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프로비당스호의 마부 매그레 시리즈 4
조르주 심농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매그레 시리즈 04. 별 네 개에 가까운 세 개 반.

  <라 프로비당스호의 마부>는 14호 수문 근처 카페 드 라 마린의 마구간에서 40세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며 시작된다. 신원미상의 이 여인은 부유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으며, 밤 10시쯤 사망했지만 그 전에 마굿간에 도착한 것으로 보이고 걸어서 온 것은 아닌 듯 하다. 그녀는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그랬다가는 자고 있는 마부가 깼을 것이다). '그녀는 어떻게 드 라 마린의 마구간으로 올 수 있었을까?'가 이 사건의 핵심이다. 

  운하라는 특수한 배경도 그렇지만, 상황이 휙휙 바뀌는 느낌이 들어 초반에는 사건을 파악하는 것이 다소 힘들었다. 매그레 또한 그 사건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감을 잡지 못한다. 여자를 실어왔을 수도 있었을 배 두 척, 에코(유조선), 라 프로비당스 호(말끌이 바지선)에는 '동기가 없다'. 여자의 신원을 증명해준 요트 서든크로스 호의 사람들은 '동기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범죄 장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 미스터리를 해결하기란 다소 힘들어보인다. 단서는 의외의 구석에서 발견되는데, 다른 매그레 시리즈보다 반전이 약하고 복선도 흐리다(이건 다른 매그레 시리즈를 읽을 때보다 내 집중력이 좀 떨어져서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시리즈라도 기복이 있는 것 같다. <라 프로비당스 호의 마부>는 약간 처진 느낌이었다. 매그레 시리즈 특유의, 사건의 새로운 맥락이 드러나면서 머리를 확 두드리는 그런 전환이 이 소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수상한 라트비아인>과 조금 비슷한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수상한 라트비아인>에 있던 긴장감이 <라 프로비당스 호의 마부>에서는 좀 떨어진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읽으니 새로운 맥락이 보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평이하다. 

  살인사건으로 시작해서 드라마로 끝난 이야기. 추리소설이면서도 사건이 해결되었는데 후련하지 않고 오히려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2011.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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