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피었다 - 2011 올해의 추리소설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강형원 외 지음 / 청어람 / 201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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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세 개 반. 네 개 까지는 아닌 듯 해서 세 개 반으로 안착. 단편집이다보니 작품마다 기복이 있다.

  한국 미스터리는 거의 읽어본 적이 없다. 도진기의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와 한동진의 '경성 탐정록' 뿐이다('이상은 왜?'에도 미스터리 요소가 있긴 하지만 내 생각에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아서 뺐다). 그래서 다른 책을 읽을 때보다 더 큰 호기심을 가지고 <목련이 피었다>를 읽게 된 게 사실이다. 11명의 다른 작가가 쓴 11편의 미스터리라니, 한국 미스터리의 다양함을 맛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생각대로 다양한 작품색이 보여 좋았다. 그러나 막상 읽어보니 아쉬운 점이 많이 눈에 띈다. 소재는 참신하고 재미있는데 끝마무리가 제대로 안 된 이야기, 혹은 납득할 정도로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가 많았다. 소설이 다 그렇지만, 미스터리는 특히 독자의 '납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독성이 좋고 나름 재미도 있었지만 그 때문에 읽고 나서 뒷맛이 좋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상상력과 소재는 좋은데 조리하는 솜씨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너무 많이 담으려 하거나 너무 건너 뛰거나 너무 억지로 이야기를 이끌거나 너무 어정쩡하게 멈춘 느낌. 다듬어진다면 더 좋은 작품들이 나오지 않을까. 

  재미있게 읽었던 글은 <목련이 피었다>, <그녀는 알고 있다>, <독거미의 거미줄>, <포인트>, <개티즌>이다. 이 중에서 <개티즌>이 제일 좋았다. 재미도 있고 잘 다듬어진 미스터리다(개인적으로 11편 중 가장 흐름과 결말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여섯 편은 다소 시들시들 하긴 했지만, 읽기 싫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은 없었다. <섬머 킬러는 슬프다>만 빼고(이 작품은 읽고 나서 왠지 슬픈 느낌마저 들었다;).

 

*  살아있는 전설 : 굵직한 사건들을 예언한 남자 '수'. 사람들의 관심을 피해 도망다니며 살던 그가, 북한의 핵공격 날짜를 예언하고 나서는데.......!

->  설명조로 이야기를 끌어 나간 게 글의 맛을 죽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의 태도 변화가 너무 극적(이고 계기가 너무 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언자라니 흔한 소재지만 역사랑 엮이니 또 다른 맛이 나서, 장편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혼자 해 보았다.

 * 노끈 : 치과의사 라동진 앞에 나타난 윌셔 홈즈. 윌셔 홈즈는 라동진에게 자신의 조수가 되어 노끈에 얽힌 비밀을 풀고 연쇄살인사건을 함께 해결해보자고 제안한다.

-> 나는 셜록 홈즈를 좋아한다. 그래서 홈즈가 언급되는 작품들도 기본적으로 꽤 좋아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지나치게 홈즈와 엮으려고 노력한 나머지 이야기 자체가 훼손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결말을 읽고 난 뒤 남은 의문이 지나치게 많았다(범인이 직접 편지까지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편지조차 잘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 이것도 단편이라기보다 장편이었으면 좋았을 듯 하다.

 * 강박관념 : 아들의 사고로 강박관념을 가지게 된 소설가 '나'는 소설을 쓰러 내려간 마을에서 사이코패스 기질을 보이는 소년 '은수'를 만난다.

-> 책을 다 읽고 '악마의 탄생'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그런데 그렇다기엔 시점이 '나'에게 너무 쏠려 있다. 그렇다고 '나'의 심리 서스펜스라고 하기에는 초점이 '나'에게 와 있지 않아서 좀 혼란스럽다. 이 글에 대한 평가는 다시 읽어보고 해야겠다.

 * 목련이 피었다 : 유경은 친구 은수의 실종을 마음에 품고 모교로 돌아온다. 유경의 등장에 차동주 선생은 바짝 긴장하며 은수가 실종되던 해를 떠올린다. 

-> 다 읽고 나서 그래서? 라는 느낌이 든 작품. 재미있기는 한데 끝이 굉장히 미진하다. 딱 예상할 수 있는 선에서 멈춰서 더 나가지 않았다. 유경에서 차동주 선생 입장으로 서술이 바뀌면서부터 긴장감이 확 떨어져 추리할 게 없이 평이한 글이 된 듯 하다. 처음 부분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더욱 아쉽다.

ZOMBIE, 2011 in Seoul : 실패한 의사 성민과 재민은 괴짜 천재 종우의 초대를 받고 한 병원 지하실에 들어간다. 그리고 종우의 실패를 목격하는데....... 

-> 요즘 좀비 이야기가 땡겼던 터라 개인적으로 기대한 작품. 그런데 좀비의 설정이 약하지 않았나 싶다(비틀거리는 남자의 이미지라 무섭지가 않다. 좀비가 전염이 되는 것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평이했는데 마지막 문장에서 그 느낌이 확 깎였다. 작품 마지막에 '2011년 서울은 좀비보다 무섭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보다, 행동이나 묘사로 보여줬으면 좋겠다.

*  그녀는 알고 있다 : 소설가인 나는 아내의 외도를 알고, 아내에게 경고하기 위해 아내가 외도한 남자들을 차례로 살해하려 한다.

-> 반전이 강하다. 소설가가 아내의 외도남을 살해하는 장면이 흥미로웠다. 그런데 마지막은 혼란의 도가니...... 그게 그거일 줄은 몰랐다.

*  섬머 킬러는 슬프다 : 연수원에서 여사원이 가슴에 자상을 입은 채 숨진 채로 발견된다.

-> 전형적인 범인찾기. 11편의 단편 중에서 제일 별로였다. 단서가 공정하지도 않고, 중간에 수사 부분이 뭉텅이로 잘려나간 느낌이다. 특히 마지막의 범인의 고백이 어설펐다. 작위적이랄까.

* 독거미의 거미줄 : 부유한 집에서 자란 뚱보 동우는 첫사랑과 헤어진 후 더 열심히 자기 삶을 살기로 한다. 동우는 헬스클럽에서 소영을 만나 결혼까지 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데....... 

-> 재미있었다. 평이한 이야기였는데 마지막에 추리 요소가 몰아친다(조금 당겨졌으면 더 흥미로웠을까?). 마지막 반전의 연결고리가 앞부분에 보이지 않아서 아쉽다.

포인트 : 원룸텔에서 한 사형집행관이 밀실 안에서 사형수와 같은 모습으로 살해된다. 

-> 밀실이 나오고 범인찾기가 나오고 알리바이 트릭이 나온다. 그래서일까, 추리 종합 선물세트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트릭을 한 편에 담다 보니 현실성이 좀 깎여나가기는 했지만 속도가 빨라 그런지 이야기가 울퉁불퉁해지지는 않았다.

브로드웨이의 비명 : 할로윈 행진 중, 앤디가 오른쪽 옆구리에 총격을 입고 사망한다. 다들 가면을 쓰고 폭죽을 터트리던 상황이라 범인을 잡아내기가 힘든데...

-> 제임스 츄 경관이 단서를 찾아 범인을 잡아내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래서 어안이 벙벙한 사이 갑자기 범인의 고백이 튀어나왔다. 문제는 범인의 고백에서 엿보이는 심리가 그다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 개티즌 : 2박 3일을 촬영하기 위해 모인 게스트들은 바다가 거칠어서 섬의 등대에 모여 하룻밤을 지내게 된다. 그 와중에 2층 창문을 닫으러 올라간 김내성 씨가 칼에 찔려 사망한다. 

-> 읽으면서 제일 즐거웠던 작품이다. 클로즈드 서클에서의 살인사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삘로 시작을 해서 중간에 큰 반전을 하나 겪는다. 이야기의 매력이 잘 살아있다. 개인적으로 결말이 남기는 여운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대개 단편은 장편보다 잘 쓰기가 힘든 것 같다. 소화할 수 있는 배경, 트릭, 인물의 양이 한정되기 때문에 많이 꼬아놓을 수가 없어서 그런 걸까. <목련이 피었다>의 11편의 단편 중에서도 단편이 아니라 장편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이야기가 몇 개 있었다. 

 

2011.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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