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11.가을 - 33호
청어람M&B 편집부 엮음 / 청어람M&B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계간 미스터리 2011년 가을 호의 구성은 크게 특집기사 / 국내외소설 / 신간안내로 되어 있다. 특집기사로는 김내성의 소설과 칼럼, 그리고 번역가 정태원 추모, 2011 여름 추리소설 학교가 있고, 단편으로는 국내단편 4퍈. 국내장편(중편?) 2편, 그리고 해외단편 1편이 실려있다.

 

  소설의 비중도 높고, 보기에도 잡지라기보다는 두툼한 단행본같은 느낌이다. 책 뒷면 표지의 광고만 빼면 그냥 단편집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그러고보니 본문 중에 광고 페이지가 없다. 그래서 집중도가 높아진 듯 하다. 매우 좋다.)

 

  책을 읽기 전에 가장 기대했던 것은 국내 단편 2편 - 킬힐, 우리동네 살인마 - 였는데, 실제로는 김내성 특집이 제일 재미있었다. 단편인 <제일석간>보다 그의 칼럼 쪽이 더 좋았는데, 그건 미스터리에 대한 그의 감각을 엿볼 수 있음과 더불어 미스터리에 대한 나의 미약한 지식이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국내 단편들은 기대보다 밍밍했다. "자아, 놀랐지?"라고 작가는 물어보는데 나는 "아, 여기가 놀랄 부분인가요?"라고 되묻는 기분이었다. 뭔가 내 나름의 짐작을 해야 짐작이 어긋났을 때 놀랄 텐데, 짐작할 만한 실마리를 잡기가 좀 힘들었다. 독자가 반전을 눈치챌까봐 떡밥을 아껴 재미가 덜해졌다는 느낌이다.

 

  국내 단편 중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미스터리 신인상 수상작인 <위험한 호기심>이었다. 플롯이 제일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하지만 캐릭터가 다소 밋밋해서 아쉬웠다. 캐릭터를 보는 맛은 <우리동네 살인마>가 더 있었던 것 같다. 단편 중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막다른 골목>이었는데, 두어 번 더 읽어도 흐름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해외 단편으로는 도로시 세이어스의 피터 윔지 경 시리즈인 '알리바바의 주문'이 실렸는데, 요즘 도로시 세이어스의 이름을 자주 보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즐겁게 읽었다. "됐네, 걱정할 건 없네!" 윔지가 말했다. "살아있으니까, 재판은 받을 수 있을 거야."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윔지 경 시리즈는 이렇게 냉소적으로 툭 치고 지나가는 부분이 좋다. 윔지 경은 여전히 유쾌하구나 싶으면서도 이야기의 축이 추리보다는 모험에 치우쳐있어 조금 아쉬웠다.

 

  계간인 만큼 페이지도 많고 읽을 거리가 빵빵해서 야금야금 읽어가는 재미가 있다. 전체적으로 책 같은 이미지인 <2011 계간 미스터리 가을호>에도 매우 잡지 같은 부분이 있는데, 그건 '연재소설'이 있다는 점이다. 국내 장편(중편?)인 <미지의 속삭임>과 <시몬느와 테러리스트들>은 앞부분을 읽지 않아서 내용을 가늠하기 힘들었는데, 그게 좀 아쉬웠다. 등장인물과 줄거리 소개라도 좀 있었으면 내용을 좀 가늠할 수 있었을 텐데 싶다.

 

  신간 안내 부분은 매번 나오는 책을 체크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할 것 같다. 표지와 간단한 소개가 나와있는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러 책을 한번에 훑는 느낌이랄까.

 

  미스터리에 대한 잡지를 처음 보는 거라 어떨까 했는데, 생각보다도 더 디자인과 내용이 깔끔하고 빵빵했다는 게 결론이다. 다 읽고 나니 배부른 느낌이 들었다. 계간 미스터리가 월간 미스터리가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2011.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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