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색 연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7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가 아리스 시리즈'.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첫 장편 <주홍색 연구>와 같은 제목이라 더 흥미가 갔다. (비록 코난 도일의 <주홍색 연구> 내용은 많이 잊어버렸지만.......) 제목을 살려주는 표지가 매우 인상깊다.

 

  <주홍색 연구>라는 제목에 걸맞게 작품 전체를 주홍색의 이미지가 채우고 있다. 이번 글에서 돋보인 것은 단연 노을에 대한 묘사다. 글 속의 그 주홍색 노을이 내 눈 앞을 확 물들이는 것 같은 기분을 몇 번 느꼈다. 주홍색이라는 색깔이 작품에 압도적인 느낌을 부여한다.

 

  줄거리 : 히무라 히데오는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 기지마 아케미로부터 2년 전의 살인사건을 해결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 날 새벽 아리스의 집으로 히무라를 찾는 전화가 오고, "오랑제 유히가오카 806호로 가라"는 정체불명의 지시를 받는다. 히무라와 아리스는 806호에서 2년 전 사건의 관계자였던 아케미 외삼촌의 시체를 발견한다. 히무라는 맨션에 들어가기 전 스쳐지나간 인물에 대해 경찰에 진술하고, 용의자가 된 그는 기묘한 증언을 하는데.......

 

  <주홍색 연구>의 서두를 보고 막연히 연속살인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몇 년 전의 살인사건들이라 깜짝 놀랐다.

 

  아케미가 15세일 때 일어난 방화살인사건(아케미 이모부 사망), 2년 전의 절벽살인사건(아케미 외삼촌의 전 애인 사망), 그리고 유령맨션에서의 살인사건이 얽히는데, 각 사건이 다른 사건의 열쇠 역할을 하고 있다. 제일 비중이 높은 건 유령맨션에서의 살인이고 그 다음이 2년 전 살인사건, 마지막인 방화살인사건은 거의 비중이 없다. 2건의 사건을 해결하다 엉겁결에 걸려들었다는 느낌. 방화살인사건이 조금 더 비중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최소한 악몽이라는 형식으로 범인이 짐작되는 것은 좀.......; ).

 

  하나의 범인이 각각 시기가 다른 세 개의 사건에 연결되어있는 것은 재미있었다. 단지 용의자가 너무 한정되어 있고(조금 더 다른 사람들을 의심시켰으면 좋겠는데), 살인사건의 동기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심지어 범인이 제 입으로 동기를 말한 뒤에도. 트릭이나 단서에 대한 불만은 별로 없는데, 동기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1. 아케미가 2년 전 살인사건을 의뢰하러 온 이유는? (유우코와 그렇게 친했나?)

  2. 범인이 히무라에게 도전장을 던진 이유는? (왜 굳이 방해꾼을 끌어들였나?)

  3. 범인이 유우코를 살해한 이유는?

 

  이 세 가지가 명확하지 않아서 찜찜하다. 그 중에서 3번이 가장 이해가 안 갔는데, 마지막에 범인이 해명한 말도 그다지 납득이 가지는 않는다. 처음에 찬찬히 진행된 것과 달리 끝 부분의 흐름이 빨라져서, 급히 마무리지었다는 인상도 다소 있다.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꽤 재미있게 읽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소설의 장점은 무엇보다 가독성이 좋다는 점이다. 중간에 멈칫하는 일 없이 한번에 끝까지 읽을 수 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특유의 추리소설을 대하는 모범생같은 자세도 좋다. 개인적으로 조금 더 시간을 들여 흐름과 동기를 가다듬었다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히무라와 아리스 콤비는 여전히 사이좋다. <주홍색 연구>에서는 히무라의 악몽이 살짝 언급되는데, 대체 히무라가 죽이고 싶어한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이 다시 생겼다. 언젠가는 그 이야기도 나오려나.

 

 

2012.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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