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1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유머 미스터리라는 이름으로 여기저기서 많이 본 책이라 관심이 갔다. 나는 유머 미스터리라고 해서 왠지 코지 미스터리를 떠올렸는데, 캐릭터가 강조되고 사건이 심각한 축을 이루지는 않지만 의외로 탄탄한 트릭 위주의 미스터리였다. 

  나오는 사람은 셋. 신분을 자랑하는 '도련님' 가자마쓰리 경부, 신분을 감춘 '아가씨' 호쇼 레이코 형사, 그리고 레이코의 정체불명 집사 가게야마이다. 가자마쓰리 경부는 사건 소개될 때 가끔 나올 뿐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고, 간단한 사건의 진상을 모르냐며 레이코를 무시하는 가게야마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게야마의 지혜를 빌릴 수밖에 없는 슬픈 아가씨 레이코가 주축이다. 

  개인적으로 레이코와 가게야마의 관계는 아가씨-집사라기보다는 덜떨어진 조카-짓궂은 삼촌의 조합을 보는 느낌이라 꽤 유쾌했다. 

* 살인 현장에서는 구두를 벗어주십시오 : 방 안에서 부츠를 신은 채 죽어있는 20대 여성. 집 안에는 발자국이 없다. 범인이 그녀를 옮긴 걸까?

-> 제목처럼 '왜 구두를 신은 채 죽어있는가'가 핵심이다. 범인찾기보다는 트릭을 밝히는 게 중심이다.

* 독이 든 와인은 어떠십니까 : 재혼을 반대 당하던 동물 병원 원장이 독극물 중독으로 죽었다. 앞에는 와인병과 와인잔이 있다. 자살인가 타살인가? 

-> 트릭과 범인찾기. 범행 수법은 와인병이 등장했을 때부터 짐작했지만, 범인이 셋 중 누구일까 하는 건 알지 못했다. 역시 흡연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트릭인가; 

* 아름다운 장미에는 살의가 있습니다 : 부호의 저택 안 장미정원에서 별채에 머물던 여성이 장미덩쿨에 얹힌 채 발견되었다. 그녀가 살해당한 곳이 장미정원 안은 아니다. 그녀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가? 

-> 트릭이 아닌 범인찾기. 살해동기는 짐작이 가능했는데 구체적인 정황은 짐작하기 힘들었다. 힌트는 고양이.

* 신부는 밀실 안에 있습니다 : 결혼식 피로연 중 신부가 괴한에게 습격당한다. 제 1발견자는 신부의 선배인 레이코, 그러나 레이코가 들어가기 전 방은 밀실이었는데....... 

-> 조금 시시.

* 양다리는 주의하십시오 : 집에서 전라로 발견된 젊은 남성. 그는 네 다리를 걸치는 중이었다. 범인은 네 명의 여성 중 누구일까? 

-> 제일 흥미진진했던 단편. 트릭과 범인찾기. 

* 죽은 자의 전언을 받으시지요 : 사채업자가 집에서 둔기로 얻어맞아 살해당했다. 곧이어 흉기에 의해 2층 창문이 깨지고, 그게 알리바이 트릭이라고 보기에는 용의자 모두 알리바이가 없다. 사채업자의 손 옆에는 다잉 메시지가 있었던 듯한 흔적이 있고...... 

-> 중간에 약간 억측이 아닌가 싶은 부분이 있기는 했는데, 재미있었다. 범인찾기. 

  가볍고 통통 튀는 이야기에 트릭을 엮어낸 모양새다. 트릭이라고는 해도 아주 기발하거나 공을 들인 복잡한 트릭은 아니다. 약간 만화같은 분위기라, 기분 전환하기 좋다. 소설의 포커스가 범인-피해자가 아니라 탐정-조수에게 가 있기 때문에 소설 내내 사건 이야기만 하면서도 어찌보면 추리소설이 아닌 분위기이긴 하다.

  나는 즐겁게 읽었는데 서점 리뷰들을 보니 평이 갈린다. 일단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가 꽤 취향에 맞아서,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다른 유머 미스터리도 볼까 생각하고 있다. 

 

2011.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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