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업 - 세계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들이 창조한 위대한 탐정 탄생기
켄 브루언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도시 탐험가들>을 읽고 나서, 데이비드 모렐의 다른 책은 없나 검색해보다가 알게 된 책이다. 이 책이 탄생한 비화는 꼭 한 편의 소설 같다. 스릴러 전문 서점을 경영하던 오토 펜즐러는 경영난이 닥치자 어떻게 서점의 수익을 올릴까 궁리하던 와중에, 유명한 범죄소설 주인공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엮어내어 독자에게 제공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그 기획은 성공했고, 기획의 결과물들을 엮어낸 책이 바로 이 <라인업>이다.

  숨겨진 이야기들은 늘 흥미롭다. 그게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혹은 캐릭터)의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라인업>은 매우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아쉽게도 내가 아는 시리즈는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라고 생각하며 두근두근거리며 읽기보다는 "오, 이 캐릭터 설명을 보니 이 시리즈는 좀 재미있겠다.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이 책에는 21명의 작가와 시리즈가 등장하고 있는데, 국내에 소개되지 않거나 한두 편만 소개된 시리즈가 많다. 아예 그 작가 자체가 국내에 소개되어 있지 않기도 하다. (아래는 인터넷서점에서 검색해서 나온 정보다. 괄호 안이 작가의 책이 국내 소개된 총 권수, 괄호 안의 괄호는 <라인 업>에서 소개된 시리즈 권수. 막검색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마이클 코넬리와 제프리 디버 외의 작가들은 대부분 소개된 책이 몇 권 없었다. 그리고 절판된 소설은 대부분 1990년대 초에 국내에 소개되었다. 


켄 브루언(1권), 리 차일드(4권(시리즈 1)), 존 코널리(3권(시리즈 1)), 로버트 크레이스(4권(엘비스 1, 조 1)), 콜린 덱스터(총 6권 중 3권 절판(시리즈 4권)), 존 하비(없음), 스티븐 헌터(1권(시리즈 1)), 페이 켈러맨(없음), 조너선 켈러맨(조나단 켈러맨? 4권 모두 절판), 존 레스크로아트(없음), 로라 립먼(1권), 데이비드 모렐(15권, 현재 14권 절판), 캐롤 오코넬(없음), 로버트 B. 파커(7권 모두 절판), 리들리 피어슨(3권 모두 절판, 다른 작가와 공저한 피터팬 시리즈 4권 존재), 앤 패리(없음),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3권(시리즈 2)), 이언 랜킨(2권(시리즈 1)),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7권(시리즈 5))

  상당히 슬픈 결과다. <라인업>에서 소개된 이 캐릭터를 더 보고 싶다, 라고 생각해도 볼 수 있는 길이 별로 없으니까.

  하지만 작가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말하는 내용 자체는 흥미로웠다. 똑같이 자신이 쓴 시리즈물에 나온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도, 집어내는 포인트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작가들마다 다르다. 아예 소설의 한 대목처럼 꾸며서 캐릭터의 약력을 짚어주는 작가도 있고, 그 캐릭터를 만들게 된 계기를 말하는 작가도 있고, 캐릭터의 특징을 말하는 거나 캐릭터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혹은 그 캐릭터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말하는 작가도 있다. 그리고, 작가는 범죄소설 주인공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을 뿐이지만, 가만히 읽다 보면 작가의 생각, 환경, 삶이 엿보인다. 캐릭터가 어떻게든 작가의 일부를 이어받는다는 건 꽤 재미있는 발견이다.

  범죄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읽어봄직하다. 어떤 범죄소설이 취향에 맞을 것인가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비하인드 스토리로 즐길 수도 있고, 내가 작가라면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낼지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 법한 책이다. 꽤 재밌었다.

 

2011.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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