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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의 피라미드 ㅣ 에단 게이지 모험 시리즈 1
윌리엄 디트리히 지음, 이창식 옮김 / 예담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2008년에 구입했다가 100p 읽고 내버려뒀었다. 다른 책에 치여 잊고 있다가 이번에 기억이 나서 꺼냈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재미가 있지도 않은 묘한 책.
모험물이니 속도와 긴장감이 중요할 것 같은데 250p가 넘어서야 뭔가 좀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면 그 전에 200페이지가 매우 재미있어야 할 텐데 소소한 재미는 있어도 큰 긴장감도 없고 큰 재미도 등장인물의 매력도 없어서 좀 힘들다. (그래서 2008년에 100p 읽고 내버려둔 듯 하다). 애초에 메달의 비밀에 별 흥미가 안 생긴다...... 사실 에단도 처음에 메달을 계속 가지고 있었던 건 오기이니 내가 흥미가 안 생긴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에단이 제 입으로 "정중하게 메달 달라고 하면 줄 수도 있는데. 그런 요청을 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어."라고 투덜거릴 정도니까.
책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부분은 300p~500p 사이였다. 장면을 꼽자면 에단이 모두에게 쫓기면서 아슈라프와 함께 시라노 백작을 추격하는 부분. 조마조마 두근두근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은 이 부분 정도.
게다가 이 책, 600페이지 가량 나를 끌고와 놓고 "헛짓했다 ㅋㅋ"라고 친절하게 말해준다. 사건이 끝나려면 <로제타의 키>까지 읽어야 할 것 같은데, 어휴 얼른 2부를 읽어야지 두근두근 하기에는 600페이지가 너무 길었다. 사건과 관련이 없는 역사적 설명은 과감히 쳐내고, "이 사람이 나를 앞으로 피라미드로 인도할 사람 블라블라"라는 식의 미리니름을 없앴다면 500p까지 양이 줄 수 있었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반전에 반전과 신비함을 추구하느라 꼬인 부분을 명쾌하게 만들면 400p도 가능했을지도. 400p 정도였다면 훨씬 사건이 농밀해지고 속도감도 있을 테니까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30대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는 에단 게이지는 명랑하긴 한데 능력 없으면서 허세와 자존심 쩔고 상당히 철이 없어서 15~18세의 소년이라는 느낌이 들어 가끔 한숨이 난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뒤통수를 계속 맞는 걸 보면 묘하게 순진한 부분도 있고. 미국인 전기기사라고 하지만 에단이 전기를 다루는 모습은 전혀 네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말 잘하고 운빨 좋은 걸 보면 가끔 귀엽기도 하고...
여주인공인 아스티자는 처음에는 봐도 별 생각이 안 드는 무매력을 자랑했는데, 이시스 신전 부분에서부터 확 비호감으로 돌아섰다. 아스티자의 정체가 2번 반전까지는 그렇다고 치는데, 3번 4번 반전되니까 그냥 가증스러워보인다. 에단에게 계속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이 다 들켜서야 변명하면서 이해해달라고 하다니, 나로서는 이해불가다. 게다가 아스티자가 활약한 것은 1. 메달은 중요하다고 말하고 이집트 신에 대해서 말해준 것. 2. 에단의 침실에 온 뱀 퇴치. 이 정도 뿐이다. 도통 이 여자가 메달의 비밀을 푸는데 활약한 것도 없으면서 사람 뒤통수만 치고 그러면서도 진지하지 않은 에단의 태도를 비난하고(그렇다고 에단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메달의 비밀을 풀 만한 대세를 가늠하며 여기 협력 저기 협력하는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쉽게 말하자면 아스티자는 자기 능력이 안 되는데 메달의 비밀을 풀고 중요한 걸 자기 손에 넣고 싶으니 이 남자 저 남자 이용하는 걸로 보인다. 여사제니까 최소한 이시스 신전 위치 정도는 얘가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시라노 백작이 알아낸 거라니... ㄱ-;; 차라리 아스티자가 이시스 신전에서부터 메달을 손에 넣으려는 제 3 세력으로 부각해 시라노 백작과 대립, 일시적으로 에단과 협력하거나 혹은 에단을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들였다면 매력적이었을 거다. 하지만 전후사정 거짓말 다 밝혀진 후에도 에단의 조력자이며 조언자인 신비하고 청초한 여인의 위치를 고수하려 하니 그냥 비호감일 뿐.
제일 좋았던 건 아슈라프. 이집트 출신 맘루크 전사인 아슈라프의 캐릭터는 단순명쾌해서 마음에 들었다. 에단보다 철이 들었는데 묘하게 강직한 소년같은 느낌이다. 제일 캐릭터에 맞는 역할과 성격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한다. 에단과 있으면 사고뭉치 친구 두 명이 모험 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하지만 아슈라프는 등장인물 소개에도 나오지 않고...
600페이지가 나를 너무 지치게 하고 아스티자가 싫어서 그렇지, 기본 줄거리는 꽤 흥미롭다.
파리의 도박판에서 우연히 조잡한 메달을 딴 에단 게이지는 괴한에게 습격당하고 살인 누명까지 쓴다. 에단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프리메이슨에 찾아가고, 그들은 이집트 원정을 떠나는 나폴레옹 학자팀에 합류하는 방법밖엔 없다고 말한다. 선상에서도 에단의 메달은 위협받는다. 알렉산드리아를 점령한 나폴레옹. 에단은 거기서 아스티자를 만나 메달과 이집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나폴레옹은 단숨에 카이로까지 정복하고, 에단은 맘루크 전사 아슈라프를 포로로 잡고 그의 형 에녹을 소개받는다. 에단은 선상에서 학자들이 보여준 원판이 어떤 의미를 가졌을지도 모른다고 알렉산드리아로 떠나고, 때마침 넬슨의 함대가 공격을 해 와 죽을 뻔하다 살아난다. 돌아온 카이로에는 시라노 백작이 와 있고, 나폴레옹은 에단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대충 이런 줄거리.
2부인 <로제타의 키>를 읽어야 할까 고민중이다. 그것도 만만찮은 페이지던데... o-<-<
2011.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