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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2 ㅣ 펭귄클래식 102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유수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2월
평점 :
1년 전 쯤, 갑자기 <작은 아씨들>의 뒷 이야기가 읽고 싶어져서 찾아다녔다. 그런데 절판이 된 상태였다. 그냥저냥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 펭귄클래식에서 <작은 아씨들 2>를 2011년 2월 출간한 모양이다.
작은 아씨들 2부는 개인적으로 <조와 에이미>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조&에이미의 위주로 전개된다. 1부에서의 비중은 조>메그>베스>에이미라면 2부는 조>>에이미>>>>>메그>베스다.
알콩달콩 가족드라마의 성격이 짙었던 1부와 달리 2부는 연애 얘기에 가깝다. 1부에서 거의 비중이 없어 철없는 막내공주의 이미지만 있었던 에이미는 2부에서는 거의 인격이 바뀐 것 같다. 다정하고 신중하고 남에게 쓴소리도 할 줄 알고 인내심도 있고 야망도 있고...... 허영끼는 아직 있지만 적절하게 조절할 줄 안다. 게다가 그림 잘 그리고 얼굴 예쁘고 사교적. 한 마디로 거의 엄친딸이다. 그에 비해 조는 확실히 1부의 연장선에 있다. 활발하고 자유롭고 독립적이고 허례허식을 싫어하고 고집세고 자기애가 강하다. 조와 에이미의 대립이 선명해서 재미있었다.
"말싸움하고 싶지 않아. 다만 그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란 거야. 그 이치를 어기는 사람은 비웃음만 당할 뿐이야. 난 혁명가를 싫어하고, 그렇게 되고 싶지도 않아."
"난 혁명가를 좋아해. 될 수 있다면 되고도 싶고. 비웃음에 굴하지 않는 혁명가들이 없다면 이 세상은 결코 잘 돌아가지 못할 걸. 너는 오래된 세상에 묻혀 있고 난 새 세상을 갈망하니까 생각이 다를 수밖에. 넌 가장 좋은 세상에서 살아가. 난 가장 시끌벅적한 세상에서 살 테니. 난 돌멩이와 야유소리가 난무하는 세상이 더 좋아."
(작은 아씨들 2, p.102에서 조와 에이미의 대화)
결국 조의 말처럼 됐다.
2부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면 조가 로리를 찬 사건&로리와 에이미의 결혼이다. 1부에서 조와 로리의 시끌벅적 장난질을 본 사람이면 "얘네 둘이 곧 사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보지 않았을까. 하지만 조는 로리를 찼다. 로리는 조를 사랑하지만 조가 로리를 사랑하지는 않는다는 게 비극의 시작이고, 성격이 너무 비슷하여 로리가 불행해질 거라고 조가 생각한 게 비극의 끝이다. 하기야 부자에다 귀부인인 조는 상상이 안 가기는 한다.... 어쨌든 로리는 상심하고 유럽에 가는데, 숙모 가족과 함께 유럽에 가 있던 에이미와 니스에서 만나고, 에이미에게서 "난 로리를 경멸해."라는 엄청난 쓴소리를 듣는다. 그것이 사랑의 시작. 로리의 취향은 자신에게 잔소리&쓴소리 하는 여자인 걸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조의 사랑은 참 조 답다. 조는 잠시 가정교사 일을 하기 위해 머물던 뉴욕에서 가난한 독일어 교수 프레드리히 바에르를 만나 친구가 된다. 로리를 차고, 베스가 죽고, 집 근처에 머물게 된 바에르 교수와 교류하면서 조는 사랑이 싹튼다(바에르 교수의 경우 뉴욕에서부터 이미 조를 좋아하고 있었다). 조는 마치 숙모할머니에게서 플럼필드 저택을 물려받고, 바에르 교수와 결혼하여 함께 학교를 세운다. 조는 네 자매 중에서 가장 가족에 대한 애착이 심하니까 아버지를 닮은 바에르 씨와 결혼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메그는 존 브룩 씨와의 결혼생활의 해프닝(돈 문제/육아 문제)이 주로 조명된다. 보고 있으면 존 브룩 씨가 메그를 참 귀여워하는구나 싶다.
베스는 거의 공기같다. 죽음조차도 조용하다. 나는 1부의 수줍음 많은 소녀 베스가 좋아서, 베스가 그렇게 조용히 간 게 슬펐다.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브룩 부인, 바에르 부인, 로렌스 부인이 마치 부인과 함께 있는 모습에서 특히.
1부와 2부를 합쳐서 조가 자매들에게 가지는 인식은 대충 이런 것 같다.
메그 - 언니는 멋져! 좋아! 내 자랑!
베스 - 사랑스러운 동생. 지켜줘야 함.
에이미 - 라이벌!
"네가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되겠지. 내 소원은 결코 안 이뤄지지만 네 소원은 항상 이뤄지니까."
(p.122에서 조가 에이미에게 한 말)
사실 에이미는 메그와 닮은 구석이 많은데(메그보다 조금 더 대차긴 하지만), 조는 메그를 따르는 반면 에이미랑은 싸운다. 언니와 동생의 차이인가?
1부만큼 2부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작가의 도덕적 설교는 거북하다. 게다가 남자가 여자보다 당연히 우위라는 게 보여서 불편했다. 여자의 재능과 직업적 성공보다 가정을 이끌어가는 미덕이 더 중요하다는 논조도 그렇고. 그런데 올콧 여사는 19세기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나.
2011. 7. 11.