시로 추정되는 그림자를 본다. 다음날, 도고시가 시체로 방에서 발견된다. 그의 양말에는 흙이 묻어 있었으며, 그의 짐은 역 인근의 쓰레기통에서 발견된다. 사건이 미궁에 빠지고 5개월 후, 또 다시 시체가 사라지는 살인이 일어나는데.......

 

  '산책하는 시체'라는 표현에 두근두근 기대했는데 생각과 달라서 아쉬웠다. 진짜로 시체가 산책한 것이 아니고, 살해당한 시체가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난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 뿐이라서. 더구나 트릭이 너무나 쉬워서 중간이 지나기도 전에 눈치채버렸다. 게다가 두 번째 피해자가 나온 것은 그냥 대놓고 트릭이 뭔지 알려주는 사족 같다(범행 트릭을 눈치채서 죽었다니 너무나 전형적이다).

 

  <긴 집의 살인>은 여러모로 미숙한 느낌이 드는 글이다. 동원된 트릭도 너무 쉽고, 범인의 동기에 대해서 복선도 잘 깔리지 않았고(맨 앞의 독백 부분을 빼면 정말 짐작이 안 간다), 서술도 지루한 감이 있다. 이치노세의 추리 퍼레이드도 '일부러 시선을 돌리려고 하는 거군'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임직하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이 글에서는 경찰이 너무 바보로 나온다(공권력에 불신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경찰이 피해자 양말에 흙이 묻어있다고 단순히 '끌려갔다' 거나 '걸어나갔다'고 생각만 하는 건 좀......).

 

  무엇보다도 탐정인 시나노 조지에게 공감이 안 되서 좀 힘들었다. 아웃사이더인 시나노 조지의 논리야 <흰 집의 살인>이나 <긴 집의 살인>이나 비슷하지만, <긴 집의 살인>에서 범인을 밝혀낸 후 그가 이치노세에게 한 말은 그냥 궤변 같다.

 

  내 생각에, 범인은 범죄가 밝혀졌을 때 나름의 값을 치뤄야 하고, 범인은 그것을 알면서도 '각오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그러니 완전범죄 따위를 꿈꾸지 않겠는가). 그러나 내가 보기에 <긴 집의 살인>의 범인은 제 값을 치르지 않고 그냥 도망을 쳤고, 시나노와 이치노세는 그것을 방관했다. 나는 그 부분을 읽을 때, 살해당한 두 사람 앞에서 너 지금 그 얘기 해 보라고 시나노에게 말해 보고 싶었다. 피해자의 주변 사람들이 메이플 리프의 사람 뿐만이 아닐 텐데, 그 사람들은 또 어쩌란 말인가.

 

  범행 동기를 완벽하게 알려주는 A7의 작곡/작사 암호는 꽤 좋았다. 다만 일본어를 모르면 해석할 수 없을 것 같다. 일본어로 A코드를 뭐라고 부르는지 내가 알 수 있을 리가...... 다만 도고시의 가사를 번역할 때 번역자 분이 꽤 공을 들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감탄했다.

 

  조금은 어설프고 그렇지만, 이전에 한 편의 습작도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랍다. 초기작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보면 그렇지만, 아무래도 그냥 보면 심심한 작품 같다.

 

 

2012.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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