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집의 살인 집의 살인 시리즈 2
우타노 쇼고 지음, 박재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우타노 쇼고의 "집의 살인" 시리즈 중 두 번째.

 

  줄거리 :

  이츠키 가 사람들은 신년을 별장에서 보내는 것이 관례. 새해를 앞둔 어느 저녁, 쿵 소리가 울리고, 밀실이 된 방 안에서 이츠키 시즈카가 교살된 채 발견된다. 발견 당시 시체는 거꾸로 매달려 있었고, 왼쪽 손목에는 3m정도의 자일이 묶여 있었다. 이츠키 가문 사람들은 경찰에 사건을 알리지 않고 스스로 사건을 해결하려 하고, 시츠카의 가정교사 이치노세는 자신의 친구인 탐정 시나노 조지를 소개한다. 그러나 시나노 조지가 도착하기 전, 2차 살인이 일어난다!

 

  눈 속의 별장, 연속 살인, 밀실, 수상한 종교(라고 하면 조로아스터 교에게 실례지만 어쨌든), 경찰의 개입이 불가능한 상황(자발적으로 경찰을 배제한 거지만 어쨌든), 정체와 동기를 알 수 없는 범인 등 익숙해보이는 아이템이 많이 등장하여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책에서 던진 수수께끼는 다음과 같다.

 

  1. 방이 밀실이 된 이유

  2. 시체를 거꾸로 매달아놓은 이유와 손목에 감긴 자일의 의미

  3. 모두 함께 마신 커피에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었던 방법 (커피의 반은 가정부가 돌렸으나 나머지 커피의 반은 서로의 손을 징검다리처럼 건너 돌아갔고, 피해자는 '서로의 서로 전달한' 커피를 마시고 사망했다) 또는 범인이 피해자의 잔에 어떻게 독을 넣을 수 있었는가

  4. 별장 창문 앞, 발자국 없는 눈밭 한가운데서 발견된 교살시체. 별장에서 시체를 내던진 게 아니라면 시체는 어떻게 그 앞에 떨어졌을까?

 

  처음 부분은 살짝 지루했는데, 다나베의 억지 추리가 등장하면서부터 재미있어졌다.

 

  내가 생각하기에 <흰 집의 살인>의 관람 포인트는 바로 의사 다나베와 가정교사 이치노세의 억측 퍼레이드다. 때려맞추기에 가까운 그들의 추리는 보면 볼수록 웃음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어딘지 익숙하다. 왜냐하면 내가 추리소설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범인은 XX다! 근거는 aa와 bb인 듯 한데 왜 그렇게 됐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범인은 XX!"라고 추측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ㅜ 그래서 보면서 따끔따끔 아팠다. 마치 작가가 소설 속에서 놀리듯 '너 지금 XX라고 추리했지? 땡!'하고 말하는 기분이다.

 

  주변 인물들이 자신의 억측을 활발히 털어놓는 것에 비해 탐정으로 초빙된 시나노 조지는 조용하기 짝이 없다. 사건의 진상을 알아낸 뒤에도 동기를 모르니 안 알려준다는 그의 태도가 인상깊었다. 그렇다고 시나노 조지가 과묵한 신사 타입은 아니고, 아무래도 이 사람도 좀 개성적인데,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아웃사이더?

  (p.138. "부정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시작되지 않아." 라는 시나노의 대사가 꽤 기억에 남는다.)

 

  사건은 복잡한 듯 하면서도 한 꺼풀 벗겨보면 단순하다. 무엇보다도 예기치 못한 우연이 사건의 수수께끼가 성립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게 독특하다. 용의자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범인을 짐작하기는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단지 동기가 매우 오리무중이다. 책 처음에 등장하는 누군가의 독백 또한 사건의 진상을 흐리는 데 한 몫을 한다. 이 독백은 처음에는 범인을 다른 사람으로 짐작하게 만들지만, 범행 동기가 밝혀진 뒤에 읽으면 전혀 다른 맥락으로 보여서 좋았다.

 

  제시된 동기는 왜 사람을 셋이나 죽였는지에 대한 해답으로 충분하면서도 어쩐지 현실에서는 있을 것 같지 않기도 하다. 마치 아침드라마 같달까.

 

  다만, 세 번째 살인이 등장한 게 아쉽다. 이 세 번째 살인은 트릭도 매우 쉬워서, 눈을 전면에 등장시키기 위해 만든 살인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부분에서 집중력도 흐트러진 느낌이고.

 

  어찌되었든 꽤 재미있었다. <흰 집의 살인>을 읽고 나니 시리즈 앞편과 뒷편도 읽고 싶다. 특히 <움직이는 집의 살인>에서는 시나노 조지가 죽는다던데, 어찌된 일인지 궁금하다.

 

 

2012.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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